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31 15:17 / 기사수정 2009.07.31 15:17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관중동원력을 자랑하는 빅매치가 K-리그에서 펼쳐진다.
8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9 K-리그 18라운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는 단순한 K-리그 1위와 12위의 대결이 아니다. K-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양 팀의 '클래식 더비 매치'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원은 K-리그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 차범근(수원)-세뇰 귀네슈(서울)를 수장을 맡고 있고, 보유한 국가대표 경력의 선수만 해도 서울의 기성용, 이청용, 김치우, 정조국, 김진규를 비롯해 이운재, 김두현, 송종국, 백지훈, 곽희주, 이상호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K-리그의 대표적 강팀이다.
전통적인 라이벌 매치이기에 단순히 현재의 리그 순위나 전력만을 놓고 두 팀 간의 승패를 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력 이외에도 최근 분위기, 부상, 경고나 퇴장 상황, 홈 경기의 이점, 양 팀 서포터즈의 응원 대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의 승패는 역시 선수의 기량과 감독의 전술에 의해 갈릴 가능성이 가장 큰 법. 다른 변수를 배제하고 오직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질 상황만 놓고 본다면 서울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선수 구성과 전술적 완성도의 차이
서울은 K-리그에서 가장 4-4-2를 잘 구사하는 팀이다. 박용호-김진규(김치곤)의 중앙수비에 오른쪽의 이종민, 왼쪽의 아디로 구성된 포백과 그 위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하는 중앙 미드필더 김한윤은 K-리그 최소 실점의 수비진을 구축했다.
중원에선 기성용이 경기를 조율하고 좌우 측면에서 김치우와 이청용이 상대 수비진을 괴롭힌다. 이청용은 잉글랜드 볼튼 원더러스로 이적이 확정됐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예비 엔트리에 들어있어 수원전 출장이 가능하다.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김치우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러나 이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리마리용' 김승용을 비롯해 최근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신예 고명진, 고요한과 성남에서 이적한 유망주 어경준이 버티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투톱에는 맨유를 상대로 2골을 넣은 K-리그 득점 랭킹 2위 데얀과 수원전 최다 득점(4골)을 기록중인 정조국이 출전한다. 지난해 K-리그 신인왕 공격수 이승렬과 ‘미친 왼발’ 이상협도 언제든지 수원의 골문을 위협할 선수들이다. 새로 영입된 장신 공격수 안데르손이 아직 경기에 나설 정도의 몸 상태가 아닌 것은 아쉽지만, 이처럼 서울은 안정된 수비와 강력한 공격력으로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맞서는 수원은 지난해 3-4-1-2 포메이션으로 K-리그를 제패했다. 측면에 윙백만이 존재하는 3-4-1-2는 양 날개와 풀백이 함께 움직이는 4-4-2나 4-3-3 등에 비해 측면 자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수비를 하기 위해서는 윙백이 상대 측면 공격수를 마크하고, 대신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나 수비 가담 능력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가 오버래핑을 하는 풀백을 수비해줘야 하는 게 필수적이다.
지난해까지 이런 역할을 해주던 선수는 넒은 행동반경과 든든한 볼 키핑력과 수비를 자랑하던 조원희였다. 그러나 조원희가 잉글랜드 위건 어슬레틱으로 이적하면서 수원의 3-4-1-2 전형은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윙백들이 측면 수비를 위해 사실상 5백의 측면으로 물러나게 되자 중원과 수비 사이의 간극이 벌어졌고, 이 공간이 상대의 측면 공격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것이다.
이런 수원이 K-리그에서 손꼽는 공격력의 서울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중국 국가대표 출신의 중앙 수비수 리 웨이펑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수원은 스리백의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렇다고 측면이 강한 서울을 상대로 중앙 밀집형의 4-2-2-2를 쓰는 것도 무리가 있다. 따라서 경기 양상은 서울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서는 데 반해 수원은 기존의 수비적인 4-4-2나 4-3-1-2를 활용하여 선수비 후역습을 활용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중원에서 활동량이 풍부한 백지훈과 문민귀, 수비력이 좋은 안영학, 홍순학 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원은 얼마 전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뛰던 김두현을 영입했다. 유럽 시즌 종료 후 휴식을 취하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되 몸 상태에 의문부호가 붙긴 하지만, 만약 김두현이 출장한다면 수원은 일단 수비에 치중하다 전방 투톱이나 측면에서 올라가는 김대의, 양상민, 송종국 등에게 찔러주는 김두현의 정확한 패스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에선 에두와 티아고가 투톱을 이루고 산드로, 이상호, 배기종 등이 그 밑을 받치면서 서울 중앙 수비의 느린 발을 감안해 수비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가거나 발재간을 이용한 창의적 플레이로 서울 수비진을 공략할 것이다.
수원이 의도대로 중원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서울의 공격을 측면에 한정된 단순한 패턴으로 몰고 가면서 효율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수비는 수비대로 무너지고 공격은 실마리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비적인 경기를 운용하게 보면 미드필더진이 지나치게 밑으로 쳐질 경우 사실상 2선과 3선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성용, 김치우 등 중거리 슈팅이 좋은 서울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줄 수 있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이처럼 현 상황에서 전술이나 선수 기용 면에서 서울은 확실히 수원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차범근 감독은 이번 서울전의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시켜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생각을 밝혔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한 객관적 상황의 평가일 뿐. 실제 경기에선 참고 자료에 불과할 수 있다. 또한, 컨디션이나 지나친 자신감 등의 변수도 전술적 짜임새를 흐트러뜨리거나 실수를 가져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서울-수원의 라이벌전은 그 특유의 치열함과 분위기로 언제나 리그 순위나 당시의 경기력과는 전혀 별개의 결과를 가져온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K-리그의 클래식 더비'로 불리는 법. 두 팀의 대결이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지며 K-리그 전체에도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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