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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서지현 검사 "미투 이후,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종합]

기사입력 2019.06.07 22:36 / 기사수정 2019.06.07 22:46

유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유은영 기자] 서지현 검사가 미투 이후의 삶에 대해 털어놨다.

7일 방송된 KBS 1TV '거리의 만찬'에서 '나는 고발한다' 2부가 공개됐다. 노승일 씨, 박창진 씨에 이어 서지현 검사가 출연했다.

서지현 검사는 "지병 휴식 중이다. 여러 군데 많이 좋지 않은데 제가 방송에 나와서 '저 여기 아파요 저기 아파요' 그러는 게 마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제대로 얘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건강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검사 재직 중 수많은 상을 받으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에 서지현 검사는 피의자를 상대하는 노하우에 대해 "사실은 여검사들의 공통된 고민이 무시당하는 거다. 피의자나 고소인, 관련자들, 참고인뿐만 아니라 동료들, 상사들 하물며 직원들도 어린 여검사를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왔다 갔다 하면 '아까시 커피 한잔 타달라' 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무시당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무서운 표정도 짓고 목소리도 크게 내기도 했는데 잘 안되더라.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래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일을 해야겠다' 싶더라.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 진심으로 진실에 다가가게 됐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말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피해를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이후 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켰고, 서지현 검사를 시발점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됐다.

서지현 검사는 미투 제보 이후 옥석이 가려지더라는 질문에 대해 "사실 배신감을 되게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 등을 돌리고, 등을 돌렸을 뿐만 아니라 새빨간 허위 진술을 해 놓고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다 해놨더라.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몇 주를 앓아누웠다. 배신감을 느끼고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 했다.

그는 "제가 상담을 했던 여자 선배가 있는데 제가 가서 울면서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두렵다'고 했는데 '울지도 않았다' '그렇게 심각한 피해라고 이야기도 안 했다' '울기는커녕 굉장히 당돌했다'고 진술했더라. 믿기지가 않더라"고 부연했다.

서지현 검사는 미투 이후 업무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고도 했다. 서지현 검사는 "저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술도 한 방울도 못 마시고 아부를 잘한다거나 그렇지도 않지만 제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그만큼 실적이 뒷받침 돼줬다. 굳이 상사랑 술을 안 마시고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악의적으로 평점을 나쁘게 주고, 평점이 나빴으니 무능한 검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하면 후배 실적 훔친 거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창진 씨는 "저도 복직하고 나서 평가가 항상 C다. 저평가자다. 땅콩회항 제보 이후 그렇게 나빠진 거다. 잘해놓은 게 있고 제가 회사에서 최우수 승무원으로 받았던 상이 수십 개가 있다. 그건 없어지고 C플레이어, 저성과자라는 게 남는다"고 했다.

서지현 검사는 조직적인 2차 가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자질이나 능력 외에 들었던 악성 루머가 있다. 제가 후배 뺨을 때렸다거나 실적을 위조했다거나, 제가 꽃뱀이었다거나 등이다. 주로 검찰에서 일부러 기자들, 정치권에 흘렸다. 기자들이 만나면 물어보기도 하더라"고 설명했다.

서지현 검사는 "처음에는 되게 웃겼다. 처음에 '너무 식상하잖아' '너무 전형적이잖아'라고 그래서 웃겼다. 시간이 갈수록 너무 잘 먹혀들고 있더라. 그게 무섭더라"며 "그렇게 하다 보니까 벗어날 수 없는 거미줄이구나 싶더라. 끝이 없더라. 그걸 해명하면 또 다른 해명을 해야 하니까. 이건 내가 헤어 나올 수 없는 거미줄이구나. 내가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똘똘 감기더라. 거미줄을 누가 치고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그게 검찰이더라"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는 특히 "저는 사실 어떤 사람을 망신 준다거나 벌 받게 하려고 나왔던 것은 아니다. 성폭력이 만연해 있고, 제멋대로 하는 그 검찰의 현실을 알리고 검찰이 바뀌어야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바뀌기를 원했던 거고. 현실은 너무나 어마어마하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로부터도 법무부나 검찰로부터도 그 누구도 저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많은 동료들이 그런 이야기는 한다. '회식이 줄었다' '여검사들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이 줄었다'고. 하지만 제가 느끼는 현실은 여전히 피해자를 음해하고 가해자를 옹호하고, 2차 가해를 나서서 하는 거다.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KBS 1TV 방송화면

유은영 기자 y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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