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이송희 기자] 불과 며칠 전까지도 의욕적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기에 故신성일을 떠나보내는 영화인들의 마음은 더욱 비통했다.
4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故신성일의 빈소에는 조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0호실 앞은 근조 화환으로 가득차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가수 나훈아, 인순이, 배우 송강호, 박중훈, 김혜수, 강제규 감독, 강우석 감독, 임권택 감독 및 각종 영화제와 엄앵란이 출연한 채널A '나는 몸신이다' 팀 등 각계에서 근조 화환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는 이날 점심께부터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생전 한국 영화에만 500여편 출연하며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불태운 그를 기리기 위해 영화인장으로 엄수하기로 했다.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배우 안성기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고 수많은 배우들이 장례위원과 집행위원장으로 나섰다.
지 회장은 "신성일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앞에도 없었고, 뒤에도 없었던 대단한 연기자"라며 "갑자기 별세하실지 몰랐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보냈다. 고인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내년에 준비하는 작품에 들어갈 배우를 주변에 추천해달라고 상의하기도 했다.
조문이 시작되고 나서 최불암과 황혜영, 박정수, 박상민,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 조인성 김수미, 임하룡, 장미희 등 영화계 관계자들과 생전 고인과 인연이 닿았던 이들이 식장을 찾았다.
고인이 생전에 자신을 도와줬던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한 김수미는 말을 잇기 어려워 보였다. 김수미는 "더 계실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하며 "불과 두 달 전에도 같이 밥먹었는데"라며 눈물을 닦았다. 그는 "하늘에서도 배우하세요. 배우하세요"라며 추모했다.
이순재는 한국 영화계의 중흥을 이끈 신성일과의 작별에 못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순재는 신성일에 대해 "한국영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했다. 너무 일찍 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성일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어 후학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순재는 "한국 영화의 중흥에 최고 기여했다. 바쁠 때는 20작품씩 (동시에)하고 그랬다"며 최근에 미처 만나지 못했던 것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에 봤을 때는 얼굴이 좋았었다. 로맨스 그레이에 잘 어울린다"며 "건강이 좋았으면 말년까지 좋은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하룡은 "어릴때 신성일은 대단했었다. 헤어스타일 하나부터 화제가 됐고 엄앵란과 연애할땐 노래가 나올 정도였다"며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대단하신 분이었다. 아프시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에 만났는데 반가워하셨던 기억이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고 언제나 청춘이기를 바란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영진위 오석근 위원장은 "100년 돌아보는 중요한 시점에 신성일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며 "영화계는 뜻을 모아 내년 한국 영화 백주년을 맞아 신성일이 한국영화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되새기려한다"고 밝혔다.
박술녀 디자이너는 한국을 대표하는 은막스타 부부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박술녀는 두 사람의 결혼 50주년 행사 당시 함께했다. 박술녀는 "패션뿐만 아니라 식사하는 것 하나도 엄앵란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먼저인 분이었다. 그런데 먼저 가신다"며 평소 배우로서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그가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원체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는게 짙은 분이고 잘 입으셨다. 저리 관리하시던 분이 가신게 짠하고 가슴 아프다"며 "엄앵란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 사실 고인은 너무 화려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가셔서 안타깝기 보다는 더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엄앵란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오히려 엄앵란이 의연하게 껄껄 웃어주셨다. 천생 타고난 배우는 남편을 떠나보낼 때도 다르더라"고 엄앵란을 위로했다.
신영균 또한 자신보다 먼저 떠난 후배에게 비통한 모습이었다. 신영균은 "나보다 후배인데 먼저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같이 배우생활을 했는데 신성일은 자기관리를 열심히 했다"며 "얼마전 폐암이라는 말을 듣고 폐암은 공기 좋은데가 제일 좋으니 제주도로 오라고 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해지면 바로 내려가겠다더니 못 내려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영화인' 신성일에 대해 "굉장히 의욕적으로 활동한 것 같다"며 그가 영화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들을 추억했다.
늦은 시간에도 조문행렬은 계속됐다. 고인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안성기 역시 비통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신성일이 기획과 주연을 맡은 영화 '소확행'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안성기는 "같이 영화를 하기로 약속했다. 시나리오도 거의 다 됐다고 했다. 오랜만에 함께 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고 아쉽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고인에 대해 "선배님은 지금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6~70년대 스타셨다. 스타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왕성한 활동을 하지 않지만 아직도 현장에 계신다는 것이 '우리도 그 나이까지 현장에 남을 수 있겠구나'하는 좋은 본보기였고, 버팀목이자 의지하는 선배님이었다"라고 전했다.
이후에도 독고영재와 주병진, 임백천 등이 차례로 조문을 마치고 나갔다. 신성일-엄앵란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현미는 조문을 마치고 나와 눈물을 글썽거렸다. 현미는 "세대교체가 되면서 별들이 하나하나 떨어진다"라며 아쉬움을 전하며 "하늘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애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성일, 엄앵란은 63년도에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가족같이 지냈다. 그랬기 때문에 남이 아니라 정말 친구가 하나 없어졌다. 이제 엄앵란 씨도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죠"라며 고인에 대한 우정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엄앵란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한편 폐암 투병을 하던 고인은 4일 오전 2시 25분 경 전남대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씩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이후 5일 오전에 입관해 6일에 영결식과 발인식이 엄수된다. 이후 양재 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생전 그가 살았던 경북 영천으로 장지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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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기자 wi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