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선우 기자] 다른 시간을 살게 된 김혜자와 남주혁의 특별한 인연이 다시 얽히기 시작했다. 국민배우 김혜자만이 가능한 하드캐리는 유쾌한 웃음 속에 녹여진 짙은 여운을 안겼다. 시청률 역시 6%를 돌파하며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4회는 전국 기준 5.4%, 수도권 기준 6.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다시 갈아치우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이날 시간을 돌린 대가로 한순간 늙어버린 혜자(김혜자 분)와 준하(남주혁)의 인연이 다시 시작됐다. 여기에 노인 홍보관에 나타난 남주혁의 반전 엔딩까지 더해지며 시청자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혜자는 난리 통에 집을 나간 밥풀이가 준하네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준하네 강아지가 밥풀이임이 분명했지만, 정작 자신을 몰라보고 으르렁대기만 했다.
늙어 버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 스물다섯 혜자가 자주 입던 옷을 입고 다시 준하의 집을 찾았다. 혹시나 준하도 알아보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준하도 밥풀이도 혜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미 녹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정을 들인 준하도 혜자의 말만 믿고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혜자와 준하는 선택을 밥풀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물어 버린 밥풀이에 혜자는 설움이 폭발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난 줄 알았어야지”라는 혜자의 하소연은 어쩌면 준하를 향한 것이었다.
그런 혜자를 보며 스물다섯 혜자를 떠올리던 준하는 속상해 앓아누운 딸 걱정에 찾아온 아빠(안내상)에게 밥풀이를 돌려줬다. 준하가 마음 쓰이긴 혜자도 마찬가지였다. 혜자는 고마운 마음에 반찬을 싸 들고 준하네 집을 찾았다가 아버지와의 다툼을 목격하고 그 역시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날은 준하 할머니의 49제였다. 혜자가 가져다준 음식을 제상에 올리고 포장마차에서 혜자와 만난 준하. 나란히 앉은 혜자와 준하는 그렇게 둘이서 할머니를 기렸다.
다시 시작된 혜자와 준하의 교감은 뒤엉킨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내가 널 못 찾으면 네가 날 찾았어야지”라는 섭섭하고 애타는 마음에도 혜자가 준하를 생각했던 특별한 진심이 있었다. 힘든 시기를 홀로 지나는 준하도 “봄바람처럼 훅 불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게 꿈같다”며 혜자를 그리워했다. 준하는 혜자를 보며 스물다섯 혜자를 떠올렸고,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혜자는 준하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위로했다. 예전처럼 다시 포장마차에 마주 앉은 혜자와 준하의 특별한 교감은 애틋한 관계의 묘를 살리며 눈빛만으로도 따뜻한 감정을 안방에 전했다.
늙어버린 혜자를 유난히 낯설어했던 아버지와의 거리도 한걸음 가까워졌다. 도시락을 들고 아버지가 경비 일을 하는 아파트로 찾아간 혜자는 갑질을 하는 주민의 행태에 참지 못하고 나섰다. 누구냐고 묻는 주민에게 저도 모르게 “엄마”라고 말한 혜자는 “젊은이도 엄마 앞에서 딴 사람한테 야단맞으면 좋겠어”라고 울먹거렸다. 함께 돌아오는 길 머쓱하고 미안한 혜자의 손을 잡은 아버지는 “내 편 들어줘서 든든했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날 포장마차에서 아버지는 처음으로 멸치볶음을 입에 댔다.
혜자와 가족들이 보여주는 애틋한 가족애는 뒤엉킨 시간 속에 더 뭉클하게 전개됐다. 몸은 70대이지만 스물다섯 혜자를 세밀하게 그려낸 김혜자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고, 깊은 어둠의 터널을 홀로 지나는 준하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낸 남주혁은 극의 흡인력을 높였다. 여기에 늙어버린 딸을 바라보는 심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며 가슴 먹먹함을 자아낸 안내상과 이정은부터 극의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는 손호준의 온몸 던진 연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특별한 시간을 따뜻하게 그린 ‘눈이 부시게’만의 차원이 다른 감성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리며 찬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방송 말미 홍보관에 등장한 준하의 충격적인 엔딩은 궁금증을 고조시켰다. 동네 노인들과 함께 ‘노치원’으로 불리는 홍보관에 발을 들인 혜자는 반짝이는 옷을 입고 트로트를 부르는 준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기자를 꿈꾸며 반짝였던 준하의 시간도 빛을 잃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늙어버렸지만 주어진 현실에 적응해가는 혜자와 여전히 청춘임에도 시간을 내던져버린 준하의 시간이 어떤 눈부신 순간을 만들어낼지 앞으로의 이야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눈이 부시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한순간에 늙어 버린 스물다섯 청춘 ‘혜자(김혜자/한지민)’를 통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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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기자 sunwoo61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