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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Letter] K-리그 복귀한 김두현과 오범석, '실패'가 아니다

기사입력 2009.07.30 21:25 / 기사수정 2009.07.30 21:25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청운의 꿈을 안고 유럽에 진출했던 김두현과 오범석이 2년이 채 못 되는 짧은 유럽 생활을 마치고 각각 수원과 울산으로 돌아왔다.

성남을 이끌고 K-리그 우승과 MVP를 거머쥐며 한국을 평정한 김두현은 2008년 겨울 잉글랜드 챔피언십 웨스트브롬위치에 임대 이적하며 '잉글랜드 드림'을 꿈꿨다. 첫 시즌 6개월간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는데 일조한 김두현은 그해 완전 이적에 성공하며 한국인 다섯 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되었다.

출발은 좋았다. 김두현은 EPL 개막을 앞둔 프리시즌에서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는 등 인상적인 활약으로 토니 모브레이 감독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고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2008/09시즌 개막전인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대망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김두현은 날카로운 패스와 정확한 중거리슛을 바탕으로 데뷔전답지 않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안타깝게도 개막 한 달 후 미들즈버러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김두현은 쉽사리 부상을 떨치지 못했고 복귀한 이후에도 제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며 주전 경쟁에서 철저히 밀리며 잊혀 가고 말았다. 소속팀인 웨스트브롬위치마저 챔피언십으로 강등되었고 토니 모브레이 감독은 팀을 떠나고 디 마테오 감독이 부임하며 입지가 약해지는 등 악재가 겹치며 결국 18개월 만의 잉글랜드 생활을 청산했다.

오범석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이적갈등을 겪으면서까지 어렵사리 러시아 무대에 진출한 오범석은 첫 경기부터 구단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등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고 이후 27경기에서 붙박이 풀백으로 활약하는 등 사마라FC의 주전을 꿰차며 성공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시즌 러시아 국가대표 수비수인 로만 시스킨이 영입되며 순식간에 후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오범석은 14경기 연속 결장하며 설 자리를 잃었고 오범석의 마음은 러시아의 추운 날씨만큼 차가웠다.

각각 잉글랜드와 러시아에서 설 자리를 잃은 김두현과 오범석은 K-리그로 조용히 돌아왔다.  그렇지만, K-리그로의 컴백을 단순히 '실패'로 평가하지 말자. 사실 유럽이란 낯선 무대에 한국 선수가 적응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 내적으로는 경기의 분위기에서부터 잔디, 감독의 전술, 동료와의 의사소통 등 셀 수 없이 많은 암초가 존재하며 축구 외적으로도 언어, 기후, 음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적응을 어렵게 한다.

김두현과 오범석은 비록 유럽에서 아픔을 맛보았지만 실패는 아니다. 이들은 K-리그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고 한국 국가대표로 뛰었을 만큼 뛰어난 역량을 지닌 선수들이다. 다소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다. 김두현의 경우는 부상이 없었다면, 오범석의 경우는 경쟁자가 외국인이었다면 상황은 다르게 바뀌었을 공산도 있다.

물론 이런 가정은 쓸모없지만 구태여 꺼낸 이유는 바로 '유럽에서 국내복귀= 선수로서의 실패'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고 사람들은 이런 선수들을 패배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그라피테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었듯 선수의 기량과 관계없이 실패를 맛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라피테는 바티스타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3년 K-리그 안양에 발을 내밀었으나 9경기에서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난 시즌 볼스부르크에서 골푹풍을 일으키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또한,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로 평가받는 후안 리켈메를 비롯해 수많은 선수도 유럽 무대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듯이 유럽에서의 실패가 곧 선수생활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국으로 돌아간 리켈메는 마라도나 감독과의 불화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에이스로 군림할 수 있는 선수다.

얼마 전 이동국이 '난 실패라고 쓰고 경험이라 읽는다. 실패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경험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한다.'라고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이동국의 말처럼 이들은 실패가 아닌 경험을 쌓고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지난 2년간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생활을 청산하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을 알아주는 감독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과 팬들이 곁에 있기에 이들은 한층 더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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