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내비쳐 온 일본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신작 '미래의 미라이'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16일 개봉한 '미래의 미라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쿤이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 후 달라진 변화 속에서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고, 시공간을 초월한 특별한 환상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지난 7일(한국시간) 열렸던 2019년 골든글로브 장편애니메이션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 등 공감 가득한 스토리로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2015년 9월 기획 이후 2018년 일본 개봉에 이르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미래의 미라이'를 위해 달려왔다. 시작은 자신의 육아 경험이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4살 아들이 갓 태어난 여동생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다"고 운을 뗐다.
'미래의 미라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세상의 한 구석에 있는 정말로 조그마한 집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그려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것인지,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가족의 가치관이란 무엇인지 또 이런 가치관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 변해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아이를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어 담아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미래의 미라이'를 접한 이들은 극 중 4살로 등장하는 쿤의 목소리를 연기한 신예 카미시라이시 모카와의 목소리 조화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왔다.
2000년 생인 카미시라이시 모카는 전국적인 오디션을 통해 10세의 나이로 최연소 그랑프리에 선정되며 화려하게 등장했고, 2012년 데뷔 이후 이번 '미래의 미라이'를 통해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추게 됐다. 특히 미라이 역의 오디션장에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제안으로 쿤의 목소리로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 바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카미시라이시 모카가 미라이 역할의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쿤의 대본을 주고 목소리를 들어봤는데 쿤을 하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뜻도 있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쿤이 어린 아이이긴 하지만, 쿤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단순히 어린 아이가 짊어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넘어선 것들이다"라며 "가령 사랑을 잃은 사람이 그 사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세상을 알려고 하는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어린 아이, 젊은이뿐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랑을 잃은 사람이 이를 어떻게 되찾으려고 하는가에 대해 관객이 그 내용 자체를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아주 어린 아이의 목소리보다는 조금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말을 이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를 비롯해 지난 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까지, 작품을 통해 현재 일본 사회에서 그려지고 있는 가족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역시 "일본의 가족 형태도 지금 변화의 한 중간에 있다"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는 지금 거의 없어지고 있다. 지금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사회가 봉사해야 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가족이 있어야 될 어떤 형태에 대해서 사회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 옳다고 생각하는 형태를 모색해서 본인들이 정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변화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여나갈 것인지가 지금 사회의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차분하게 전했다.
또 "저도 새로운 가족 형태에 어떤 것이 있는지, 이런 새로운 가족 형태를 발견해서 이야기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생각들이 아닐까 싶고, '어느 가족'도 이런 면에서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의 시선도 전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사실 어린 아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 아이가 없을 때와 비교해서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대부분의 부모들이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비슷하게 걱정을 많이 할 것이다. 제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만이 갖고 있는 건강함으로 어른들의 불안을 다 날려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나서 자신들의 힘으로 미래에 있는, 이 세상의 빛나는 부분을 꼭 찾아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처럼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꼽았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저와 상관없는 시간이 아니라, 제 인생에서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는 후회를 청산할 수 있는 시간대로 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 부모님이 살아계셨을때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이전에, 좀 더 젊으셨을 때 하지 못한 말과 행동들을 다 하고 싶다. 그것을 해야만 제 인생이 완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은 타임워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농담 어린 어조로 다시 편안하게 분위기를 풀었다.
매 작품,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좀 더 큰 주제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는 그런 표현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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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