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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 "행복했던 '극한직업', 생각보다 빨리 온 꿈같은 시간들"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2.04 11:40 / 기사수정 2019.02.04 09:2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제게는 생애 제일 큰 역할이기도 했어요.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저 진짜 시켜주실 수 있어요?' 말했다니까요."

배우 진선규가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을 통해 유쾌한 새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작품의 시작부터 3일까지 729만 관객을 넘는 파죽지세 흥행 속에 진선규의 뿌듯함도 더욱 커져가고 있다.

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에서 진선규는 사건 해결보다 사고 치기에 바쁜 마약반의 트러블 메이커 마형사 역을 맡았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치킨집을 위장창업하게 되고, 이 가게가 뜻밖의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수원 왕갈비집 아들로, '갈비인지 통닭인지 모를' 치킨의 새로운 양념을 만들어내며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는 이가 마형사다.

진선규는 "'극한직업' 시나리오가 청룡영화상에서 조연상을 받고난 뒤 거의 처음으로 받았던 작품이었거든요. 정말 재미있게 보면서, 마형사가 극 중에서 어떤 위치인가를 살폈었죠. 그런데 역할이 너무 크더라고요"라고 떠올리며 웃었다.

"이런 경우가 사실 처음이었으니까요.(웃음) 마형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좋았어요.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저 진짜 시켜주실 수 있어요?' 이렇게 물었다니까요.(웃음) 제게는 그만큼 큰 역할이었고,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재미있게 만들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촬영 당시에도,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지금도 '극한직업' 5인방의 '독수리 오형제'같은 든든한 조합이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여전히 휴대전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교류하고 있는, 안팎이 행복했던 현장과 사람들이었다.


진선규는 "배우들 각자의 개성이 다 있으면서도, 또 서로를 잘 어루만져 줬던 것 같아요. 매 신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제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상대와 함께 연기하면서 받은 자극도 있었고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에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것이 저의 생각인데, '극한직업'은 제가 정말 편하게 연기할 수 있던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섯 명 모두가 그 부분이 잘 어우러졌었죠"라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2000년 연극 '보이첵'으로 데뷔한 이후 2004년 '안녕, 아리'를 시작으로 이어졌던 스크린 활동까지 긴 무명 생활 끝 힘찬 날갯짓을 편 그에게도 코믹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공연을 할 때는 코믹 연기도 좀 해봤었는데, 그래도 정말 어렵더라고요. 캐릭터를 잡는 것은 늘 해왔었던 것이니까 마형사로서의 액션, 요리 연습 같은 것은 당연히 했지만 말이죠. 연극에서는 한 호흡으로 계속 가다 보면 무언가 많이 실패해도 그 다음에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순간적으로 탁 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나요. '레디, 액션'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처음엔 좀 헤매게 되더라고요. 제가 아직은 영화에서 배워야 할 코미디 호흡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께도 '정말 이렇게 해도 돼요?'라고 계속 물어보며 맞춰나갔던 것 같아요."

마형사 캐릭터를 위해 실제 전문가에게 닭 발골을 배우는 등 다양한 경험이 이어졌던 시간들이었다.

"집에도 30마리의 닭을 가져가서 연습하기도 했었죠. 얼마 전에는 다른 촬영을 하다가 저녁에 옛날통닭을 먹게 됐었거든요. 주변 분들이 ''극한직업' 촬영했으니까 통닭 한 번 잘라봐'라고 하셔서, 제가 통닭 두 마리를 뜯고 뜯어서 32등분을 했다니까요. 그 모습을 본 주변인들도 '정말 연습 열심히 했나보다'라고 인정해줬어요.(웃음) 영화에는 좀 덜나왔지만, 실생활에서는 많이 나왔기 때문에 괜찮아요.(웃음)"

자신의 얼굴이 크게 자리한 포스터만 봐도 놀라고, 행복하다며 감격한 진선규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못생김'만 보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래퍼 비와이처럼 머리카락을 전체 다운펌한 것이거든요. 그때 제 헤어스타일이 애매하게 길었는데, 마형사가 약간은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처음에 모니터로 본 제 모습이 너무 못생겨서, 감독님께도 '저 너무 못 생겼어요' 하소연했는데, 감독님께서 '괜찮아요. 매력 있게 나올 것이에요'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전 끝까지 그 말을 믿지 않았죠. 저의 못생김만 계속 보이더라고요.(웃음)"


'극한직업'에 대한 애정을 전하는 진선규의 얼굴에는 끝없이 미소가 번졌다.

"'극한직업'은 현장 자체가 즐거웠어요. '범죄도시' 때는 심오하게 '저 사람을 어떻게 죽여야 하지', '어떻게 더 무섭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선 그러지 않아도 됐었으니까요"라고 웃으면서, 여러 명의 취재진과 함께 했던 인터뷰 자리도 ''극한직업' 덕분에 가능한 것 아니겠냐'며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이전보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더 많이 알리게 된 시간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도 얘기했다.

"처음 연극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작은 역할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조금 달라진 것이려나요.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시면 인사도 드리고 그렇게 있죠. '범죄도시' 때 머리가 짧았을 때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셨는데, 지금은 머리카락이 좀 자라서 모자를 쓰고 다니고 하면 눈썰미가 좋은 분 아니면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편하게 다니고 있어요.(웃음)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제가 집에서 쓸 돈들이 여유가 생기고 어디 나가서 후배들에게 밥 한 번 사줄 수 있다는 것이 그래도 나아진 것 아닐까 해요. 정말 딱 그 정도요. 어디에 투자를 하고, 집을 사고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웃음) 제가 쓸 돈, 아기들과 집에서 쓸 돈이 있고 후배들에게 밥 한 두 번, 많게는 세 네 번 사줄 수 있는 그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웃음)"

대학생이 되며 서울에 올라와 15년 넘는 자취 생활을 이어갔고,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창단하는 등 연기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지금의 이 시간을 만들어냈다.

고향 경남 진해에서 아무 연고도 없었던 서울에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생했던 일화들, 또 결혼 후 집에 쌀이 떨어졌을 때도 에너지를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전하며, 그 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자신을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함께 전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듣긴 해요. 저는 노를 젓기보다는, 제가 가야 할 곳을 확실히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제가 수상소감으로도 말했던 것처럼, 좋은 배우의 길이 정확히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딘가에 그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작품도 고를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지도를 다시 펴고 제가 갈 길을 다시 찾아봐야죠. 만화 '원피스'의 루피 캐릭터를 보면 그 길을 같이 하는 동료들을 차근차근 모으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에요.(웃음)

수많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즐겁게 내 일을 하다보면 나도 저런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겠지'라는 꿈을 꿨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할 수 있게 됐잖아요. 이러다 보면 멜로도 어느 순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 제가 너무 자만했나요?(웃음) 늘 그럴 때마다 저를 도와준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던 것이니까 좀 더 조심하고 조신하게, 겸손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제가 연기할 수 있는 비슷한 부분들을 계속 꺼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부족해질 때가 있을 테니, 제 안에 있는 다른 느낌들을 계속 찾아내보고 싶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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