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이토록 오랜 이별' 장희진과 임주환이 쓸쓸한 공감을 예고했다.
18일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별관 2층 대본연습실에서 KBS 드라마스페셜 2018 '이토록 오랜 이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송민엽PD, 장희진, 임주환이 참석했다.
'이토록 오랜 이별'은 2017년 단막극 극본 공모 당선 작가인 김주희 작가가 패기 있게 선보이는 2018년 작품으로, 꿈도 추억도 모두 함께 쌓아왔던 오래된 연인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되짚어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날 송민엽 PD는 "오랫동안 같은 방향을 바라본 두 연인이 서로의 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며 "연애를 해봤던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장희진은 일도 연애도 성실한 6년차 출판사 편집자이자 8년째 상희와 연애 중인 정이나를 연기한다. 장희진은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남자친구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오랜 연애 끝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며 "대본을 읽고 느낌이 좋았고, 주환오빠가 한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임주환은 첫 소설 이후 오랫동안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일과 사랑 앞에서 자격지심만 남아버린 소설가 배상희 역을 맡았다. 임주환은 "상희는 소설가인데 처음 쓴 소설이 굉장히 큰 호응을 얻었던 인물이다. 많은 드라마가 스토리를 설정하고 그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스토리보다는 어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들이 담겨 있어서 더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많은 배우들이 장편드라마보다는 단편드라마에 출연하길 원한다. 그라나 단편드라마에 대한 관심도가 장편드라마보다는 확연이 떨어지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를 '자원봉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두 배우 역시 남다른 애정으로 단막극에 임했다.
먼저 임주환은 "장편은 스토리를 설정한 뒤, 가상의 인물을 넣고 이야기를 꾸며낸다. 단편도 큰 틀은 같지만 캐릭터들의 감정이 주가 되는 게 마음이 들더라"며 "배우기에 좋은 대본이 있으면 참여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독립단편영화가 제작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또 이게 인용되며 장편 영화가 더 좋아진다. 새로움을 제시하는 기초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단막극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장희진은 "대본과 정이나라는 역할이 좋아서 선택했다. 그런데 벌서 여섯번째 단편이다. 모든 배우가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나 배역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작품 중에 나에게 하고 싶은 배역이 왔던 게 단편이 많아서 단편에 출연하게 된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참치와 돌고래'로 먼저 단편을 선보였던 송민엽 PD는 "'참치와 돌고래'는 사랑의 시작을 다룬 작품이고, '이토록 오랜 이별'은 이별을 다룬 작품이라 완결성 있는 한 해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단막극은 신인 연출, 작가에게 기회를 준다. 미니시리즈나 장편에서는 어느 정도 강박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단편은 그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완결된 극본으로 시작할수 있는 드라마가 단막극밖에 없다. 이번작품을 하면서는 배우 두 분과도 만나서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수정하며 즐겁게 작업을 해서 애착이 많이 간다"고 덧붙였다.
8년 연인 호흡을 맞추는 임주환과 장희진은 MBN 드라마 '왓츠업'에서 라이벌로 만난 바 있다. 그러나 연인 호흡은 처음이다.
장희진은 "'왓츠업'에서는 라이벌이었는데, 이번에는 연인 호흡을 맞추게 됐다. 라이벌일 땐 물랐는데 이번에 알고보니 주환 오빠는 다 맞춰서 해주는 파트너였다"며 "8년의 세월을 가진 연인을 연기해야했기에, 낯선 남자배우보다는 익숙한 분이 하길 바랐다. 그래서 주환 오빠가 한다는 말에 선택하게 됐다"고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임주환 역시 "예전에 '왓츠업'을 하면서 장희진에 대해 알았던 건 키도 크고, 차가운 이미지였다. '이토록 오랜 이별'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잘 안어울 릴 거라 생각했다. 이런 비주얼로 8년이나 사귈지 의문이었다. 남자친구가 지지부진하게 연애 생활을 끌고 가면 단번에 돌아설 것 같은 외모였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정말 그 인물 같았다. 눈빛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서 나도 많이 편했다. 나도 희진씨의 연기에 맞춰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또 두 사람 모두 오랜 연애를 해봤기에 이번 작품에 더욱 공감하며 촬영할 수 있었다고. 장희진은 "당연히 나도 오랜 연애를 해봤다. 그래서 찍으면서 감정 이입도 많이 됐다"고 말했으며, 임주환은 "20살 초반에 대학교 때 CC였던 여자친구와 3년 반에서 4년 정도 연애를 했다. 그때의 벌써 이미 헤어진 것 같은데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단어만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던 그 느낌을 느껴봤다. 대본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8년 연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걸 노력했냐는 질문에는 임주환이 "연애를 했다면 느낄 남자와 여자의 '다름'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또 그 안에서 도는 차가운 공기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장희진은 "대본을 쭉 읽으면서 거의 모든 신이 이나 입장에서 이해가 되더라. 보면 굉장히 공감할 것이고 나처럼 분명히 다 겪으셨던 일들이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현실 연애를 다루고 있는 만큼 공감할 만한 장면이 많다고. 송민엽 PD는 "장기 연애로 넘어가면 내 인생에서 그 시기를 떠올릴 때 이 사람을 분리해서 떠올릴 수가 없다. 두 주인공은 그게 더 강하게 밀착이 되어 있다. 과거를 떠올릴 때 연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두 분이 잘 표현해 주셨다"고 말했다.
장희진은 "오랜 연인이 되면 대화가 없어지고, 눈빛만 봐도 상대가 뭘 원하는지 안다. 그리고 상대를 계속 확인하려고 한다. 그 부분이 많이 공감이 됐다. 이나가 처음에는 남자친구를 위해 살지만, 나중엔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그래서 결국 인간은 자신이 우선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임주환은 '공간'을 예로 들며 "같이 동거를 하고 있는데, 내 공간은 쇼파다. 잠도 쇼파에서 자고 밥도 쇼파에서 먹는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내 공간이 따로 있는 장면이 설정이 되어 있다. 정이나는 방에서 자고, 일어난다. 그렇게 분리된 부분이 공감을 자아낼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되어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솔직하게 전달한다. 송민엽 PD는 "카메라의 흔들림이 인물의 감정이랑 동화되어 있다. 거칠게 움직이면 카메라도 거칠게 움직인다. 카메라를 통해 배우들의 호흡을 최대한 잘 담아내려고 했다. 촬영감독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장희진 역시 촬영감독의 노고를 언급하며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움직여야해서 카메라 감독님이 힘들어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생겨서 한번씩 더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단막극이 특히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현장이다보니, 나도 더욱 더 잘하고 싶어서 몇번 촬영하고 싶어지더라. 그때마다 촬영감독님이 더 힘들어 지시더라"고 덧붙였다.
임주환은 소품의 열악함을 이야기하며 "케이크가 바닥에 엎어져야 하는 신이 있었는데, 케이크가 몇개 없어서 신을 많이 갈 수가 없었다. 그때 다들 지친 상태였는데도 케이크 때문에 그 신에 집중해서 임했다. 연기보다 케이크가 쏟아지는 방향에 집중하게 되는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주환은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로 평가되는 게 안타깝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이에 만족한다. 적은 분들이라고 우리 드라마를 통해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조금 더 애틋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드라마의 장점을 다시 한 번 어필했다.
장희진은 "우리 드라마 제목은 '이토록 오랜 이별'이지만 우리 드라마를 보고 시청자분들은 이별하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길 바란다. 서로 옆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있을 때 잘해야지라는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토록 오랜 이별'은 19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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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