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03 17:23 / 기사수정 2009.08.03 17:23
피겨의 황금기인 80년대를 수놓은 최고의 스케이터이자 현재 김연아를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가 남긴 말이다. 올림픽 시즌을 앞둔 김연아는 지난 오프시즌동안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에 전념해왔다.
새 시즌에 공개할 프리스케이팅과 쇼트프로그램은 이미 완성돼 있는 상태다. 이 프로그램의 실체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피겨 팬들을 흥분시킬 요소로 가득 찰 것이 예상된다.
브라이언 오서는 이미 피겨 스케이팅 전문 사이트인 '아이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특히,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는 매우 대단하다"라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다. 오서는 김연아가 기존에 뛰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점프 대신, 러츠에 이은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새 프로그램에 추가하겠다고 공개했다.
최근, 김연아의 훈련지인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 다녀온 IB 스포츠의 구동회 부사장은 현지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연아는 이번에 완성된 새 프로그램이 매우 맘에 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연기할 선수는 물론, 코치인 오서와 안무인 데이비드 윌슨도 무척 만족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선수와 코치, 그리고 안무가가 삼위일체가 돼,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니어 시절, 이미 시도했었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김연아가 꾸준히 구사했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점프는 '콤비네이션 점프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명품 점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트리플 플립에 ‘어텐션(!로 표기 점프의 애매모호함) 마크가 붙으면서 김연아의 정석적인 콤비네이션 점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판정의 경향을 막기 위해 김연아는 올 시즌부터 트리플 러츠에 이은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할 것으로 결정했다. 사실, 이 콤비네이션 점프는 김연아에게 낯선 기술이 아니다. 김연아는 이미 주니어 시절, 국제대회에서 이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해 성공한 경력이 있다.
김연아가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지도자인 김세열 코치는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줄곧 1위를 고수했다. 2005년 주니어 그랑프리 소피아대회에서 플립에 이은 토룹 대신, 러츠를 첫 번째 점프로 뛰었다. 워낙 러츠가 좋아서 토룹 점프를 러츠 뒤에 붙였는데 성공적으로 랜딩했다"고 회고했다.
오랫동안 뛰었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트리플 러츠'를 구사하는 김연아는 러츠의 장점을 살려 또 하나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성해냈다.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를 완성할 당시의 지도자였던 신혜숙 코치는 러츠를 비롯한 '토' 점프에서 김연아가 뛰어났음을 강조했다.
"연아는 모든 점프를 잘 뛰었지만 특히, 토 점프에서 강세를 보였다. 오른발로 빙판을 찍고 도약하는 토 점프는 모두 만만치 않다. 그런데 연아는 토룹은 물론, 플립과 러츠를 모두 완벽하게 배워나갔다. 연아가 처음 트리플 플립을 뛰었던 장면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잠시 외국에 나갔다가 귀국해서 연아에게 트리플 플립을 뛰어보라고 지시했다. 연습할 기간이 많지 않았는데 내가 보는 앞에서 단 한 번에 트리플 플립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그 때 받은 전율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모든 점프를 정석 적으로 익힌 김연아의 노력은 '최고 수준의 콤비네이션' 점프로 승화됐다. 트리플 러츠에 이은 콤비네이션 점프는 여자 선수는 물론, 남자 선수들에게도 매우 힘든 기술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인터내셔널 심판인 고성희 위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김연아의 러츠는 여자 선수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었다. 남자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러츠를 구사하고 있다. 플립도 매우 훌륭하지만 러츠에 이은 토룹 점프가 가능하다면 굳이 플립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완벽하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을 시도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여자 스케이터들 중,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스케이터는 드물다. 모든 점프에서 능수능란한 김연아의 장점은 '콤비네이션 점프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무엇을 '시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깨끗하게' 완성하느냐가 중요
김연아를 비롯한 '드림팀'은 지금까지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무엇을 '시도'하느냐에 연연하지 않고 얼마나 '깨끗하게' 하는 지에 주력해왔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변화를 공개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프로그램을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 스포츠는 이달 중순에 벌어질 '아이스 올스타즈'에서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 곡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아직 아이스링크에서 초연되지 않은 연기를 가지고 섣불리 예측하고 부풀리는 행동은 무의미하다.
그동안 김연아는 자신이 연기할 프로그램에 대해 섣부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연아는 프로그램에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늘 아이스링크 위에서 직접 증명했다. 이번 시즌도 묵묵히 프로그램이 공개될 날을 위해 전념하고 있는 중이다.
김연아가 앞으로 공개할 새 프로그램에 대해 고성희 위원은 이런 평가를 남겼다.
"이번 시즌에 채점방식이 바뀌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더블 악셀을 구사하거나 트리플 러츠를 시도해도 김연아와 다른 선수의 점프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새로운 시즌에 공개될 프로그램도 이러한 점을 훌륭히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겨는 아이스링크 위에서 증명해야만 비로소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연아는 이전에도 그래 왔고 올 시즌도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김연아와 '드림팀'이 피겨 팬들에게 꾸준한 신뢰를 얻는 것은 아이스링크 위에서 모든 것을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시즌마다 바뀌는 채점 규정과 일관되지 못한 판정이 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은 마음과 열정이 모두 '아이스링크'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브라이언 오서 (C) 엑스포츠뉴스DB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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