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은영 기자] 이정섭이 굴곡진 삶을 밝혔다.
10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는 배우 이정섭이 출연했다. 이날 이정섭은 종갓집 종손으로 살았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이정섭은 보수적이고 엄격했던 집에서 자랐다.
이정섭은 "여자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계집애'였다. 계집애들하고 노는 거 좋아해서 공기 잘하고, 고무줄 잘하고 계집애들이 하는 거 다 좋아했다"고 밝혔다.
이정섭은 이어 "예쁜 것도 좋아했다"며 "굉장히 놀림당했다. 그래서 고쳐보려고도 했다. 그래서 웅변 반도 들어갔는데 성격이 고운 거 좋아하고 그렇게 또 놀림당하고 그러는 게 싫지는 않았나 보더라"고 했다.
이정섭은 어린 시절부터 유독 남달랐던 자신의 끼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정섭은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섭은 "중, 고등학교 때도 방송반 극본 배역에 꼭 뽑히더라. 연극에서도 여자 역만 주더라. 한국무용까지 하니까.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또 여자가 주연인데 스물일곱 살 먹은 노처녀를 주더라"고 말했다.
이정섭은 목소리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이정섭은 "남자 역만 하면 호흡이 안 돼서 탄로가 나잖나. 그래서 연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이정섭을 스포트라이트 받게 해준 작품이 있다. 바로 MBC '사랑을 그대 품 안에'(1994)다. 이정섭은 이 작품을 통해 이정섭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정섭은 "저라는 사람을 띄어준 드라마다. 물론 차인표 씨가 훨씬 더 뜨고 신애라 씨와 부부가 됐지만 나한테도 관심이 많더라. 여자 같은 남자. 송기윤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완전히 정리해버렸다더라. 나 이후에는 많은 사람이 여성화된 남자의 병폐적인 말투를 따라 했었는데, 내 캐릭터를 확실히 가져버렸다"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큰 활약을 펼쳤지만, 이정섭은 위암 진단을 받게 됐다. 이정섭은 "암에 대해 관심이나 뒀었나. 막막하더라. 어려서부터 종손으로 듣고 자란 말이 '부모보다 먼저 가는 것이 불효다'였다. 어머니한테 알리지 마라. 식구들 아무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모와 자식들이 걱정하는 것이 싫어 아내에게만 알리고 수술대에 오른 이정섭. 이정섭은 "위암 1기 초기였다. 제일 나중에 위에서 장으로 내려가는 게 거기에 암세포가 좀 많이 있고 양쪽으로 아주 조그맣게 점이 있어서 위를 잘라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체중이 5kg 빠지다가, 8kg, 나중에는 12~13kg 빠지더라. 이제는 몸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정섭에게는 또 다른 위기도 있었다. 가세가 기울어 종갓집의 가장이 됐던 것. 결국 그는 요리 사업을 시작해 22년간 이어갔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유은영 기자 y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