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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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상, '베를린 악몽' 잊고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라

기사입력 2009.08.24 05:02 / 기사수정 2009.08.24 05:02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한마디로 참패였다. 초반부터 좋지 않았다고 해도 중반 이후 기대했던 한두개 종목의 결선 진출은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실현되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09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은 그야말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씁쓸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역대 최대 규모 출전, 결과는 참패...'실속이 없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은 어느 정도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차기 개최국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만큼 준비도 어느 때보다 체계적이었고, 선수단 규모 또한 19명 정예로 세계선수권 출전 사상 역대 최대였기에 나름대로 가능성을 갖고 대회에 임했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컨디션 난조, 현지 적응 문제 등으로 선수들의 기량은 최고와 한참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였다. '틈새 종목'으로 여겼던 남자 경보에서 개인 최고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록으로 중하위권에 그쳤고,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임은지(부산 연제구청), 남자 도약 종목(멀리뛰기, 세단뛰기)의 김덕현(광주광역시청)은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나마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김유석(대구광역시청)이 분전해 결선에 진출할 수 있는 기록을 세웠지만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안동시청),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대구광역시청)은 모두 몇 cm 차이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강세 종목으로 자부했던 남녀 마라톤은 모두 부진한 성적을 내며,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 중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 장면을 그저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속 빈 강정'식 훈련...'격차만 더 벌어졌다' 

사실, 이번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중 상당수가 제 실력을 발휘했다면 결선 진출은 물론 메달권도 노릴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남자 멀리뛰기, 세단뛰기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덕현은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결선 진출을 넘어 5위권 진입도 가능했다. 여자 멀리뛰기 한국기록(6m76)을 보유하고 있는 정순옥도 4위권(6m77) 진입이 가능했으며, 창던지기의 박재명(83m99)은 동메달 기록(82m97)보다 더 좋은 기록을 갖고 있어 메달권 진입도 노려볼 만 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 중 상당수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임은지는 발목, 김덕현은 무릎, 경보 선수들은 피로, 허들 선수들은 허벅지 근육통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했다. 최고조인 상태여야 할 세계선수권에서 선수들의 부상이 발목을 잡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대표팀 자체의 문제가 크다. 단순히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으로 해서 실력만 끌어올리려 했을 뿐 부상,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전문 치료사는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선수들에게 훈련을 소화시킨 것이다. 실력과 더불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마저 제대로 관리가 안 됐기에 대회 준비 기간동안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훈련만 줄곧 했던 꼴이 됐다.

전폭적인 지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한국 육상을 살린다 

세계에서의 현주소만 확인한 한국 육상. 이번 대회를 통해 자성하는 계기로 삼으면서 '2011년 대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선수를 육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몇몇 선수에 의존하는 것보다 트랙, 필드, 도로 종목 등 골고루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한국 육상의 미래를 더욱 많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라톤, 경보 등 특정 종목 외에도 종목 별로 고르게 육성해 세계와의 경쟁력을 갖춘 일본 육상을 하나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육상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남자 해머의 무로후시 고지, 남자 계주, 여자 중장거리, 마라톤 등 고르게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두각을 보이며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장기적인 선수 발굴 및 육성과 더불어 외국인 코치 영입, 훈련 여건 개선 등 육상경기연맹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질 개선 의지도 더욱 커져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외 대회 파견 확대, 국제대회 수준에 버금가는 국내대회 육성 및 대회수 확대, 훈련 장비, 프로그램 개선 등의 노력도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선수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선수들이 하루 빨리 '하고자 하는 의식'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1980년대의 장재근, 임춘애, 1990년대 황영조, 이진택, 이명선처럼 우물 밖으로 나와 세계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한국 육상을 짊어지겠다는 책임감을 선수 스스로 키울 필요가 있다.

'베를린의 악몽'은 잊어야 한다. 판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관련 기사] ▶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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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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