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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 여진구 "연기 통해 숨쉬는 부분 多…계속 부딪히고 싶다"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3.15 16:58 / 기사수정 2019.03.15 17:00

이송희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송희 기자] 여진구가 '왕이 된 남자'를 끝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예고하는 한편, 앞으로의 열일에 대한 의지 역시 드러냈다.

지난 6일 서울 신사동 인근 한 카페에서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여진구 인터뷰가 진행됐다.

극중에서 이헌과 하선으로 왕·광대를 오가며 1인 2역으로 활약을 펼친 여진구. 이미 원작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라는 높은 벽이 있었지만, 여진구는 자신의 강점을 한껏 살려 이를 넘었다.

이날 만난 여진구는 "두 작품을 끝낸 느낌"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때로는 왕으로, 때로는 광대로 분해 활약해야 했다. 여진구는 "현장 분위기도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다. 호흡도 정말 잘 맞았다. 생각지도 못한 나이에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어서 앞으로 연기할 때 이 작품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뜻깊은 작품"이라고 의미를 풀어냈다.

생애 첫 1인 2역에 도전한 여진구는 "신경 쓸 게 많았다"라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떻게 그림이 완성될지 상상되지 않는 것이었다. 제가 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야하다 보니, 확실히 쉽지 않더라. 하지만 굉장히 그게 도움이 많이 됐다. 이헌과 하선이 붙을 때 장면을 상상하고 연기하면서 흐름이나 계획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보통 한 신에서 액션, 리액션을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두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더 배움이 컸던 것 같다."

'돈꽃'의 김희원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작가진의 집필력, 배우들의 혼신이 담긴 열연은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지만 마지막회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선이 왕위를 내려놓고 중전 유소운(이세영 분) 역시 폐서인이 됐다. 하선은 궁을 떠나면서 많은 사람들을 잃었고, 화살에 맞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유소운과 다시 재회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은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던 상황.

하지만 여진구는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가 생각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당연히 이야기가 픽션이고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어쨌든 사극이라는 장르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깔려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선과 소운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건, 많이 뻔뻔해지는 수 밖에 없었다. 마음 속에는 다들 그런 결말을 꿈꿨을텐데 '정말 이 사람들이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에서 '조금은 힘듦이 있어야 행복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렇게 쓰신 것 같다. 애절한 느낌이 들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간절함도 끝까지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이규 역을 맡았던 김상경은 이미 제작발표회에서 여진구의 인생작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리고 김상경의 예측은 사실이 됐다. 시청률 역시 10%대를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배우 개개인의 필모그래피에도 좋은 성과를 남겼다.

특히 이헌이 바닷가에서 이규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역대급 명장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진구와 김상경의 열연이 유독 빛났던 부분이기도 했다. 여진구 역시 8회 엔딩을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꼽았다.

여진구는 "8회 엔딩은 정말 충격을 받았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그때 촬영이 바닷가에서 진행됐고 모니터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들 바쁘게 촬영을 했다. 그래서 좀 막막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좋았지만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기 때문"이라며 "8회 엔딩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파도소리와 함께 끝나는 연출도 충격적이었다. 그 장면은 상경 선배님 말대로 '쉽게 오지 않을 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헌을 보낸다는 느낌이 들면서 좀 안타까웠다. 역할을 떠나보내야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라고 고백한 그는 "쉽게 접하지 못할 경험"이라고 정의내렸다. 또한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여진구는 "제가 저를 상대하면서 연기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마무리한 후 바로 차기작으로 '호텔 델루나'를 낙점했다.

그는 "'여진구라는 배우가 지금까지 연기를 해왔던 스타일과 다르게 변했네'라는 생각으로 제안 해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전 너무 감사드린다. 겁도 당연히 나지만 소심하게 하고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테스트해보고 싶고, 부딪혀보고 싶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진구의 필모그래피는 매번 빼곡하다. 어리지만 꾸준히 열일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지에서 먹힐까' 첫 시즌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예능 욕심을 묻는 질문에 여진구는 "그때 '현지에서 먹힐까'에 도전한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사람 여진구가 어디가서 일을 해봐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또 제가 워낙 음식도 좋아하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에겐 어려운 일이긴 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저를 드러내는 게 자신이 없더라. 큰 매력이 있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편안함 보다는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아직 든다. 그래서 편안하게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다. 연기 외에는 다른 길은 아직까지 안개 속에 있는 기분이다."

이어 여진구는 본업인 연기에 대해 "항상 배우고 있는 것 같고,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질릴 수 없다. 계속해서 표현을 하는 일이다보니 답답하거나 응어리 진 것들을 이렇게 연기로 풀 수도 있다. 연기를 도구로 삼아 청년 여진구도 숨쉬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연기를 해서 다행이기도 하고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헌과 하선을 넘나들며 활약한 그는 '인생캐'를 경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섞은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진구가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모습일까.

여진구는 "이헌같이 치명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가도 가벼운 역할도 해보고 싶다. 이번에 상경 선배님과 장광 선배님과 따뜻한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행복하더라. 정말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며 촬영해서 그런지 라이트한 장르도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무겁고 진중한 캐릭터도 좋지만, 긍정적이고 세상을 가볍게 볼 줄도 아는 모습도 그려보고 싶다."

사극은 물론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오히려 그런 역할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겁고 진중한 감정은 제가 봐도 쉽게 이입이 된다. 하지만 밝은 캐릭터는 오히려 매력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끌어 당겨야하는 연기인 것 같다. 그렇게 외향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이 더 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여진구는 "부끄럽지만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왕이 된 남자'의 의미를 설명했다. 

"'왕이 된 남자'는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변화시켜준 작품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의존하는 부분이 컸고,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항상 달고 살며 연기를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확신을 가졌고 어떻게하면 좀 더 몰입할 수 있을지를 배웠다. 저만의 고집이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운 작품이다"

winter@xportsnews.com / 사진 = JANUS ENT

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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