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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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향한 고언(苦言), 계란 투척이 최선인가요

기사입력 2018.06.30 01:34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어떤 불만과 의구심을 가졌을 때 이를 어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느 방식을 선택해 의견이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주장이 가지는 무게감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축구 대표팀이 해단식을 가지던 중 계란과 쿠션 세례를 받았다. 힘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은 게이트 앞을 메운 환영 인파에 미소를 지었다가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소감을 말하던 손흥민은 날아오는 계란에 정면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물건 투척'은 역사가 꽤 오래된 불만 표출 방식이다. 장르를 스포츠로만 좁혀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펼치는 프로 선수들을 향해 소주병, 컵라면 따위가 날아들곤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팬들의 인식도 변했고, 이제 이런 방식은 팬들 사이에서도 옳지 못한 방향으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수들을 향한 분노와 원망은 '투척'으로 발현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귀국한 축구대표팀을 향해 일부 팬들이 엿을 던진 사건이 있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올해 3월 말 롯데 자이언츠 간판스타 이대호가 신원 불명의 팬이 던진 치킨 박스를 맞았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비록 목표였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선수들은 소속팀 경기는 물론 굵직한 국제대회, 월드컵 예선 등을 빠듯하게 소화해왔다. 오는 8월의 아시안게임, 더 나아가 4년 뒤의 월드컵을 다그치기 전에 큰 대회를 치르고 온 대표팀의 수고를 치하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의 청사진을 묻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다.

해단식 중인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향해 물건을 던지는 행위가 문제인 이유는 대표팀이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저급한 방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전달하기에 '물건 투척'은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선수단에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불만 표출이라는 메시지 그 이상의 것을 담을 수 없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대표팀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일은 당연하다.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는 만큼,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도 많이 보이게 된다. 그러나 전달 과정에서 누군가 다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의견이 왜곡된다면 처음 가졌던 선의마저 변질될 수 있다. 이제는 '전달의 미학'을 생각할 때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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