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20 02:02 / 기사수정 2009.07.20 02:02
화려한 스타의 유니폼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 건 팀을 지휘하는 감독뿐만이 아니다. 억만금을 쥐고 입맛에 맞는 팀을 만드는 그들의 이름은 '구단주'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올 여름 유럽을 뜨겁게 달구는 두 클럽이 있다면 단연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를 꼽을 수 있겠다.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제2의 갈라티코 정책'을 내세우며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급하며 카카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영입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자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맨체스터 시티도 가레스 베리, 로케 산타크르즈, 카를로스 테베즈에 이어 최근에는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마저 영입하며 EPL판 갈라티코를 완성했다.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씀씀이에 모든 팀들의 감독과 구단주들이 부러워할 법도 하지만 아마도 딱 한 사람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바로 '원조 억만장자'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다.
대학생이던 21세 때 러시아에서 석유 판매업을 시작해 돈을 모은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러시아의 언론 재벌이던 베레조프스키의 사업 파트너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고 2000년 푸틴 대통령과의 마찰로 베레조프스키가 영국으로 망명하자 지분을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약 21억 파운드(약 4조 2,000억)의 재산으로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40세 이하 재벌 순위 4위에 오를 정도의 재력을 갖춘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003년 약 1억 4,000만 파운드에 첼시를 인수했다. 평상시에도 축구의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2/03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고 축구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축구계에 발을 내딛었다.
당시 첼시는 무모한 투자를 감행했고 투자한 돈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말미암아 리즈 유나이티드와 함께 파산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클럽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내몰렸던 첼시는 구세주로 나타난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함으로써 하루아침에 파산 클럽에서 갑부 클럽으로 변모하였다.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하기 전에도 프리미어리그의 손꼽히는 강호였던 첼시는 리그 우승은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90년대 말부터는 리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FA컵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강호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는 단지 강호에 불과했던 첼시를 2003년 인수하자마자 거침없는 투자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강팀으로 거듭나게 하였다. 첫해 클로르드 마켈레레, 글렌 존슨, 데미언 더프, 웨인 브릿지, 후안 베론 등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1억 파운드가 넘는 돈을 들여 리그 2위, 챔피언스리그 4강이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게 되었다.
첼시를 최고의 팀으로 재건할 아브라모비치의 야망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팀을 잘 이끌어 오던 라니에리 감독의 능력을 믿지 못해 과감히 경질하고 포르투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주제 무리뉴를 사령탑에 앉혔다. 특급 선수 사재기도 멈추지 않았다. 에레디비지에를 평정한 아르연 로벤과 마테야 케즈만을 영입했고 디디에 드록바, 페트르 체흐, 카르발료 등 특급 선수들을 모으는데 총 8,000만 파운드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공격적인 투자는 드디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한 2년 만인 2004/05시즌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추격을 따돌리고 무려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고 2005/06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2연패를 이뤄냈다.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꾸준히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팀이 되었다.
첼시의 이탈리아 원정경기가 있을 때에는 개인 요트를 타고 이동하며 관전할 정도로 팀에 애정을 보였고 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선수 영입에 지나친 개입을 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 감독이었던 무리뉴의 의견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며 감독과의 마찰을 일으켰고 아브라모비치가 원하는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죄(?)까지 추가되어 그동안 첼시를 잘 이끌어오던 무리뉴와 결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말랐던 아브라모비치의 욕망은 대단했다. 무리뉴의 뒤를 이어 팀을 잘 이끌던 아브람 그랜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맨유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자 스콜라리 감독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고 스콜라리가 부진하자 불과 몇 개월 만에 경질하기도 했다. 이에 데쿠는 "스콜라리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에 있었다면, 그는 해임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첼시는 달랐다."라고 말하며 첼시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장난감'이라는 표현을 하며 아브라모비치의 행동에 불만을 품기도 했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함께 지갑이 굳게 닫히고 경기장에 얼굴을 내비치는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일각에서는 첼시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지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10시즌을 앞두고 AC 밀란에서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카를로 안첼로티를 영입하며 다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자신의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감독이 원하는 모든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구단주. 그러나 때로는 과도한 애정과 간섭으로 지나치게 개입해 감독을 못살게 구는 구단주. 이것이 바로 '원조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모습이다. 과연 올 시즌에는 동전의 어떤 모습으로 결말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