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가수 신효범은 강아지 4마리,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또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전원생활 중이다. 미니멀라이프를 꾸린 그는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2019년 새해 목표를 물으니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보통 이루고 싶은 것을 열거하는 이들과는 다른 답이 돌아왔다.
“목적이나 꿈을 만드는 게 무의미해요. 이루기 위해 노력할 시간이 많은 어릴 때나 하는 거지. 인생의 몇 퍼센트까지 할애할지 정해야 해요. 올인하는 건 말이 안 돼요. 끊임없이 꿈꾸지 않으면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어른도 많지만 난 불들 생각이 없어요. 물론 저도 40대 때는 그래도 되는지 몰라 고민이었어요. 그렇게 가야 하는지 알았는데 이제는 가지고 못 가진 것에 두렵지 않더라고요."
비혼 스타 중 한 명인 그는 연애와 결혼에도 초연하다. “연애로 고민할 나이는 아니에요. 관심도 없고 귀찮아. (웃음) 내추럴하게 그냥 사는데 누구를 만나서 설명하고 뭘 해야 하고 안 해야 하고. 결혼하면 또 지지고 볶고 어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신 싱글 중년 스타들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해 좋은 인연을 맺었다. 신효범은 당시 화끈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연출이나 대본 없이 다 리얼이에요. 오늘 이걸 할 거라며 던져줄 때도 있지만 우리끼리 뭐할지 정하고 재밌어요. 평소에 오랜 지인들과 밥 먹고 차 마시는 게 다인데 1박 하면서 노는 거잖아요. 지금도 서로 연락해요.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밥도 먹고요. 첫 공연 때 화환도 보내줬어요. 고맙죠. 내가 뭘 한다고 떠드는 스타일이 아닌데 어떻게 알고 화환을 보내줬어요.”
1988년 제2회 MBC 신인가요제 금상 이후 이듬해 1집 앨범 '사랑을 누가'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인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난 널 사랑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데뷔 32년 차인 그는 “기억이 별로 안 난다. 뭘 했는지, 무슨 상을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건 남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기억할 일이에요. 내가 기억해서 뭘 하겠어요. 그걸로 자존감을 세우면 금방 무너질 것 같지 않나요. 미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실하게 해 기대 이상의 박수가 왔을 때 기뻐요. 기대 이하의 피드백이 오더라도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죠. 너무 기쁜 것도 싫고 슬픈 것도 싫어요.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바쁘면 바쁜대로, 너무 기뻐봤자 슬퍼봤자 소용없고 중간치로 살고 싶어요.”
데뷔 30년이 넘은 만큼 매너리즘이 찾아올 법하지만, 신효범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몇 명이 앉아있든 보람은 늘 있어요. 사람이 많아야 대중이고 10명밖에 안 되면 대중이 아닌 건 아니니까요. 누가 무대에 서도 관심 없는 관객도 있는데 그래도 상처받지 않아요. 처음에는 상처받았는데 늘 존중받을 수는 없죠. 단 몇 명이 있어도 무대가 보람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내 삶에서 이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노래하는 게 좋아요. 소중하고 재밌어요.”
다만 90년대와 달리 요즘의 음악 시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털어놓았다. 완성도 있는 앨범으로 진검승부를 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보다 감성, 감정이 상실된 기계 같은 음악이 주를 이루는 것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꺼냈는데 맛이 없으면 버리는 자판기 커피처럼 소모적이잖아요. 찾아 먹는 재미가 없어요. 곡이 가슴에 들어갈 시간이 없고요. 요즘은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 개념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좋은 사운드를 찾아 음악을 들었는데 지금은 컴퓨터, 휴대폰으로 듣잖아요. 좋은 사운드가 상관없어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앨범을 내기는 어려워요. 소비가 이뤄져야 창작도 되는 건데 맨땅에 헤딩이지.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없어진 게 옛날처럼 진검승부가 없어요. 진정한 칼잡이를 만나면 무대에서 되게 재밌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날은 없으면서 겉만 화려하기만 한 칼을 들고나와 칼싸움을 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차근차근 온 실력 있는 사람들을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가수들은 너무 멋지고 저도 그런 동생들에게 배우기도 하니까. ‘복면가왕’도 그런 친구들과 노래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 출연한 거거든요. 그런 이들과는 구분해야 할 것 같아요. 나뭇가지 하나 못 자르는 칼인데 잘리는 것처럼 보이려 겉만 번쩍하게 세팅하는데 어떻게 진검승부가 가능할까 해요. 감각적이고 멋있는 건 인정하지만 지나온 세대가 무시돼선 안 된다고 봐요. 그런데 그것 또한 내가 아니라 대중이 판단할 일이에요. 대중이 오케이하면 되는 거예요. 나는 재미없으면 안 하면 되는 거고요.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요. 내 삶도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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