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역사 속에 실존한 인물을 연기하기는 건 부담이 클 터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정치가이자 남편인 고종과 아들인 세자의 안위를 보살피는 명성황후를 연기한 배우 김소현은 “처음에는 안 하고 싶었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버거운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도 했지만 명성황후는 캐릭터가 달라요. 선배들이 카리스마 있게 연기했기 때문에 ‘김소현 미스 캐스팅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음역도 제게는 낮았고요. 그럼에도 20주년, 23주년을 해오면서 스스로 창작 새 작품, 새 캐릭터를 하는 것처럼 만들어 나갔어요. 감사하고 재밌고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김소현)
남편인 손준호가 고종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했다"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추석 특집에 외국인이 한복 입은 느낌으로 언발란스일 것 같았어요. (웃음) 그런데 나름 유약하지만은 않은, 따뜻하고 카리스마 있는 손준호만의 고종을 그려나가는 걸 보면서 너무 좋았어요. 박수도 많이 받았어요. 손준호 씨보다 내 박수 소리가 작으면 어떻게 하지 할 정도였죠.” (김소현)
손준호는 “내가 이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소현은 “그만큼 공감을 했다는 것 같다. 2시간, 3시간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에 대한 답을 듣는 순간이 커튼콜인데 진심 어린 박수가 너무 감사했다”며 치켜세웠다.
명성황후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이미 드라마와 뮤지컬, 연극 등으로 제작되며 감동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명성황후의 공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외세에 의존하고 국고를 탕진하고 부정부패가 심한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김소현은 명성황후의 내면을 이해하고 관객에게 진심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많은 분이 이 여자를 공감해줄까 했어요. 실제로 사진 한 장 없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숨어 있잖아요. 자료를 다 찾아봤는데 말로 전해지는 모습만 있지 실제로 만나서 얘기를 들은 사람은 없어요.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했죠. 저도 아이의 엄마인데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편에게 조언했을까, 내가 아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개화해야한다고 얘기하는 마음은 어땠을까 했죠.
정말 현명한 여자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최대한 간절함을 담아 ‘지금 이게(개화) 아니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요. 간절함을 담으면 같은 대사도 다르게 들리잖아요.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김소현은 명성황후를 인간 대 인간으로 접근했다. 몇 달 동안 명성황후로 지낸 만큼 울컥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애틋한 마음을 담아 연기했다는 그는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공감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명성황후는 역사적으로는 싫지만 정말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반응을 봤는데 감사해요. 내가 고민한 게 조금이라도 보인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실제로 명성황후가 어떤 마음인지는 누구도 모르잖아요. ‘마리 앙투아네트’ 때도 한 고민인데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깊이 들어가면 눈물이 나요.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아무도 그 사람의 말을 들어준 적 없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시즌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이가 생겨요. 광복절에 2회 공연을 하는데 그때는 마음이 더 이상하고 울컥할 것 같아요.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김소현)
손준호는 유약하고 무능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박한 지식과 정치 감각을 지녔고 일본의 침략을 막으려고 노력한 군주였다는 평가도 있다.
“제가 그려온 고종과 너무 달랐어요. 처음에는 유약한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받고 장면 연습을 하면서 고종이 입체적이고 유약하지만은 않았겠구나 했어요.
부부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명성황후의 기가 세서 끌려갔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왕으로서 나라를 지키고 싶어 했고 아내와 같이 고민 했을 것 같았어요. 왕이고 내 나라인데 더구나 조선 시대인데 어떤 남자가 아내가 말하는 대로만 끌려갈까 했어요. 나라를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나름대로 선택한 결과가 아닌가 했죠. 나라를 사랑한 왕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중전도 잃고 나라가 어려워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부를 때 진심을 다해 부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손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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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