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우리 모두 누군가의 딸, 아들 혹은 누군가의 부모다. 엄마와 자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익숙함에 취해 소중함을 잊고 산다.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 중인 ‘사랑해 엄마’는 가족의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조혜련은 홀로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억척스럽게 아들 철동을 키우는 엄마로 열연, 객석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사랑한다. 이만 줄이마'라며 바로 끊어버리는 무뚝뚝한 엄마잖아요. 경상도 분들이 그렇게 표현해요. 그런데 안에 깊이가 있어요. 우리 엄마 아빠도 표현을 안 했어요. 날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많이 오해했죠. 다리에서 주워왔다거나 필요 없는 가시나라고 얘기할 때 곧이곧대로 듣고 반항도 했고요. 그런데 그 안에는 자식을 위한 사랑이 있는 거였어요.
작품에서도 아들 철동에게 끝까지 자기가 아프다는 얘기를 안 해요. 말은 안 해도 사랑하는 감정이 베이스에 깔려 있죠. 엄마가 철동에게 '네가 뭐가 미안하노‘라고 하잖아요. 엄마는 자식이 내게 뭘 해줘야한다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그게 부모예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은 고마운 존재예요. 이를 관객들과 같이 느끼고 치유했으면 좋겠어요.”
'사랑해 엄마'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남편 없이 궁핍한 생활 속에 하나뿐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아들 생각이 지극한 엄마의 마음이 먹먹하게 한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윤진 감독의 창작극이다. 2015년 초연 이후 호평 속에 매년 앙코르 공연을 이어왔다.
“대본을 보면서 감정이 팍 왔어요. 아파서 가는 마당에 철동에게 ‘돼지갈비는 약한 불에 구워야 안 탄다’고 하는데 그게 뭐라고 엄마는 걱정이 되는 거예요. 현대, 서울 사람은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니 찡 오는 게 있어요. 돌려 얘기하는 거죠. 엄마는 마지막신에서도 절대 안 울어요. 엄마가 아들을 놔두고 가는데 울면 안 되니까요. 다른 작품이라면 시원하게 울 텐데 ‘사랑해 엄마’는 안 울어서 오히려 여운이 남아요. 처음 연습할 때는 울어보기도 했는데 연기하는 사람은 시원하지만 보는 사람은 안 그렇더라고요.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공부하게 됐어요. 관객을 울리기 위해서는 배우가 감정을 누르고 안에서부터 깊게 전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조혜련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과거에는 미처 몰랐던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됐단다.
“엄마를 이해 못했어요. 왜 자식을 낳고 저렇게 대할까 생각했죠. 공부 한다고 뭐라 그러고 맛있는 걸 사 달래도 뭐라 그래서 이해가 안 갔어요. 다른 애들 다 하는 걸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했죠. 그게 해결 안 된 채로 큰 거죠. 혼자 자식을 키우는 엄마, 몸이 아파도 뭐라도 더해주려고 하고 죽기 직전까지 고생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우리 엄마도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입으로는 투덜대지만 엄마도 그런 엄마였겠다 했죠. 오늘도 엄마와 밥 먹고 왔어요. 용돈도 주고 홍삼도 사주고 안아주고요.
예전에는 엄마에게 받진 않고 늘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엄마에게 해주고 베푼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엄마와 여행가는 방송하면서 솔직한 말을 들었어요. 어릴 때 시장에서 장사하는 걸 보면서 마음 아팠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해줘 조금 풀렸어요. 그리고 ‘사랑해 엄마’를 하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됐죠.”
반대로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딸 윤아, 아들 우주를 둔 조혜련은 “아이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저도 막 표현하진 않아요. 살가운 사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우주와는 가까워지고 좋아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아들의 입장을 많이 생각했어요. 철동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게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아들이 짜증을 내도 엄마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철동에게 우주를 대입하는데 감정이 많이 오더라고요. 자식은 자식인가 봐요. (극 중 철동처럼) 그렇게 고생하고 철모 쓰고 훈련하고 이제 장가가는데 보질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많이 나요.
우주는 아직 연극을 안 봤어요. 어느 날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보러 온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안 봐도 많이 오잖아' 이래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봐야지'라고 했죠. (웃음) 우주가 보면 공연을 잘 못 할 것 같기도 해요. 안 될 줄 알았는데 우주를 생각하면서 연기하게 돼요. 그게 자식인거죠.”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