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아이비가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섰다.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차지한 아이비는 무대 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비는 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레드북'으로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번지점프를 하다' 김지현, '레드북' 유리아, '붉은정원' 이정화,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정영주, '광화문 연가' 차지연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무대에 오른 아이비는 감격에 젖은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스스로에게 내가 좋은 배우인가를 매일 질문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수상의 기쁨에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2년 전에 무대 공포증이 생겼다. 그 이후로 아직도 매일 매회 약을 먹으면서 공연하고 있다. 한회 한회 내게는 정말 내 목숨과도 바꿀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공연했지만 아직도 무대에서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여우주연상은 무대 공포증을 앓고 있음에도 최선을 다해 최고의 공연을 펼친 결과일 터다. 값진 상을 받은 아이비는 "이 상은 함께 해준 배우들, 연출, 작곡가님과 나누고 싶다. 몇 시간 뒤에 생일이다. 생일 선물을 받은 거로 생각하고 앞으로 무대에서 누가 되지 않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이비는 2005년 가수로 데뷔해 ‘유혹의 소나타’, ‘바본가봐’, ‘아-하’, ‘이럴 거면’ 등의 히트곡을 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010년 '키스 미 케이트'로 뮤지컬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시카고’, '고스트', '‘유린타운’, '위키드', '아이다', ‘벤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레드북’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를 앞세워 실력있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레드북'은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대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청년 브라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지만, 안나가 겪는 차별과 편견이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던 우리 사회와 맞닿아 흥미를 줬다.
아이비는 잡지 '레드북'을 통해 익명의 야한 소설을 써 보수적인 시대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높이는 주인공 안나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이에 '시카고'로 2012년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여우신인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예그린뮤지컬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됐다.
이날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대표 프로그램 '예그린어워드'의 명맥을 잇는 시상식으로 2016년부터 단독으로 확대해 열렸다.지난해 10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서울에서 10일 이상 공연한 작품이 대상이다. 창작 뮤지컬을 중심으로 심사하지만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외국뮤지컬부문 크리에이티브상은 라이선스 뮤지컬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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