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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클린업 트리오'를 찾아서

기사입력 2005.09.02 00:48 / 기사수정 2005.09.02 00:48

서민석 기자

야구에서 중심 타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1~9번 타순의 중심을 지키면서 승리에 필요한 타점을 쓸어담는 3-4-5번 이른바 '클린업 트리오'의 무게감과 활약여하에 따라 팀의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를 팬들은 자주 봐왔다.

올 시즌 상대적으로 각 팀의 타격이 저조한 가운데 '클린업 트리오' 중 단연 눈에 띄는 세 팀의 선수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연봉이나 관록에서 단연 최고 '양준혁-심정수-김한수'(삼성 라이온즈)

프로 경력(양준혁 13년, 심정수·김한수 12년)으로 보나 연봉(양준혁 3억 3천, 심정수 7억 5천, 김한수 4억)으로 보나 가장 농익은 기량과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클린업 트리오가 바로 양준혁-심정수-김한수로 이어지는 이른바 '양-정-수' 트리오다.

모두 FA계약으로 거액을 챙긴 선수들로 FA 대박을 꿈꾸는 후배들 입장에서 귀감이 되어야 할 세 선수들은 나름대로 제 몫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94~2001년 9년 연속 3할 타율의 기록과 더불어 올 시즌까지 13년 연속 100안타 기록에 6개의 안타만을 남겨놓은 양준혁. 라섹수술 후유증으로 과거에 비해 위력적인 홈런포가 사라지긴 했지만 2003년 53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국민타자' 이승엽과의 홈런왕 경쟁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소년장사' 심정수. 눈에 띄는 화려한 활약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삼성의 핫코너를 지키다 올 시즌부터 새로운 포지션인 1루에 정착, '소리없이 강한 남자'의 진면모를 보이고 있는 김한수.

때로는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박한이나 진갑용이 클린업에 포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삼성의 중심타선인 양준혁-심정수-김한수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상대투수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하다.

최근 소속팀인 삼성이 91개의 팀홈런으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94개)보다도 적은 팀 홈런으로 5위를 달릴 정도로  장타력에 목말라 있는 상황에서 심정수-김한수는 8월 30~31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나란히 이틀 연속 홈런포로 선감독을 흐뭇하게 했고, 양준혁 역시 올 시즌 3할 타율에는 훨씬 못미치는 타율(0.260)이지만, 그가 3할을 못치고도 우승했던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고의 자리는 빼앗는 것보다 지키는게 더 어려운 법. 연봉이나 프로경력에서 단연 최고를 달리는 이 세 선수가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포스트시즌에서 할지 지켜볼 일이다.


 
▲ 동급 최고를 지향하는 양준혁-심정수-김한수


정교함과 파워을 갖춘 지그재그 타선 '김재현-이호준-이진영'(SK 와이번스)


최근 SK의 상승세는 단연 클린업 트리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김재현은  최근 들어 타격 1위자리를 이병규(LG)에게 내주긴했지만, FA 제도의 모범 답안으로 불린다(타율 0.318 17홈런 74타점 114안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호쾌한 한 방이 있는 4번 타자 이호준(타율 0.277 19홈런 58타점). 정교함에 비해 파워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올 시즌 성실히 이행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덕을 톡톡히 보고있는 이진영(타율 0.295 18홈런 69타점)이 이루는 SK의 클린업 트리오는 가히 위협적이다.

특히나 '좌 - 우 - 좌'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타선은 세 선수 중 어느 특정선수를 상대로 섣불리 투수를 교체했다가는 다음 타자에게 언제 한방을 허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상대팀 입장에선 작전을 짜는데 있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록 지난 시즌 이호준 - 이진영이 '병역비리'에 연루되어 올 시즌 종료 후 2년 동안의 공익생활을 해야하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FA로 영입된 김재현과 더불어 소속팀의 V1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군입대 이후 마지막 기회인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기 위해서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이호준-이진영. LG라는 정든팀을 떠나 SK로 이적한 첫 해. 뭔가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고 싶어하는 김재현, 이 세 남자가 앞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무슨 사고를 칠지 벌써부터 팬들은 큰 기대를 걸고있다.


▲ '좌-우-좌' 지그재그 클린업트리오를 이루는 김재현-이호준-이진영


우린 한방으로 승부한다 '데이비스-김태균-이도형'(한화 이글스)


팀 홈런(135개)1위, 팀 타율 2위(0.269)를 달리고 있는 한화.

화끈한 타선의 선봉장은 역시 3번 데이비스 - 4번 김태균 - 5번 이도형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의 공이 크다. 

특히나 데이비스 - 이도형 21개. 김태균이 18개의 홈런을 기록 팀 홈런의 45%를 쳐냈고, 뒤이은 6번 타자 이범호의 25개 홈런까지 더해지면 전체 팀 홈런의 63%를 쳐낼만큼 이들 중심타자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리고 이들의 위력이 배가되는 것은 파워 못지않게 정확도를 겸비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이도형은 0.264의 타율로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데이비스가 0.311의 타율로 타격 4위. 김태균이 0.308의 홈런을 달릴 정도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정교함에 있어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심정수(103개) - 송지만(95개) - 서튼(92개)등의 거포들이 삼진 부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도형(69개) - 데이비스(68개) - 김태균(66개)의 삼진을 기록, 선구안도 그리 나쁜편은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 비슷한 볼엔 방망이가 거침없이 나오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긴 하지만, '재활선수'들의 맹활약과 더불어 한화의 올시즌 호성적엔 중심타자들의 활약이 큰 요인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 파워와 정확도를 겸비한 '데이비스-김태균-이도형'


더욱더 완벽한 클린업트리오를 위해

타자로 프로에 입문한 선수라면 누구나 클린업 트리오의 한 자리를 꿰차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그만큼 잘하면 언론과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지만, 만약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지 못하면 반대로 따가운 시선과 질타를 감수해야하는 클린업 트리오.

비록 그들의 삼진에 울고 역전홈런에 웃는 팬들이지만 오늘 하루쯤은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구가 즐겁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느끼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없는 야구는 '앙꼬없는 찐빵'과도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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