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17 07:09 / 기사수정 2009.12.17 07:09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외국인 선수의 활용도는 그 팀이 지니고 있는 색깔에 의해 결정된다. 수비가 강하고 공격력에 문제가 있는 팀은 공격에 전념할 선수를 찾게 된다. 또한, 기존에 뛰던 '에이스 선수'가 있는 팀은 그 선수를 받쳐줄 공격수를 원한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전혀 다른 팀 컬러를 갖춘 팀이다. 높은 신장과 다양한 선수 구성을 갖춘 팀인 현대캐피탈은 레프트에서 활약해 줄 선수가 필요했다. 라이트 포지션에는 국내 최고의 왼손잡이 공격수인 박철우(24, 현대캐피탈)가 있기 때문에 다른 팀처럼 라이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경우는 달랐다. 현대캐피탈과는 다르게 선수들의 높이는 낮지만 수비와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팀 컬러를 갖췄다. 한 방을 때려줄 공격수가 부족했던 삼성화재는 꾸준하게 외국인 선수를 라이트 공격수로 기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올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고 있는 가빈 슈미트(23, 삼성화재)는 득점(17일 기준 : 363점)과 공격(54.62%)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는 지금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무엇보다 팀의 조직력과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화재의 탄탄한 조직력과 세터 최태웅의 정확한 토스는 가빈의 공격을 지원했다. 국내 V-리그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공격수에게 매우 유리하다. 수비수와 세터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외국인 선수는 스스로 이 시스템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안젤코와 가빈은 이 부분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V-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시스템에서 외국인 선수의 역할은 다르다. 매튜 앤더슨(22, 현대캐피탈)은 국내 남녀구단을 통틀어 가장 낮은 공격 점유율을 가진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16일 저녁에 벌어진 현대캐피탈과 KEPCO45의 2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높은 블로킹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0(25-16 25-18 25-20)으로 완파했다. 이 경기에서 21득점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앤더슨은 59%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앤더슨의 공격 점유율은 30%였다.
지난 9일에 있었던 삼성화재와 LIG 손해보험과의 대결에서 가빈이 공격 점유율 53%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낮은 수치다. 윤봉우(27, 현대캐피탈)와 하경민(27, 현대캐피탈), 그리고 이선규(28, 현대캐피탈) 등의 센터진을 보유한 현대캐피탈은 중앙 속공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할 수 있다.
높이와 스피드를 갖춘 라이트 공격수(박철우)와 리시브와 수비 등을 담당할 레프트 보조 공격수(임시형, 송인석) 등이 있는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공격수가 부족한 삼성화재의 경우,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은 매우 높아진다. 가빈이 라이트 포지션에서 스케일이 큰 오픈 공격과 후위공격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앤더슨은 레프트 공격수답게 오픈과 시간차, 그리고 중앙 후위공격을 구사하고 있다.
레프트와 라이트 공격의 비율도 두 팀은 차이가 난다. 신장과 스피드가 좋은 두 공격수를 보유한 현대캐피탈은 양쪽 날개에서 스케일이 큰 오픈 공격과 빠른 퀵 오픈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공격 패턴은 다르다. 라이트 공격수의 비중이 높은 삼성화재는 레프트에 포진된 손재홍(33, 삼성화재)과 석진욱(33, 삼성화재) 그리고 이형두(29, 삼성화재) 등이 빠른 C퀵 오픈과 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높이가 낮은 이들은 오픈 공격이 아닌, 세트플레이를 자주 활용한다.
수비수와 세터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가빈은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레프트 포지션의 공격 비율이 낮기 때문에 공격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앤더슨은 현재 퀵 오픈 1위(63.85%)를 달리고 있는 박철우와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두 선수가 이끄는 공격 패턴은 다양한 플레이로 빛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하면 날개 공격 전체가 흔들리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두 팀의 시스템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외국인 선수의 활용도는 그 팀이 지니고 있는 선수 구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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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매튜 앤더슨, 가빈 슈미트 (C)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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