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16 19:09 / 기사수정 2009.09.16 19:09
지난주 토트넘과의 리그 경기에서 명단에서 제외되며 휴식을 취한 박지성은 이번 이스탄불 원정경기에서 선발 출전할 것이 확실시되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외면했고 경쟁자인 루이스 나니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선발로 내세웠다. 그동안 강팀과의 경기 혹은 원정경기에서는 수비력이 좋은 박지성을 중용했었던 퍼거슨 감독의 취향을 고려했을 때 웃어넘기기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지성의 위기설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기자는 그때마다 섣부른 판단이라고 주장했었고 박지성은 고맙게도 기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당당히 위기를 극복해왔다. 경쟁자인 나니가 영입되었을 때도, 오랜 부상 끝에 돌아온 뒤에도, 급격한 체력저하에도 박지성은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교체투입 되었어도 그다지 위기의식이 없었고 토트넘전 명단에서 제외되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전과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선발 출전이 유력했던 세 번의 경기에서 모두 명단 제외 혹은 교체출전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박지성이 중용 받지 못하는 것일까.
▲ 4-5-1과 4-4-2 전술의 차이
베식타스와의 경기만 놓고 본다면 전술의 변화에 의한 결장일 확률이 높다. 주로 4-4-2를 즐겨 쓰는 맨유가 이번 이스탄불 원정경기에서는 4-5-1(공격 시 4-3-3) 전술을 들고나왔다. 세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며 중원을 탄탄히 한 맨유가 득점을 위해서는 공격에 나서는 3명의 선수가 공격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박지성에 비해 공격력이 뛰어난 나니와 발렌시아가 중용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4-5-1포메이션에서 중용 받지 못한 것은 호날두가 있었던 지난 시즌에도 비슷했다. 루니(혹은 호날두)가 원톱으로 나설 경우 루니와 호날두는 수시로 위치를 변경하며 균형을 맞췄고 박지성은 수비적 역할이 조금 더 필요한 4-4-2를 구사할 때에 비해 출전횟수가 현격히 떨어졌다. 그나마 호날두와 루니의 공격력으로 수비역할을 담당하던 박지성의 존재가 필요했지만 호날두가 없는 현재 맨유의 사정상 4-5-1(혹은 4-3-3) 전술을 택할 경우 박지성보다 공격력이 나은 나니와 발렌시아를 택할 공산이 크다.
▲ 베르바토프의 부진과 플레쳐의 성장
그렇다면, 리그에서의 결장의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주로 4-4-2 전술로 나서는 리그에서 박지성 결장의 원인 중 하나로 베르바토프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역시 호날두의 이적과 무관하지 않은데 폭발적인 득점력을 가진 호날두의 이적은 전체적인 득점력 저하를 불러왔다.
리그 5경기에서 5골을 터트리며 제 몫을 해주는 웨인 루니와 달리 그의 파트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고작 1골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1골도 승패와 관계없었다) 루니와 함께 득점을 책임져 줄 베르바토프의 부진이 간접적으로 박지성의 결장에 기인한다. 베르바토프의 부진으로 말미암아 맨유는 득점의 향상을 위해 조금 더 공격적인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게 되고 퍼거슨의 선택은 자연스레 나니와 발렌시아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대런 플레쳐의 성장도 박지성의 장점인 수비가담의 중요성이 축소되었다. 플레쳐는 다소 투박한 면이 있지만 넓은 활동량과 악착같은 수비로 중원을 휩쓸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 패했던 맨유가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플레쳐의 결장이다. 플레쳐는 올 시즌에도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맨유 중원의 핵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 경쟁 무기는 공격력 강화
그동안 박지성은 새로운 유형의 윙어 즉, '수비형 윙어'라고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박지성의 발목을 사로잡는 족쇄가 되었다. 반대로 해석하면 공격보다 수비가 뛰어난 윙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박지성의 공격 재능은 PSV 아인트호벤 시절과 국가대표팀에서 충분히 입증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어떨지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와 가장 비슷한 유형의 윙어 나니와 공격력과 수비력을 동시에 갖춘 발렌시아조합을 신임하고 있다. 아직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경쟁의 핵심은 바로 '공격력'이다.
영민한 움직임에 의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침투가 일품이지만 지금까지 박지성의 주 경쟁력은 활발한 움직임에 의한 많은 활동량과 수비에 기여하는 성실함 그리고 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박지성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경쟁자보다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 재계약의 의미와 전망
연이은 결장과 교체출전에 의기소침할 법도 하지만 박지성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박지성은 베식타스와의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은 시즌이 끝난 뒤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에서 꿋꿋이 버텨낸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박지성의 여유에서 알 수 있듯이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계약기간 3년에 주급 7만 파운드(한화 약 1억 4천만 원) 선에서 재계약이 확정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7만 파운드는 맨유 선수 내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아시아 마케팅 때문에 실력에 비해 많은 돈을 받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마케팅 가치가 없는 선수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뿐더러 마케팅 때문에 재계약을 체결하는 구단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이나모토는 아스날의 레전드가 돼야 했었다.
이번 재계약은 맨유 보드진과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꼭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그것이 주전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올 시즌이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이 되었고 고작 몇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현 시점에서 박지성의 전망이 무조건 밝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수많은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위기가 오면 스스로 일어서는 '오뚝이' 박지성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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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근 위기에 처한 박지성'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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