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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호날두 내친 퍼거슨의 속마음은?

기사입력 2009.06.14 20:09 / 기사수정 2009.06.14 20:09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애지중지하고 떼를 써도 감싸주었던 퍼거슨이 뿔 났다.'

최근 글레이저 가문의 대변인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이적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숱한 이적설에도 호날두를 잡아두었던 것에 비하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퍼거슨 감독의 의중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더는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와 근접했고 퍼거슨은 호날두를 붙잡기 위해 호날두를 직접 찾아가서 붙잡았다. 그러나 호날두의 마음은 이미 맨유를 떠났고 몇 차례 퍼거슨과 마찰을 일으키며 떠날 것을 암시했다.

이번에는 일 년 전과는 달리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를 잡지 않았고 이적을 허용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를 붙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친 것이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90년대 중반, 맨유가 프리미어리그의 최강자로 오르자 퍼거슨은 시선을 유럽제패로 돌렸다. 유럽 정상에 등극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퍼거슨은 마크 휴즈, 폴 인스 등 팀의 핵심멤버들을 내치고 일명 '퍼기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데이비드 베컴, 네빌 형제 등 어린 선수들을 과감히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켰다. 결국, 그 선택은 옳았고 1967/68시즌 이후 무려 31년 만에 유럽 정상에 등극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두 번째 개혁은 2002/0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한 직후였다. 퍼거슨은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데이비드 베컴을 2,500만 파운드라는 헐값에 레알 마드리드로 팔아넘겼다.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대로 ‘축구화 사건’이 큰 이유였지만 퍼거슨은 레알 마드리드에 허무하게 패한 이후 당시의 전술과 선수단에 한계를 느꼈고 새로운 전술의 도입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역시나 평소에 4-3-3포메이션의 신봉자로 잘 알려진 퍼거슨은 기존에 고수했던 4-4-2를 과감히 버리고 4-3-3에 어울리는 선수를 영입하려 했다. 이를 증명하듯이 베컴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인 호나우지뉴를 영입 시도했고 이에 여의치 않자 결국, 호날두를 영입했다. 이후 맨유는 4-4-2와 4-3-3을 혼용해왔다.

과도기 시절 잠시 어려운 시기도 보냈으나 퍼거슨의 결정은 결국 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이라는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정상에서 한계를 느끼자 과감히 팀의 전술을 바꾼 퍼거슨의 결단력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다소 위험하지만 변화를 시도하는 듯하다. 마치 6년 전 레알 마드리드에 패했을 당시와 같이 퍼거슨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 완패한 이후 현재의 맨유에 한계를 느꼈을 공산이 매우 높다. 퍼거슨은 호날두에게 의존하는 현재 맨유의 전술이 더는 최고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마음이 떠난 호날두를 붙잡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 퍼거슨은 때마침 8,0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제시한 레알 마드리드의 제의가 무척이나 반가웠을 것이고 큰 고민 없이 판 것은 당연한 순서다. 8,000만 파운드라는 금액은 맨유의 리빌딩을 수월하게 해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고 맨유는 이 돈으로 리베리와 벤제마 등을 영입해 새로운 판을 짤 수가 있게 되었다.

새로운 전술을 준비하는 또 다른 근거는 바로 최근 열을 올리는 공격수 영입으로 알 수 있다. 호날두의 빈자리를 리베리와 발렌시아로 대체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지만 벤제마와 에투의 영입설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카를로스 테베즈의 이탈에 대비해 공격수를 영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이는 새로운 득점루트를 위해 퍼거슨의 머릿속에 새로운 전술이 구상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베리가 호날두와 비슷한 '돌격대장'형의 윙어이고 수준급의 득점력을 가졌지만 호날두만큼의 가공할 득점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팀의 주득점원이었던 호날두의 대체자로서 리베리 혹은 발렌시아를 영입하는 것은 곧 새로운 공격수 혹은 웨인 루니와 함께 새로운 전술을 도입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말미암아 필수불가결한 팀의 리빌딩으로 보이지만 이미 일 년 전부터 호날두 이적에 대비해온 철저한 계산이 깔린 퍼거슨의 계획으로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맨유는 호날두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의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연 퍼거슨 감독이 이런 난항을 뚫고 자신이 원하는 맨유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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