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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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40홈런 가능할까?

기사입력 2005.07.26 07:53 / 기사수정 2005.07.26 07:53

손병하 기자

올 시즌이 끝난 뒤, 그의 홈런 수는 몇 개나 될까?

이승엽(29. 지바 롯데)이 올스타브레이크의 달콤한 휴식을 마다한 채, 빨리 후기 리그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통쾌한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던 이승엽은, 23일 열렸던 올스타 2차전에서도 2점 홈런을 기록하며 식지 않은 방망이를 과시한 바 있다.

▲ 이승엽 선수
ⓒ2005 지바 롯데
시즌 전, 2할 9푼 대의 타율과 30홈런을 목표로 내세웠던 이승엽은 전반기까지 2할 6푼(0.266)대의 타율과 22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징검다리 식으로 경기에 출장 하면서 타율을 높이는데 애를 먹고 있다. 타율 같은 평균 기록은 꾸준히 이어나가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기에, 징검다리식의 출장은 타율을 높이는 데는 아무래도 불리하게 마련.

후반기 활약에 따라 타율 부분의 목표 달성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만 전반기 규정 타석(279타석)에 단 한 타석만 모자라는 등, 타석수도 적지 않아 타율의 목표 달성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만약, 후반기에도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이 변함없이 가동된다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타율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홈런으로 목표치를 밑돌았던 타율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이승엽은 전반기 팀이 치른 90경기 중에 17경기가 빠진 73경기를 뛰었다. 73경기에서 총 278번 타석에 들어섰던 이승엽은 지금까지 22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3.3 경기당 한 개, 12. 6타석에 한 번씩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기록이다.


홈런 페이스, 국내에 있을 때와 다름없다

국내에서 홈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한 시즌 56개라는 신기록까지 만들어 냈던 이승엽이었다. 그랬던 국내에서의 홈런 페이스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올 시즌 이승엽의 ‘감’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 수 있다.

국내에서 9시즌을 소화했던 이승엽은 1143경기에서 총 324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3.5경기에 한 개씩의 홈런을 쳐냈었다. 또 4211타석에서 324홈런을 기록함에 따라 타석당 홈런 수도 12.9개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올 시즌 일본에서의 홈런 페이스가 국내에서의 기록보다 조금 더 좋은 편.

물론 이승엽이 홈런의 ‘손맛’을 알기 전인 95년과 96년에는 각각 13개와 9개의 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쳐, 그의 기량이 정상에 올라있는 지금과 묶어서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그 두 시즌을 제외하더라도 평균치가 그렇게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 95~96년을 제외한 7시즌 동안의 기록은 2.9 경기당 1개, 타석당 홈런 수는 10. 4타석에 한 개씩.

우리나라보다 한 단계 위의 수준임이 분명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그것도 타자들보다 투수들의 기량이 조금 더 우수하다는 일본에서 이승엽이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홈런 행진은, 굳이 국내에서의 기록을 들춰보지 않아도 놀랄만한 성적이다. 현재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가 얼마만큼 좋은지 잘 알 수 있는 부분.

또, 이승엽의 무서운 홈런 행진은 개막전부터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까지 남기기도 한다. 만약 이승엽이 쉼 없이 경기에 나섰다면, 현재 33홈런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쓰카나 노부히코(소프트뱅크)와도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치른 90경기에서 빠지지 않고 한 경기 평균 네 번 타석에 들어섰다고 가정하면, 이승엽은 지금까지 약 30개의 홈런을 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리그 홈런 선두를 질주 중인 노부히코와 흥미로운 홈런왕 경쟁도 가능했던 상황. 폭발적인 몰아치기보다는 꾸준함이 장점인 이승엽의 홈런이기에 그러한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후반기 40홈런 가능할까?

앞으로 롯데 마린스는 45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최근 이승엽의 맹활약을 비추어 봤을 때 당분간 이승엽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후반기 초반에도 전반기 말미와 같은 맹활약을 펼쳐 준다면, 후반기에는 전반기와 달리 전 경기 출장도 가능할 전망.

만약 후반기 전 경기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출장하게 된다면 이승엽은 14~15개의 홈런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17경기나 빠진 탓에 체력적인 부분의 문제도 없는 터라, 그 이상의 홈런도 쏘아 올릴 수 있다. 또 5월과 6월 다음으로 홈런을 많이 생산해 냈던 달이 8월이라는 것도 고무적이다. 목표치인 30개를 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세 차례 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40개 이상의 홈런도 기대할만하다.

물론 프로야구에서 타자를 평가하는 기준은 결코 홈런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율과 타점이라는 홈런만큼 중요한 부분도 있고, OPS(출루율+장타율)라는 중심 타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테이터도 존재한다. 여기에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팀 공헌도나 작전 수행능력 등 무수히도 많은 부분이 존재해 어쩌면 이승엽이 일본에서 기록하고 있는 홈런의 개수는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 뛰어들어서 지난해의 철저한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섰음을 보여주는 홈런들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와 가치는 그저 숫자로 매겨지는 다른 기록들과는 사뭇 다르다. 또, 우리보다 약 50년(1936년 출범) 빠른 프로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을 낮게 치부해버리는 일본에서 세우고 있는 자존심이라 더욱 그렇다.

일본에서의 두 번째 시즌. 더 많은 부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최소한 홈런에서만큼은 이승엽의 방망이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 시즌이 끝난 후, 이승엽의 홈런 개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는 26일부터 재개되는 일본 프로야구 후기리그에서 이승엽의 방망이를 주목해보자.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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