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축구 선수를 꿈꾸던 학생에서, 유니스트의 유망한 공학도로. 배우와는 상관 없는 삶을 살아가던 이창엽이 배우가 되기까지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창엽은 처음에는 취미로 연기를 시작했다고. 그 과정에서 대학교 연극 동아리 면접에서도 떨어져보고, 아이돌이 될 뻔한 시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연기에 대한 궁금증은 청소년기에 생겼다. 그때 찾아보니 어떤 극단에서 청소년 인권 관련된 연극을 하길래, 그 극단에 찾아가서 함께 하고 싶다고 했고, 스태프를 하면서 친해졌다. 하지만 부모님이 대학에 진학하는 걸 원하셨고, 그래서 결국 극단은 2~3개월만에 금나두고 울산에 있는 유니스트에 갔다. 그때만해도 그냥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연극 동아리에 진학했는데 떨어졌다. 근데 떨어지니까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 6개월 동안 영화, 드라마만 챙겨봤다. 점점 하고 싶은 생각이 커져 4년 전액 장학금 중 남은 금액을 들고 그대로 서울에 왔다.
서울에서 바로 고시원방을 구하고, 호프집에서 알바를 하며 생활했다. 부모님도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길 바라시며 1년 안에 뭔가를 보여주길 바랐다. 1년 째 되는 해에 소속사와 계약을 했다. 근데 대표님은 처음에 나를 아이돌을 시키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연기를 하고 싶었고, 대표님 몰래 연기 학원을 다니고 입시를 준비해서 3개월 뒤에 한예종에 입학했다. 합격하자마자 대표님께 합격증을 보여주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이걸로 일단 보여드리겠다. 이래도 배우가 아닌 아이돌을 시키고 싶으시면 계약 해지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때부턴 내가 하고 싶은 걸 지원해주시고, 예뻐해주셨다."
지금에서야 덤덤하게 말하는 이창엽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대학 졸업을 원하는 부모님때문에 일주일에 2~3일은 울산에 내려가 수업을 듣고, 서울에서는 알바를 3~4개씩 하는 일상에 연기학원, 극단까지 다니며 하루에 잠을 2~3시간밖에 못잤다고 한다.
배우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아이돌로서의 길은 일찌감치 포기한 이창엽. 하지만 지난해 베트남에 봉사활동 차 방문했다가 K팝 아이돌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며, 아이돌은 시켜줘도 못했을 거라 확신했다고.
"아이돌 분들을 보면 정말 멋있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환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1월에는 머리를 회색으로 탈색도 해봤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대학생 봉사단을 1년 정도 하면서 베트남으로 해외 봉사도 갔었다. 그때 한국 문화 전파를 위해 방탄소년단, 엑소 춤을 준비해서 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배우를 하는 친구가 베트남에 와서 아이돌 춤을 췄다고 베트남 뉴스에도 나왔다. 그런데 준비를 하면서는 20살 때 아이돌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낸 이창엽은, 20대의 끝자락에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마음에 버킷리스트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계여행도 하고 싶고, 책도 쓰고 싶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항을 좋아해서다. 공항은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세계 여행은 무리더라도, 공항이라도 가서 쉬려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촬영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책은 지금 영화과 연출로 대학원에 입학해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긴 하다. 그런 거나 수필집이나 에세이도 괜찮을 것 같다.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음악을 발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소박하게 작곡하는 친구들과 이미 팀도 있다. 한강에서 버스킹을 하기도 하는데, 이 친구들이랑 음원을 내서 입소문만으로 어디까지 홍보가 되는지 지켜보고 싶기도 하다. 앨범을 낸다면 배우 이창엽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내고 싶다."
꿈이 많은 배우 이창엽의 목표는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 그러나 좋은 가정의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최종 꿈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배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직업이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일을 도전하든 배우라는 직업은 항상 가지고 움직이고 싶다. 배우 생활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좋은 배우가 되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유학도 생각하고 있다. 가정을 꾸리면 아이들에게 내가 나오는 작품들을 억지로 보여주며 '이게 아빠란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어 그는 배우로서 바라는 다음 행보에 대해 "까불까불하는 로매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평소에 가지고 있는 장난기를 다 분출할 수 있는 작업이면 좋을 것 같다. '응답하라'나 '와이키키' 같은 연작성을 띈 시리즈물도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조금 높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에 많이 나왔다면, 이젠 젊은 친구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트렌디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또한 하고 싶은 예능에 대해서는 "예능을 너무 하고 싶어서 예능하는 곳에 직접 프로필을 들고 가고 싶을 정도다. 탐험을 좋아해서 '정글의 법칙'같은 것도 하고 싶고, 요즘은 류준열, 이제훈 선배님이 나오는 '트래블러'를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그런 것도 하고 싶다. 토크쇼에 나가기에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힘들 것 같다. '해투'에 나가서도 바보처럼 있다가 왔다. 그래서 지금은 리얼리티를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캐릭터로서 시청자를 만나는 것과 나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다르지 않나. 더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는 창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팬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팬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무대에서 매체로 넘어온 까닭도 있다. 그는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무대가 더 가깝고 애틋한 부분이 있다. 어디에서든 좋은 연기를 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하는게 좋으니까 지금은 매체에서의 연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유준상 선배님도 무대와 매체를 병행하라는 말을 항상 해주셨다. 나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 중이다"고 무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자랑했다.
오래오래 연기하고, 오래오래 팬들과 만나기 위해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창엽. 그는 마지막으로 "이창엽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보고,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모두들 옳은 선택을 하고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매력이 더욱 더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이 소통할 테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의 큰 팬이자, 애청자인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싶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쑥스러워서 기사로라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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