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19 01:20 / 기사수정 2009.12.19 01:20
AC 밀란과 맨유가 18일 밤(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본부에서 열린 챔스 16강 대진 추첨식에서 3년 만에 재회했다.
그동안 밀란이 천적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으로 맨유의 발목을 잡았지만, 지난여름 카카와 파울로 말디니로 대표되는 창과 방패를 잃은 상황이기 때문에 밀란의 우세라고 볼 수없다. 한편,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면서 밀란과 마찬가지로 팀을 이끌던 공격의 핵심이 없는 상황에서 격돌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챔스 16강에서 펼쳐질 양 팀의 별들의 전쟁에서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1. 카카와 호날두를 잃은 밀란과 맨유
공교롭게도 양 팀은 지난여름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부임과 함께 가속화된 갈락티코 2기 정책의 피해자이다. 그들은 각각 카카와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냈으며 이 때문에 에이스 없는 첫 시즌에 고전하고 있다.
카카는 첼시로 둥지를 옮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구사한 다이아몬드 전술의 꼭짓점이며 팀 공격을 최전방 포워드 아래에서 조절하는 지휘자였다. 빠른 드리블과 순도 높은 중거리 슈팅은 그가 지닌 비장의 무기였으며 지난 2006-2007 챔스 4강전에서는 맨유에게 굴욕을 선사하며 팀의 우승에 큰 이바지를 했었다.
호날두는 측면 미드필더라는 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커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맨유의 살림꾼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인 측면에서의 움직임과 함께 공격 포지션 어디에 내 놓아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맨유 공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다. 그의 눈부신 활약은 맨유가 2007-2008 챔스에서 우승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카카와 호날두는 밀란과 맨유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으며 하나의 아이콘으로서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현재는 레알 마드리드 동료일 뿐이다. 이 때문에 에이스를 잃은 양 팀의 대결은 예측 불가능하다.
2. 강해진 맨유와 불안한 밀란
밀란에 무릎을 꿇었던 2006-2007시즌 4강전에서의 맨유는 불안했다. 그들은 첼시에 내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획득하며 강호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호날두와 루니를 중심으로 4-4-2전술을 가동한 맨유는 측면 미드필더의 활발한 공격 가담 때문에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들은 리그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반 니스텔루이의 대체 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던 루이 사하가 잦은 부상 때문에 그라운드보다는 병원에서 보내는 날이 길었으며 임대를 마치고 원소속팀으로 돌아간 스웨덴 출신 포워드 헨릭 라르손이 떠난 상황에서 마땅한 포워드가 없었다.
게다가 폴 스콜스와 마이클 캐릭으로 이루어진 중앙 미드필더진은 AC 밀란이 젠나로 가투소라는 훌륭한 홀딩 미드필더를 통해 압박을 가하며 중원 장악에 성공한 것과 달리 패스 플레이에서는 효율적이었지만, 앞서 언급한 중원 장악에 실패하며 산시로에서는 밀란에게 0-3이란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비록 1차전에서 웨인 루니의 2골 때문에 기적에 가까운 역전승을 거뒀지만, 밀란이 가투소와 말디니를 부상 문제 때문에 교체시켰고 경기 내용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점에서 이겨도 이긴 경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맨유는 강해졌다. 호날두의 부재 상황에서 대런 플레쳐의 성장으로 인해 생긴 중원 강화와 네만야 비디치, 리오 퍼디낸드로 대표되는 중앙 수비의 든든함은 맨유를 쉽게 지지않는 팀으로 변화시켰다. 챔스에서 4-4-2전술 보다 4-3-3전술에 주력하는 맨유는 만일 오웬 하그리브스가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플레쳐-캐릭-하그리브스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원을 형성하게 된다. 게다가, 팀의 전설인 라이언 긱스가 완벽하게 회춘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반면, 밀란은 당시보다 전력이 약화되었다. 우선, 앞서 언급했듯이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생긴 지휘자의 부재는 안드레아 피를로에서 시작되는 볼 배급의 흐름을 끊었으며 맨유를 상대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가투소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때문에 한물 간 선수로 전락했다.
게다가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리그와 챔스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있다. 피를로와 호나우지뉴는 매 경기 선발 출장하고 있으며 소년 가장 파투는 잦은 기복 때문에 팀 공격의 맥을 끊고 있다. 셰도르프와 호나우지뉴가 천재들의 향연을 보여주며 환상적인 팀워크를 통해 공격의 흐름을 이끌지만 둘 중 하나가 부진하면 그 경기는 최악으로 변한다.
3. 소년 가장 파투, 제2의 카카가 될까?
지난 2007년 카카가 피파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드흐를 석권한 이유는 맨유와의 경기 때문이다. 그가 맨유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원맨쇼는 아직도 많은 밀란 팬의 기억 속에 담겨있다. 빠른 발을 이용해 수비진을 초토화하며 공간이 생긴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득점에 가담하는 모습은 명불허전이었다.
한편, 2003년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의 챔스 8강에서 호나우두는 3 샷 3 킬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맨유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파투는 호나우두가 인정한 자신의 후계자이다. 맨유와의 경기에 따라 파투의 평가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파투는 맨유라는 강 팀을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브라질 대표팀 승선과 최고의 유망주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것이다. 지난 레알과의 조별 예선에서 3골이나 넣으며 팀의 16강 진출을 이끈 그는 상대적으로 약팀과의 경기에서 부진하지만, 강호와의 만남에서는 유별나게 잘한다. 만일 파투가 대표팀 선배의 전철을 따른다면 그의 주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참고 자료: 최근 10년간 맨유와 밀란의 맞대결 전적 및 역대 전적
▶ 2004-2005 챔스 16강전 (밀란 진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1 AC 밀란 (득점자: 에르난 크레스포)
AC 밀란 1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자: 에르난 크레스포)
▶ 2006-2007 챔스 4강전 (밀란 진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 : 2 AC 밀란 (득점자: 카카 2골, 호날두 1골, 루니 2골)
AC 밀란 3: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자: 카카, 셰도르프, 질라르디노)
▶ AC 밀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대 전적
1957-1958 4강전, 1968-1969 4강전, 2004-2005 16강전, 2006-2007 16강전: 모두 AC 밀란 진출
[사진=맨유와의 경기에서 중요한 활약을 펼쳐야되는 알레산드레 파투 ⓒ 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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