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이유리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MBC 수목드라마 ‘봄이 오나 봄’은 배우들의 연기 열전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다. 그중 이유리는 김보미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몸이 바뀌는 설정 속에 우아한 이봄(엄지원 분)과 터프한 김보미를 코믹하게 오가며 웃음을 안긴다. 이유리의 연기력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01년 데뷔 이후 여러 작품에서 내공을 쌓았다.
이유리 하면 2001년 KBS 드라마 '학교4'를 빼놓을 수 없다. 연기를 시작하게 해준 작품이다. 뻗친 머리가 잘 어울리는 당돌한 반항아이지만 외로운 미술학도 박서원 역을 실감 나게 소화해 청소년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른바 ‘날라리’ 여학생 팬도 이유리의 연기에 감동 받아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비화도 존재한다.
이전까지는 인터넷을 검색해 무보수로 대학생 단편 영화에 출연하고, 오디션에만 100번 넘게 떨어지는 등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없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이유리의 간절함은 빛을 발했다. ‘학교4’ 오디션도 떨어졌지만 감독이 기회를 준 덕분에 단역으로 나섰다 주인공으로까지 성장하며 길이 열렸다.
‘학교4’로 인상을 뚜렷하게 남기고 청소년연기상까지 받은 이유리는 2002년 KBS ‘명성황후’에 캐스팅돼 사극에 도전했다. 허약한 순종의 첫 번째 아내인 순명효황후의 성인 역할을 맡았다. 단아한 매력으로 전작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KBS 일일드라마 ‘사랑은 이런거야’에 최강희의 동생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재수생으로 캐스팅되는 등 주가를 올렸다.
이유리의 대체 불가 악역 연기와의 인연은 KBS ‘러빙유’ 부터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 유진과 박용하의 사이를 방해하고 유진을 괴롭히는 표독스러운 악역으로 존재감을 남겼다. 안티는 늘어났지만 그만큼 인기도 급상승했다.
보통의 배우들은 악역을 하면 광고 섭외가 뚝 끊기지만 이유리는 달랐다. 빗발치는 러브콜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해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2003년에만 무려 4편의 드라마에 출연한다. KBS ‘아내’, SBS ‘스무살’, KBS ‘노란 손수건’, MBC ‘아르곤’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아내’에서 김승수와 로맨스를 꾸려갈 예정이었는데 청춘드라마 ‘스무살’에서 주연 제의를 받고 중도 하차했다. 공유와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조기에 종영하는 아픔을 겪었다. ‘노란 손수건’에서는 막무가내 공주과 캐릭터로 연정훈, 한가인과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2004년 공포 영화 ‘분신사바’로 스크린에도 데뷔한다. 흥행 성적은 저조했지만 촬영 중 화상,오물세례, 갯지렁이 시식 등 고군분투하며 열연했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유리는 KBS 2TV ‘부모님 전상서’에서 대가족의 막내 딸 안상미로 분해 김수현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김희애, 허준호, 이동욱, 유승호 등이 출연한 ‘부모님 전상서’는 시청률 35%대를 넘으며 사랑 받았다. 이유리 역시 연기자로서 성숙의 단계를 맞았다.
2006년 김수현 드라마에 두 번 째 출연하며 당당히 김수현 사단에 합류한다. 당시 ‘궁’의 주인공 후보 1순위였지만 SBS ‘사랑과 야망’을 택하며 청춘스타보다는 배우의 길을 선택한다. 절름발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선희 역을 맡아 같은 나이대의 배우 중에서 도드라지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끊임없이 대본과 캐릭터를 연구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KBS ‘엄마가 뿔났다’(2008), MBC ‘사랑해 울지마’(2009), SBS ‘당돌한 여자’(2010), 등에서 연이어 활약했다.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에서 밝고 씩씩한 여자 조미 역을 맡아 장편드라마 첫 주연을 성공적으로 꿰찼다. 아침극 ’당돌한 여자‘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결혼 2년 차 새내기 주부이자 늦깎이 대학생 지순영 역할로 또 한 번 주연에 안착했다.
선과 악 어떤 연기든 소화하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2011년 MBC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러빙유’ 이후 9년 만에 악녀를 맡았다.
김현주에게 열등감을 표출하는 악역이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 가난한 집안 등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로, 못됨 속의 짠한 면모를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후 tvN ‘노란 복수초’에서도 복수의 화신으로 나왔다.
희대의 악녀 연민정 역을 맡아 악역의 절정을 보여준 MBC '왔다 장보리’는 신의 한 수였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엄마 황영희와 딸 김지영까지 버리고 매번 거짓말을 일삼는 연민정을 혀를 내두르게 하는 못된 연기로 찰떡같이 소화했다. 시청자의 투표로 데뷔 13년 만에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KBS '천상의 약속', tvN ‘슈퍼대디 열’, KBS '아버지가 이상해', MBC ‘숨바꼭질’ 등에서 활약하며 시청률 퀸의 입지를 굳게 다졌다. 자기주장이 분명하지만 허당기 있는 변호사 변혜영을 연기하며 연민장의 그림자를 지워냈다. ‘숨바꼭질’에서는 겉으로는 재벌가 상속녀지만 진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민채린의 내면을 강렬하게 소화했다.
현재 MBC 수목드라마 ‘봄이 오나 봄’에 출연 중이다. 시청률이 낮아 아쉽지만 연기만큼은 명불허전이다. 욕망에 불타는 김보미 캐릭터를 코믹하게 소화해 밉지 않게 그려냈다. 이봄으로 몸이 바뀐 뒤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연기해 웃음을 준다. 데뷔 후 긴 무명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역할을 맞춤옷 입은 듯 소화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리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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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