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02:23
스포츠

이승엽, 무엇을 위해 '신의'를 버렸나?

기사입력 2006.01.17 09:54 / 기사수정 2006.01.17 09:54

손병하 기자
'이승엽 이적설 파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지바 롯데에 1년 더 잔류하며 다시 빅리그의 진출을 모색할 것 같았던 이승엽의 진로는, 년 초로 넘어오면서 급격하게 방향을 선회했다.

그렇지 않아도 1월 들어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어 그 진위에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일본 프로야구의 핵심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이적 합의설이 순식간에 불거져 나와 많은 팬이 당황하고 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이승엽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하며 1면 톱으로 보도하는 등 '일본의 요미우리'와 '한국의 이승엽'이 이미 한배를 탄 것처럼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언론과 팬들도 좀처럼 향방을 알 수 없는 이승엽의 진로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요미우리로의 이적이 사실상 합의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일본 프로야구의 5할을 차지 한다는 요미우리와의 협상이 너무 쉽게 진행 됐다는 점에서 이승엽의 이적설이 선뜻 신뢰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이승엽 자신도 이렇게 커져 버린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16일 자신의 매니지먼트사인 J's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추측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진위를 떠나서 한국과 일본에서 난무하는 추측 보도와 이런저런 설들에 적잖이 괴로운 모양이다.

지바 롯데의 잔류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로의 이적이나 둘 다 일장일단은 있다. 지바 롯데에 잔류 할 경우, 완벽하게 적응한 팀 분위기와 자신의 입지로 편안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김성근 코치가 정식 계약을 함으로서 이승엽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지원군을 확보했다는 점등이 그렇다. 하지만,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수비 보장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요미우리와는 적응이란 부분과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 구단이란 위험 부담이 있지만, 비교적 점령이 쉬운 1루 자리와 막대한 언론사를 등에 업은 구단인 만큼 일본 전 지역에 이승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승엽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는 전제하에서다.

일부에서는 이승엽이 지바 롯데와의 구두 계약까지 합의하고 이제 와서 롯데를 배신하는 것은 '신의'를 져버리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이승엽으로 인하여 정식 코치 자리에 오른 김성근 코치를 남겨놓고 떠나는 꼴이 돼버려 또 하나의 희생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승엽이 메이저리그로의 진출과 수비 보장 등의 야구 외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품 가치가 있는 스타급 선수를 찾고 있는 요미우리의 거액 베팅에 쉽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인 이승엽에게 선수로서의 성공 외에 도덕적인 부분까지 모두 충족시켜주길 바라는 것은 팬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에게 다른 나라 팀들과의 '의리'까지 지켜주길 바란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의 핵심은 '왜? 이승엽이 지바를 버리고 요미우리를 택했을까?'이다. 그 문제의 결론이 수비 보장과 자신의 활약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서 라면 우리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또, 요미우리라는 거대 스포츠 기업을 통해서 자신의 꿈인 '빅리그'로의 진출을 좀 더 가시화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승엽이 선수로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요미우리를 택하게 된다면 그의 선택은 요미우리에서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폄하 될 것이 자명하다.

축구 얘기지만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대회는 월드컵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대회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 이면엔 '파시즘'의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었다는 불명예도 씻지 못하고 있다. 결국, 훗 날인 지금엔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기억보다는 '파시즘'으로 얼룩진 대회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미 많이 늦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남은 시간 이승엽이 심사숙고를 거듭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승엽 개인의 욕심과 의지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을 대표해 일본 열도를 점령중인 '대표 선수'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꿈은 한 번 꺾이면 자신의 노력으로 다시 펼치면 되지만, 잃어버린 신의는 자신만의 힘으로는 좀처럼 되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손병하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