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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진 이적, 부산은 선수만 잃은 게 아니다

기사입력 2009.11.23 11:24 / 기사수정 2009.11.23 11:24

이동호 기자



지난 18일 이강진이 J리그의 주빌로 이와타로 적을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강진은 "그동안 사랑해주신 많은 팬에게 서운한 소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해외진출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부산과 작별을 고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강진의 본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이지만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팀의 핵심 미드필더였던 안영학이 떠난 2008시즌부터는 경기에 맞춰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탄력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2005년 U-20 청소년 대표팀뿐만 아니라 도쿄 베르디에서도 20세의 나이에 주장완장을 차는 등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아우르는 리더십 또한 인정받았다. 경기 중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실수를 종종 범하기도 하나 주변을 잘 이용할 줄 아는 넒은 시야와 깔끔한 태클이 더욱 두드러지는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은 수비수로서 지능적인 면이 돋보이는 선수 하나만을 잃은 것이 아니다. 최근 부산의 산전수전을 팬들과 함께 겪은 몇 안 되는 선수가 떠나간 것이다.
 
2006시즌 이강진이 부산에 합류한 뒤로 부산은 이안 포터필드-김판곤-앤디 에글리-박성화-김판곤-황선황 까지 총 여섯 번의 감독이 교체되었다. 이 와중 '판곤 매직'의 등장, 부진의 연속이었던 '괴짜'감독 에글리, 15일 반짝 감독 박성화, 리그 최하위나 다름없는 13위로 시즌 마감 그리고,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계속된 무승의 연속 등.
 
이렇게 힘들었던 어두운 터널에서 함께한 선수들 중 2009시즌 부산에 적을 두고 있는 선수는 정유석, 이승현, 이강진. 단 세 명. 그 와중에 이강진이 이적함으로써 이제 두 명뿐인 상황이 됐다.
 
그리고 부산의 선수들 중 허정무호를 경험한 선수는 다섯 명. 그 중 하나가 또 이강진이었다. 국가대표팀에 한 번 다녀오면 축구를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부산으로서는 경험이 많은 선수 하나를 잃게 된 것이다.
 
경기 외적인 요소이지만 선수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에서 안정환이 돌아왔던 2008시즌을 빼고 마땅히 꼽을만한 스타선수가 없다. 부산에서 프렌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후보로는 이승현과 이강진이 있었다.
 
둘의 공통점은 2006시즌 입단 동기이고 나이도 젊다는 점이다. 또 특히 청소년대표, 올림픽대표, 국가대표까지 모든 연령대 대표팀을 차근차근 밟아왔다는 점 또한 그 둘이 동시에 가진 장점이다.
 
중소클럽이 프렌차이즈 스타를 키워낸다는 것은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빅클럽들로부터 유망한 선수들을 지킬 수 없는 것은 중소클럽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나 다름없고, 돈으로 움직이는 요즘 시대에 한 팀에만 머물며 은퇴하는 '원클럽맨', 즉 레전드를 갖는다는 것 또한 선수들에게나 팬들에게나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강진이 부산에 합류했을 초반에 핌 베어벡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에 두 번 소집되었는데 두 번 다 소집되자마자 부상을 입었고, 박성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에서도 훈련 중 부상을 당하는 등 대표팀에 차출만 되면 부상을 입어 부산으로서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산은 이강진을 믿고 끝까지 재활회복에 힘썼고, 이강진도 다시 그라운드를 밟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런 선수가 FA가 풀리자마자 J리그 팀으로 가게 되니 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부산 입장에서는 군미필인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떠나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지만, 보통 FA 선수들이 12월에서 1월 즈음에 행선지가 결정나는 것을 보면 부산이 너무 빨리 이강진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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