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07 13:23 / 기사수정 2009.12.07 13:23
[엑스포츠뉴스 = 조성룡 기자] 드디어 전북이 첫 번째 별을 달았다. 수많은 다른 팀 팬들은 집에서 귤을 까먹으며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겠지만 전북팬들은 아마 경기가 끝나고 막걸리 타운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며 다시 한번 자축 행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우승의 감격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15년의 기다림 만큼이나 특별한 사연들, 지금부터 소개하려고 한다.
김상식, 이동국 '복수는 바로 이 맛이야'
이보다 짜릿할 수가 있을까. 자신들을 내친 친정팀을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말이다. 그들이 팀에 공헌한 것이 별로 없었다면 그 기분이 반감되었겠지만, 오히려 이 둘은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김상식은 성남의 공격진을 무력화시키는 데 앞장섰고, 이동국은 페널티킥에 성공하며 팬들에게 결승골을 선사했다. 전북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이었겠지만 신태용 감독에게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김상식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1등과 2등의 차이를 낳게 된 것임을 성남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를 하려고 김상식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또 갈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외쳤다. 나는 최고라고 말이다.
김형범, 말하지 않아도 전해오는 감동
전북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을 때,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갑자기 양복 상의를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전북 팬들이 당황해 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 안에는 부상을 당한 제자 김형범의 유니폼이 있었다. 그만큼 전북의 선수단과 팬들은 김형범을 사랑했다.
성남과 전주에서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는 동안 김형범은 관중석에서 동료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그가 경기에 어떠한 공헌도 할 수 없었지만, 동료의 경기 장면 하나하나에 탄식하고 환호하는 모습은 그가 그라운드 위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 비록 관중석에 있지만 눈은 결코 그라운드 위를 떠나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챔피언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사랑하는 동료와 서포터들이 일구어낸 전북의 첫 우승, 그에게는 너무나 특별하지 않았을까.
별 하나를 가슴에 품은 서포터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전북의 서포터들은 초록색 바탕에 별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카드섹션을 선보였다. 그만큼 그들은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결국 우승을 쟁취해 내었다. 아마도 이날만큼은 여자친구와 같이 경기장에 온 박종혁 씨의 말처럼 '여자친구보다 이동국이 좋았을 것'이다.
▲내년 수많은 축구팬이 이러한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비록 전북의 서포터들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경험해 보았지만 저 멀리 시리아에서 열리는 경기를 TV로 시청하며 환호하는 기분과 자신들의 홈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며 우승을 쟁취하는 기분은 그 차원이 다를 것이다.
▲ 창단 첫 우승, 누구보다도 서포터들이 더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15년 동안 구단 내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더라도 전북의 서포터들만큼은 변함없이 묵묵히 그들을 지지하고 성원을 보내왔다. 기다려왔던 창단 첫 우승의 기쁨, 그 누구보다도 전북을 믿고 기다려온 서포터들이 가장 크지 않을까.
[사진 =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 이모저모 (c) 정재훈, 조성룡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