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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인간극장' 이순재 아내, 53년간 남편의 그림자로 산 이유

기사입력 2019.01.10 08:23 / 기사수정 2019.01.10 09:3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간극장' 이순재의 부인 최희정 씨가 53년 간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10일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에는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의 일상이 그려졌다.

이순재는 제자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연기할 때 빼고는 부드럽고 친절한 할아버지다. 제자들은 이순재에게 "큰 나무 같은 존재다. 감사하고 존경한다"며 가르침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순재는 "자신감을 갖고 해"라며 제자들을 격려했다.

다음날 아침, 골프를 치러 나갔다. 한 달에 한 번 후배 연기자와 함께 하는 골프 모임의 최고 연장자다. 건강 상태를 묻는 후배에게 "괜찮다. 1년 내내 연극한다"고 답했다. '어떻게 그렇게 정정하냐'고 묻는 제작진에게는 "평상시 움직이는 것이 다 운동이다"라며 웃어보였다.

이한위는 "재밌고 대화할 때도 거침없다. 인물, 역사, 방송에 대해 우리가 질문할 때마다, 함께할 때마다 그 많은 기억이 굉장히 놀랍다. 인간적으로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유승봉은 "내가 이분은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강직함과 지적인 면, 검소함과 열심히 하는 것, 좌절하지 않는 모든 걸 존경한다"고 했다.

스케줄 사이 틈을 내 냉면집에 들러 김치전, 냉면을 먹었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와 늘 바깥에서 밥을 먹는다고 한다. 이순재는 젊은 시절 하루를 네 등분으로 나눠 일해 먹고 일하러 가기 바빴다. 그 습관이 평생 이어졌고 먹는 것에는 욕심이 없다.

이순재는 연기 인생 63년을 보내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지난 1년 동안 그의 작품 활동을 기록해왔다. 서울대 철학도의 운명을 가른 건 외국의 명화였다. "명배우를 처음 봤다. 그다음부터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화는 다 봤다. 완전히 팬이었다. 대단한 사람이었고 읊어 재끼는 소리가 셰익스피어 전문가다.시를 읊는데 소름이 돋더라"고 이야기했다.

이순재는 "사실 선배들이 그때그때 남긴 커다란 업적이 있다. 그런 것들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실제 활동한 영상 자료만 남아있지 실제적인 구술이나 그분들의 입장, 사상 등은 남은 게 없다. 그런 게 남아야 또 하나의 역사가 되고 후학들이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의미를 밝혔다.

이순재는 1956년 첫 연극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국민 아버지에서 야동 순재까지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그때(1982년 '풍운') 내가 담배를 끊었다. 흥선 대원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자꾸 목에 장애가 오고 소리가 잘 안나고 그렇더라. 담배를 끊자 결심했다. 고종이 등극하고 흥선 대원군이 섭정하고 만조백관을 앞에 두고 한 4분 이상 몰아치는 두 장짜리 연설문이 있다.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목에 장애가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끊었다"고 이야기했다.

후배 최수종은 "하얀 눈이 내렸는데 발자국이 딱 있는 거다. 왠지 여기만 따라가면 안전할 것 같고 여기만 가면 우리의 목표치에 도달할 것 같은 그런 분이다"고 말했다.

이순재의 부인 최희정 씨는 이순재가 출연 중인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러 왔다. 최희정 씨는 촉망받던 무용가였지만 가난한 연극 배우인 이순재와 결혼해 꿈을 포기했다.

최희정 씨는 "(이순재는) 이 길밖에 없다. 다른 건 생각이 안 되나 보다. 이순재는 종일 중얼중얼 대사를 외운다. 집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 부인이 뭘 하는지,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는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신경을 안 쓴다. 내가 뭐라 하니까 집안에 열중하면 나가서 일을 못한다더라. 나도 예술을 해봤기 때문에 머리 아픈 얘기를 하면 화면이 예쁘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내가 모두 처리한다. 이 직업을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울 거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의 부인은 그늘에 있어야 한다. 비추어지면 안 된다"며 53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최희정 씨는 남편 이순재의 포스터 사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연극이 끝난 뒤에는 감상 평을 이야기하는 등 애정을 드러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KBS 1TV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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