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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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왜 흔들릴까?

기사입력 2005.11.02 08:19 / 기사수정 2005.11.02 08:19

손병하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흔들리고 있다.

부활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맨체스터가 최근 2년간의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지난 주말엔 리그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미들스브로에게 1-4라는 충격적인 참패를 당해 퍼거슨 감독을 비롯한 팀 전체가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7일 있을 첼시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최대한 승점을 좁히겠다는 팀의 청사진은 이번 패배로 당분간은 멀어졌다.

여기에 지난 1일, '캡틴' 로이 킨이 존 오셔, 키에런 리차드슨, 대런 플레쳐 등의 팀 동료를 맹비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팀 내부의 문제까지 불거져 나왔다. 이전에도 반 니스텔루이와 리오 퍼디낸드가 잦은 다툼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맨체스터는 이래저래 구단 안, 밖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시즌 전, 리그 정상 탈환을 외치며 단일 시즌 최다 골까지 경신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호언장담은 쏙 들어간지 오래고, 1위인 첼시와의 승차를 운운하기 전에 아스날, 뉴캐슬, 리버풀 등 중-하위권 팀에게 밀리지 않는 것이 우선과제로 떠올랐다.

프리미어리그의 우승후보 1순위인 '로만제국' 첼시를 잡을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손꼽혔던 맨체스터가 왜 이렇게 삐걱대며 흔들리는 것일까?

새로운 리더의 필요성을 느끼는 맨체스터

물론 맨체스터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주전 선수들의 줄 부상이다. 4-3-3을 사용하고 있는 맨체스터가 수적으로 부족한 미드필더라인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양쪽 측면 윙백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주전 윙백인 게리 네빌과 가브리엘 에인세가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제외되어 측면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고, 팀의 수장인 로이 킨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포춘과 루이 사하, 웨스 브라운, 숄샤르 등 즉시 전력감인 선수 대부분이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이런 공백을 리차드슨이나 존 오셔 대런 플레쳐 등이 막고는 있지만 적지 않은 기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표면상으로 불거져나온 문제 못지않게 큰 문제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선수단에 있다.

맨체스터는 에인트호벤에서 입단한 박지성의 가세로 노장 라이언 긱스의 출장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팀의 '캡틴'이었던 로이 킨의 부상으로 팀의 리더를 잃어버렸다. 폴 스콜스가 있긴 하지만 부쩍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는 스콜스에게 게임 리딩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따르고, 경기장 밖에서의 리더쉽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인정할만한 공식적인 주장의 인계가 없다 보니, 맨체스터 전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반 니스텔루이나 리오 퍼디낸드 같은 중 고참 선수들이 팀의 새로운 리더가 되기 위해 나서고 있고, 최근엔 이제 스무 번 째 생일을 지낸 웨인 루니도 '앞으로 맨체스터의 주장이 되고싶다.' 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뚜렷하게 팀을 이끌만한 인재가 없다 보니 선수들은 흩어지고 있고, 이런 모습들은 그들이 치르는 경기력에서 나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맨체스터의 최근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프리미어리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설픈 전형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격-허리-수비 라인의 3선 밸런스는 전반 중반부터 50m 이상 벌어져 상대에게는 공간을 허용하고 팀 스스로에게는 힘든 패스 게임을 하도록 자초하고 있다.

폴 스콜스-앨런 스미스-대런 플레쳐가 맡는 중원은 수비와 공격 어느 곳에도 효과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공격-수비와 동떨어진 플레이를 펼칠 때가 많다. 그렇다고 양 측면의 풀백이 허리의 부실함을 받쳐주지도 못해 맨체스터의 중원은 거의 상대에게 점령당하고 있다.

중원이 무너지면서 실베스트레와 퍼디낸드 등 중앙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1:1 혹은 2:1로 상대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자주 겪어야 했고, 반 니스텔루이를 비롯한 공격진들은 공격을 허리의 지원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선수들을 독려하고 팀을 재정비하는 리더가 없다 보니, 선수들은 화이팅을 외치고 경기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실망스런 동료의 플레이에 한숨을 먼저 내쉬고, 외면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미들스브로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중원을 완전히 상대에게 봉쇄당하며 경기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하셀바잉크나 멘디에타 같은 상대 공격수들은 중원을 장악한 미드필더진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쉽게 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

최근의 맨체스터는 수비와 허리 공격 모두가 매끄러운 연계성을 지니며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고, 모래알같이 흩어져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주전 선수들의 부상 공백에 따른 기본적인 전투력 상실에도 있지만, 더 큰 부분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선수단을 휘어잡으며 리드해 나갈 '캡틴'의 부재라는 점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도 씹어야 하지만, 맨체스터는 스스로 그 잇몸 역할을 하며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선수가 없어 먹이를 줘도 제대로 씹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맨체스터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로이 킨의 역할을 물려받을 새로운 리더의 탄생이 시급해 보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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