[엑스포츠뉴스 이송희 기자] 농구계의 전설 서장훈이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봤다.
22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2'에는 서장훈이 출연했다.
서장훈은 "제 공식 대회 첫 번째 골은 만년 후보 시절에 운 좋게 골을 넣은 것이었다. 아무도 기억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는 집에 돌아가서 잠이 안 올 정도로 기뻤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장훈은 "인생의 베스트 골을 물어볼 때가 많은데, 저는 제 인생에서 처음 골을 넣은 그 순간을 꼽는다"라고 말했다.
고3이 된 후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났다. 최장신 센터 서장훈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고민 끝에 서장훈은 연세대 행을 결정했다.
연세대는 이후 농구대잔치에서 우승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기아자동차 농구팀이 7-8년 간 우승을 독식했다. 하지만 서장훈을 포함한 여러 신예 스타들이 합류하면서 연세대는 기아자동차 팀을 꺾고 11년 만에 대학팀이 최종우승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장훈 역시 MVP를 차지했다.
서장훈은 "그때 제가 KBS 뉴스에 X세대 대표주자로 선정됐다"라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그는 "저희도 어린 아이들인데, 저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5-600명의 팬들이 있었다. 팬레터도 하루에 1,000통 씩 왔다. 쌀가마로 실어날랐다. CF도 정말 많이 찍었다"라고 당시 인기를 회상했다.
그는 자신을 따라다녔던 끊임없는 부상을 회상했다. 95년 당시 부상을 당해 중환자실에서 두 달을 누워있기도 했다는 서장훈은 이후 2005년 프로 데뷔 후에도 부상을 당하고야 말았다.
서장훈은 "그때 의사 선생님이 농구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때 당시 나이가 32살이었는데 꿈을 일찍 접을 수 없더라. 그래서 목 보호대를 만들어서 달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목 보호대 덕분에 '목도리 도마뱀', '목장훈'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서장훈은 "항상 목 부상을 당할까봐 두려움이 있었다. 목 보호대가 없었다면, 이후에 선수생활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서장훈은 '국가대표' 시절을 떠올렸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농구 결승전서 중국과 대결을 펼쳤던 때를 회상하며 서장훈은 "당시에 쉽게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1분 정도 남기고 있었는데 9점 차였다. 하지만 결국 동점골까지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장전 시작 후 서장훈은 첫 득점을 했고,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결국 치열한 접전 끝에 남자 농구는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서장훈은 "경기 이후 바로 뉴스로 넘어갔는데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이 나더라. 기쁘기도 했고 오랜시간 미뤄둔 숙제를 마무리한 기분이 들더라"고 말했다.
또한 "나도 미국 NBA에 진출해서 좋은 활약을 하고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차이다. 그래서 늘 아쉬움이 밀려든다. 좀 더 넓은 무대에서 더 많은 기쁨을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건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살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서장훈은 중고등학생 이후 즐겁고 행복하게 농구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굉장히 지쳤다. 그러다가 서른 아홉살에 슬럼프가 왔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중 3때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팽팽하게 잡고 있던 고무줄을 그때 놓았다. 그 시즌에는 그냥 포기하는 마음이 됐다. '여기까지 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이혼을 하게 됐다. 그 일이 없었으면 그 해 관두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대중이 은퇴보다 이혼에 대한 관심이 컸고 결국 그렇게 은퇴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서장훈은 1년을 더 뛰었다. 서장훈은 "마지막에서 구단에서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제일 슬픈 단어는 은퇴다. 제 인생은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꿈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고 말했다.
은퇴 당일 날 33득점을 하면서 좋은 마무리를 한 서장훈. 그는 은퇴식 단상에 올랐을 때 '바람기억'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농구선수로 은퇴를 한 후, 서장훈은 예능인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애초의 뜻과는 다르다. 원래는 은퇴 후에 그냥 2-3년 간 놀거라고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6개월을 무질서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유재석 형이 전화를 왔다. 그때 '15분만 왔다 가면 안되겠니?'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유재석은 서장훈을 MBC '무한도전'의 유혹의 거인 편에 섭외했다.
서장훈은 "그 이후로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모든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다 들어왔다. '무한도전' 출연 후에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따뜻한 시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이미지 세탁이 필요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털어내야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년 후에 뭐하고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에, 서장훈은 "예전에는 삶이 끝났다고만 느꼈다. 하지만 제 삶이 이렇게 바뀌는 걸 보고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겠더라. 방송을 이렇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년 후에도 알 수 없겠지만, 제 소망은 농구에 대해서 어떤식으로든 기여를 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서장훈은 "좋은 방송인이 되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winter@xportsnews.com /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