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은영 기자] 많은 사람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사랑의 아픔은 정신의학적 치료로 빠르게 기억 상실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기억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했다.
19일 방송된 JTBC '방구석1열'에 민규동 감독과 장동선 박사, 송형석 박사가 게스트로 참석했다. 세 사람은 MC들과 함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살폈다.
'이터널 선샤인'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송형석 박사는 "실제로 비슷한 게 있다. 상처가 깊은 사람들을 정신의학적 치료를 해주면 기억 상실 과정이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이원석 감독은 여자 주인공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이 감독은 "머리 색에 뜻이 있다. 계절을 뜻한다. 초록색은 봄처럼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빨강은 여름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 옅어진 빨강은 가을. 마지막 겨울은 파랑과 초록의 머리색이다. 겨울처럼 얼어붙었다가 봄처럼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선 박사는 극 중 주인공들이 기억을 지운 뒤에도 또 다시 같은 사랑을 택하는 것과 관련 "생각이나 기억보다 내가 처한 환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박사는 "영화는 현재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향해간다"며 "정신분석 기법도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단어나 사건을 중심으로 기억을 이어간다. 그렇게 생각을 쫓아가다 보면 과거의 이쪽저쪽이 다 튀어나오는 거다. 오래된 기억일수록 머리 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기억이다. 최근 기억은 지워지기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억을 지우는 게 가능할까에 대한 질문에 장 박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기억을 조작하거나 덮어씌우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노인들의 기억이 덮어씌워 졌던 것을 예로 들었다.
장도연은 "헤어질 때 이런 사람 안 만날 거야 하는데 다음에 굉장히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물었다. 이에 장 박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진화생물학적 의견은 몸에서 정해져 있다는 거다. 유전자와 비슷하지 않은 사람의 체취와 냄새에 본능적으로 끌린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발달심리학적 의견은 비언어적으로 사람들이 신호를 많이 받는다. 눈빛 표정 움직임 등의 정보는 사람의 상태 성격 호르몬 등을 알려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과거에 좋은 기억을 줬던 사람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에게 끌린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윤종신은 "공감을 얻기 위해 상업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으로 읽히잖나. 사실은 그런 의도가 아닌 영화다. 저 여자와 저 남자는 아주 전형적인 유형을 대변한다. 우리 인간은 계속 저 커플처럼 살 거다. 저들은 조만간 다시 헤어질 거다. 그리고 비슷한 남자와 사귈 것 같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이터널 선샤인'에 대해 "공포영화였다. 그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사랑하면 고통을 겪는 운명이"라며 "'이터널 선샤인' 시나리오 초고에는 클레멘타인이 늙어서도 조엘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평생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설정이다. 사랑이란 얼마나 무섭고 어려운 것인지 알려주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이어 "미셸 공드리 감독은 영화를 찍고 연인과 헤어졌다더라. 그래서 사람들이 '기억을 지우고 싶냐'고 물었을 때 '내가 좋아했던 존재의 부재를 떠올릴 때마다 너무 끔찍해서 점점 기억을 지우고 싶어진다'고 했다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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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y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