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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땐 재밌잖아요" SK 서진용이 그리는 '꾸준한 즐거움'

기사입력 2019.04.08 16:22 / 기사수정 2019.04.08 15:55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그 피지컬, 그 공을 가지고 '미완의 대기'로 남는 건 너무 아쉽지 않나". SK 와이번스 손혁 투수코치는 서진용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날의 아쉬움은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컸을 터. 서진용은 다시 '꾸준한 즐거움'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서진용은 올 시즌 8경기 7⅓이닝을 소화해 평균자책점 2.45을 마크하고 있다. 한 경기 2실점을 제외하고 무실점, 3월 29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세이브를 올렸고 22개의 아웃카운트 중 절반이 넘는 12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SK가 시즌 초반 매 경기 타이트한 승부를 벌이면서 매번 접전에서 등판했음을 고려했을 때, 서진용의 기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실 서진용의 출발은 지난해에도 나쁘지 않았다. 5월 한 달 간은 한 점도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견고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깨 부상이 찾아왔고, 서진용은 이후 좋았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시즌을 마쳐야 했다. 지난해 가을, 서진용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손혁코치는 서진용에게 투구폼을 좀 더 간결하게 다듬을 것을 권유했다. 

손혁 코치는 "근력과 유연성이 타고난 선수라서 그렇지,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던지면 바로 부상이 온다. 그런데 구속이 150km/h대가 나오니 건드리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속구 투수에게 구속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은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였다. 손혁 코치는 "지난 5년 동안 구단이나 코칭스태프가 바란 서진용은 그 이상이었다. 변화를 하다 실패해도 예전처럼 책임지고 던지게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돌아봤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체중 감량도 했고, 겨울부터 봄까지 새로운 시즌을 위해 치열하게 준비한 서진용은 나름대로 순항을 하고 있다. 서진용은 "확실히 작년 폼과 비교했을 때 상체 스로잉이 좋아졌다"며 "예전보다 스피드가 안 나와도 직구의 힘이 좋고 헛스윙과 파울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구속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굳이 욕심 내지 않고 있다. 날이 풀리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전했다.

마운드에서 서진용의 자신감과 결과, 그리고 결과와 즐거움은 비례한다. 그는 "야구가 잘 될 땐 야구가 재밌다. 작년에도 전반기엔 맨날 야구장에 가고 싶다 생각했을 정도로 재밌었다"고 돌아본 그는 "시즌 초반에 필승조에 들어가진 못했는데, (정)영일이 형이 빠지고 (하)재훈이 형도 연투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내게 좋은 기회가 왔다. 이렇게 많이 나갈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자주 몸 풀고 자주 던지니 좋더라"고 웃었다. '선순환'을 기대하는 서진용이다.

자신의 역할이 버거운 날도 있었다. 그런 서진용을 위해 손혁 코치와 최상덕 코치는 끊임 없이 그를 격려했다. 서진용은 "어떤 상황이든 그 상황에서 제일 잘 던지는 선수가 올라가서 던진다는, 맞는 것과 점수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코치님들의 그 말이 정말 힘이 된다. 못 던져도 '너니까 그 정도로 막았다'고 말씀해주시면 위안이 된다. 코치님들이 그런 얘기를 계속 해주셔서 투수조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 대한 기대는 잘 안다. 해마다 기대하고, 기대에 못 미치고 다시 기대하는 그런 것들이 미안하더라. 그런 되풀이에 나 자신도 질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주위에서 '너만 터지면 된다'고 하는데 나도 터지고 싶고, 잘하고 싶지 않겠나. 이제는 어떤 상황이든 편하게 던지려고 한다. 시즌 끝까지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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