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손에 부모를 잃은 낙원은 인생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었다. 다행히 가해자의 아들이지만 자신을 보듬어준 첫사랑 나무(장기용 분)와 애틋하고도 절절한 사랑을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했다.
두 달 동안 낙원의 복합적인 감정을 떠안은 배우 진기주는 “감정을 많이 쏟아 부어서 허전하지만 허전한 만큼 후련함도 크다”며 미소 지었다.
진기주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톱스타가 된 피해자의 딸 낙원(한재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계속 생각이 나긴 해요. 클립 영상을 자꾸 찾아보게 되고요. (웃음) 처음에 볼 때는 모니터를 하면서 봐서 괴로웠는데 요즘은 추억을 되새기는 기분이에요. 촬영할 때 재밌고 좋았던 것만 떠올리면서 추억을 소환하고 있어요.”
낙원과 나무는 서로의 첫사랑이라지만,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아들이라는 세상의 낙인이 찍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성인이 된 뒤 재회해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졌다. 드라마에서는 감성 로맨스이지만, 현실에서는 겪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터다.
“촬영하기 전부터 감독님과 제작하는 분들을 뵀어요. 본인이라면 이럴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죠.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든 일이라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아요. 극 중 상황과 똑같다면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무를 아는 것과 살인이 일어난 것과의 시간 순서가 달랐다면 전혀 불가능하겠지만 그 전에 나무와의 관계가 단단하게 다져있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가능할 것 같았어요.”
장기용과 나란히 첫 주연을 맡은 진기주는 동시간대 드라마와 비교해 캐스팅 최약체로 꼽혔지만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다. 전작인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일었던 연기력 논란을 잊고 주연의 부담을 극복해냈다.
“‘미스티’ 때는 앞부분 촬영을 한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그런 것들(논란)이 있다고 접했을 때 흔들렸어요. 촬영장에 가는 것도 무서웠고요. ‘이리와 안아줘’에서는 방송과 촬영이 맞물려 나갈 것 같아 반응을 찾아보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청률도 직접 찾지 않고 촬영장에서 주변 분들의 얘기로 접했고요. 이 안에서는 진기주가 되는 걸 많이 차단한 것 같아요.”
빠르게 성장했다. 앞서 그는 2014년 제23회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드라마 ‘두 번째 스무 살’, ‘퐁당퐁당 러브’, ‘한 번 더 해피엔딩’, ‘미스티’, ‘이리와 안아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등에 출연, 짧은 시간 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배우라는 직업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단다.
“예전에는 마냥 즐거웠는데 올해는 심리적인 컨트롤을 잘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미스티’ 중반에서 끝날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고 스스로 많이 자책했어요. 연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고 계속 의심이 들었거든요. 잘하고 싶은데 저게 맞는 건지 혼란이 왔고 계속 흔들렸어요. 밤에 잠을 못잘 때도 많았는데 그때 한 생각이 자책만 하면 발전이 없겠더라고요. 차라리 반성하고 나아지자 생각했죠.
(김)남주 선배님도 그 시기에는 원래 그런 거라고 해줬어요. 차라리 힘들 거면 마음껏 힘들라고요. 선배님이 제 연차 때를 기억하니까 그때 연기자, 또 여자 연기자로서 혼자 느끼는 괴로움 같은 걸 아시더라고요. 표정에서 보인다고, 그냥 견디면 괜찮아진다고 말해줬어요.
힘들 때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했는데 무대 인사 때 팬들이 웃어주는 소리를 들으니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