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설경구 "두 시간의 위로, 절대 아깝지 않은 시간 될 것" [인터뷰 종합]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생일'을 향한 관객들의 따뜻한 시선을 당부했다.

설경구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설경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연기했다.

이날 설경구는 '생일'에 합류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하며 "이창동 감독님, 이준동 대표님과의 인연이 있긴 하지만, 제가 이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일정은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 '우상'도 촬영 중이었기에 시간상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편하게 시나리오를 읽어봤었는데, 읽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일정 조정을 해서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설경구는 "그래서 '우상' 측에 양해를 구했고, '우상'의 제 분량 촬영을 마친 후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일'을 시작했다. 당시 제가 6~7개월 동안 탈색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검은 색으로 염색한 모습이 너무 낯설더라. 그런데 '생일'이라면, 이런 낯선 모습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제 합리화일 수도 있는데, '낯선 모습, 낯선 상황에 들어가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설경구는 "사실 쉽지는 않은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다룬 가족의 이야기여서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았고, 참사를 겪은 부모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어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고 짚었다.

감독에 대한 믿음도 출연을 결정한 계기 중 하나였다. 설경구는 "예전에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이종언 감독을 본 적은 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니,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이종언 감독이라면 잘 풀어나갈 수 있겠구나'하는 믿음이 있었다. 이웃에 대해 두루두루 살핀다는 느낌, 미워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담담하게 담아낸 부분들이 와 닿았다"고 말을 이었다.

3대의 카메라로 30여 분 도안 롱테이크로 촬영한 후반부 생일 모임 장면에 대해서도 "묘한 경험이었다"며 "앞으로도 (경험하기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틀 내내 롱테이크로 촬영을 이어갔고, 카메라가 누굴 찍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배우들은 계속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 당시의 공기는 모든 것이 다 집중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일의 시선을 통해 관객이 차근차근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어지는 점이 좋았다'고 전한 설경구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는 굳이 정일이 (외국에 있다가) 2~3년 후에 돌아와야 했던 이유에 대해 미스터리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관객들이 저의 어깨를 통해서 차츰차츰 주위를 살피며 이야기 중심에 저와 같이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일 캐릭터를 맞춘 것이라고 하더라. 그 설정도 재미있었다. 정일이라는 인물이 당사자이자, 관찰자라는 설정이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일'이라는 영화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함께 전한 설경구는 "이 영화는 마냥 울어달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영화를 보시면, 내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같이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자체가 위로고, 힘이 될 수 있다. 두 시간 동안 같이 위로해주신다는 마음으로 봐주신다면 절대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생일'은 4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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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