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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 신화 설계사' 박지일이 말하는 일본 MMA의 실패

기사입력 2009.05.19 15:17 / 기사수정 2009.05.19 15:17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 추성훈 신화의 설계사 박지일

아키야마 요시히로(한국명 추성훈)의 한국 성공신화에는 대중에 드러나지 않은 설계사가 존재한다. 일본 비정부기구·비영리조직 법인 Answer Asia 대표이자 뉴스저팬(newsjapan.co.kr)을 운영하는 박지일이 바로 그다.

박지일은 한국 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수학, 일본 간사이외국어대학교 아시아학 수료·리츠메이칸APU대학원 아시아태평양학 졸업, 미국 머레이주립대학교 텔레비전·라디오학·국제학 졸업, 타이 탐마삿대학교 타이사회학 수료 경력자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정학의 일종인 아시아태평양학의 전문가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일본 법인 대표로 있으며 한국어 일본뉴스사이트를 운영하는 보기 드문 사례 때문에 2006년 6월 18일 일본신문 아사히·산케이에 동시 보도되기도 했다. 격투기와는 전혀 무관한 이러한 경력 탓에 작년부터 국내에서 ‘추성훈 신화’의 설계사로 언급되기 시작하자 주변에서도 사실임을 확인하는 질문이 쇄도했다고 한다.

박지일은 일본 격투기, 미국 프로레슬링 관련 기고·언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현지식 필명으로 쓰고 있으며 이를 국내 언론이 한국인의 글인지 전혀 모르고 인용하기도 한다. 2007년 6월 5일 일본 격투지 가미프로(kamipro.com)에 기고한 것은 본명으로 외부에 공개된 드문 사례다.

# 프라이드의 위기와 매각

2006년 6월 5일 일본 최대의 민영방송사 후지TV는 프라이드가 ‘부적절한 이유’로 계약을 위반했다면서 중계 중단, 즉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후지TV는 계약상 비밀의 의무를 준수,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일본 출판사 코단샤(講談社)의 주간 현대에 프라이드 주최사 DSE와 폭력단의 관계가 보도된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프라이드 사장 사카기 노부유키도 주간 현대의 영향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지일은 2007년 1월 완성한 ‘아키야마인가, 추인가? - 빨강인가, 초록인가’라는 책에서 프라이드의 위기와 매각을 예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본 격투기와 폭력단의 연관은 비밀이 아니다. 주간현대가 프라이드를 취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체의 위기를 예상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프라이드는 후지TV의 공백을 위성방송 스카이퍼펙TV·인터넷 중계로 대체하고 2006년 10월 21일 프라이드 32를 미국에서 개최하며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후지TV와 계약 해지로 신용도가 하락한 DSE는 은행대출에 어려움을 겪었고 연말대회 지상파 중계도 무산됐다.

세계 MMA를 양분한 미국 UFC의 인기·선수 급여 상승은 2006년 12월 30일 프라이드 간판선수 미르크 필리포비치(별칭 크로캅, 24승 2무 6패 1무효)의 2년 6경기 계약으로 일본 격투기에도 영향을 줬다.

DSE는 2007년 2월 24일 프라이드 33을 미국에서 열어 203만 달러(25억 원)의 입장 수익을 올리고 산하 프로레슬링대회 허슬의 지상파 방영 실현으로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결국 2007년 3월 27일 UFC 주최사 ZUFFA는 프라이드의 흥행권을 인수했다.

DSE는 2006년 3월 말 기준으로 자본보다 채무가 30억 원(2억 3,444만 엔), 운영비용은 수익보다 43억 원(3억 3,281만 4천 엔)이 많았다. 후지TV의 계약 해지가 아니라도 자생력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폭력단 관련 보도와 프라이드의 대외 이미지 추락, 지상파 방송 계약 해지와 자금조달 어려움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결국 매각밖에는 답이 없음을 예상한 것이다.

# 프라이드·K-1의 미국 진출과 실패

일본 격투기는 프라이드 32·33, 2007년 6월 2일 K-1 다이너마이트 USA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미국은 주 체육위원회에서 권투·입식타격기·종합격투기(MMA)를 관장하므로 일본 단체들도 대회 개최를 위해 규정을 현지 기준에 맞출 수 밖에 없었다. 프라이드에서 허용된 그라운드 상황에서 상대 머리에 대한 발차기·밟기·무릎 공격은 미국대회에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격투기는 프로레슬링에 뿌리를 둔 탓에 스포츠성이 부족했다. 게다가 미국 사정에 어두운 일본 단체의 대회 홍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프라이드와 K-1 미국대회 유료관중 비율은 67%, 20%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프라이드는 카지노, K-1은 개최지 LA의 한인 공동체를 통해 무료입장권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했기에 유료관중 통계의 신뢰도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다이너마이트 미국대회는 흥행 핵심인 최홍만(K-1 12승 5패, MMA 1승 2패), 아키야마가 주 체육위원회 인증거부(뇌종양),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고 1990년 아시아경기대회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00kg 3위 최무배(8승 3패)도 B형간염보균으로 경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작년 폐업 전까지 미국 2위의 MMA 회사였던 프로엘리트와 합작으로 열린 대회였지만 프로엘리트 간판여성선수 지나 커라노(7승)가 감량 도중 실신하는 불상사로 출전이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20%라는 유료관중 비율이 말해주듯 현지 홍보에서 프로엘리트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고 출전예정선수의 대규모 결장으로 흥행 차질은 불가피했다. K-1 미국대회의 현지 공식명칭은 ‘SoftBank presents Dynamite!! USA in association with ProElite’였다.

FEG에게 미국대회는 일본 거대 기업으로 통신·미디어·전자상업·금융·마케팅·프로야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식회사 소프트뱅크(softbank.co.jp)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였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는 대회 실패를 말하기에 충분하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에 소프트뱅크 캐피털(sbcap.com)이라는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창립자·회장·최고경영자 손정의(재일한국인 3세)의 존재는 한인이 많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K-1 대회를 후원한 이유였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졸업자 손정의에게 LA 대회는 적은 액수로 미국 진출을 도모할 기회로 여겨졌다.

FEG가 미국 진출 성공을 위해 일본 격투기의 특성을 모조리 버릴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고 이는 미국대회에서 고스란히 한계 요인이 됐다. 최홍만의 거인증은 상식선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안이다. 박지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거인증 환자는 뇌종양 치료 이전에는 출전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

따라서 2007년 1월 시점에서 K-1 미국대회의 실패를 예상한 것은 ‘예언’이 아니라 사전에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2007년 6월 5일 박지일의 가미프로 기고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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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프라이드 + K-1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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