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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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로 돌아온 '명장' 김태환 감독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5.07.04 22:30 / 기사수정 2005.07.04 22:30

서민석 기자

2일, 프로농구 서울 SK의 새 사령탑에 앉은 김태환(55) 감독의 생일을 사흘 앞둔(실제 생일은 7월 4일이다) 생일 축하 겸 팬 미팅이 감독이 경영하는 '압구정 초가집'에서 열렸다. 원래 이 날 오후 5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작스런 출국 스케줄(당일 오후 8시 비행기)로 팬 미팅 일정이 예정보다 다소 빠른 오후 3시 쯤에 시작되었다.


▲ 김태환 감독 


기자 (이하 기) :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태환 감독 (이하 감) : 네 감사합니다. 

기 : 본래 예정보다 하루 빨리 미국으로 가시게 되었는데, 무슨 이유라도?

감 : 원래는 우리가 내일 출국하기로 했었지요. 헌데 미국 휴스턴에 있는 선수가 꼭 내일 미국에서 보면 안 될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우리가 하루 일정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기 : 최근에 감독님 몸이 좋아지신 것 같은데, 혹시 요즘 술을 많이 드시는지? 주량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감 : 뭐 술은 '주는 대로' 먹죠. (일동 웃음)  다만 요즘 살을 쫌 빼야겠다 싶어서 선수들이랑 훈련 할 때를 이용한다던가 개인적으로 러닝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그래도 먹는 술의 양이 워낙 많으니깐 변화가 없더라고. 그리고 기자분도 잘 알겠지만, 다이어트 이게 쉽지 않아요.

기 : 말 나온 김에 주로 술은 어느 분이랑 드시는지?

감 : 아무래도 선수들이랑 많이 먹죠.  지인들이나 가게에 손님들하고도 잘 먹지만, 시즌 중에는 서울 원정 온 선수들이나 수도권 지역 팀 선수들이 오기도 합니다. 요즘 같은 비시즌인 경우엔 선수들 많이 사는 수지 쪽으로 내가 원정을 가기도 해요.


선수 영입에 대한 이야기


기 : 이제 농구에 대한 질문을 드리죠. 이번에 이정래-박준용 선수의 맞트레이드에 대한 말이 많던데, 뭐 특별한 배경이 있으셨는지?

감 : (머뭇거리며) 음, 일단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죠. 하지만 전 이정래 선수의 공격 능력을 보고 영입을 한 것이고 상대적으로 우리 팀의 풍부한 가드진을 감안해서 박준용 선수를 내준거죠. 뭐 트레이드에 특별한 배경은 없었어요.

기: 그럼 더 나가서 감독님 SK 부임 이후 계속 나오는 'LG 조우현 선수 영입설' 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감 : 신선우 감독이 줄래나? (웃음) 일단 조우현 선수가 저랑 잘 맞고, 또 저를 잘 따르니깐 카드만 맞으면 영입하고 싶은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트레이드라는게 나 혼자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 간의 이해득실이 맞아야 하는거 아니겠어요? 아직까진 글쎄, 잘 모르겠네요.




감독님의 구수한 입담 시작 


감독 vs 해설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기 : SBS 스포츠 채널에서 해설하셨잖아요? 감독하실 때 보다 더 어렵던가요? 또 해설을 하시게 된 계기는요?

감 : 사실 해설도 공부를 해야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감독이 훨씬 어렵죠. 해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하면 되지만, 감독은 그게 아니거든.  선수들 다독거리고 팀을 운용하고 팀 전술을 짜고 하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에요. 그리고 해설을 맡게 된 계기는 15년 전 쯤인가? 한 번 해설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한 번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할 만 하더라고.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한 번 이충희 위원이 SBS로 오기 전에 한 번 본방송(공중파) 해설을 한 적이 있는데, 시청률이 껑충 뛰었다고 하더라고. 이후에 LG에서 물러나고 나서도 SBS에서 제의를 많이 했었어.  그래서 뭐 해설을 하게 된거지.

기 : 여자(국민은행)-대학(중앙대)-프로(창원 LG)농구 감독을 다 해보셨는데, 셋 중엔 어디가 제일 어려우신지?

감 : 어려운 질문만 하네? (웃음) 사실 그런 질문을 주변에서 많이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해요. '우승을 목표로 하면, 어디든 다 어렵다'. '여자농구가 상대적으로 힘들다' 는 감독도 많고, '여자농구 감독 하다가 남자 농구 감독하면 성공한다' 는 말이 많은데 선수들을 진심으로 위해주고 잘 대해주면, 그런 말은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막말로 개도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이랑 아닌 사람이랑 구분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인데 더 말할 것도 없죠. '진심'으로 대하는 것. 이게 제일 중요하죠. 


써포터에게 잘 보이려는 김 감독

생일 파티 자리에는 인터넷 팬카페 회원들 말고도 SK 나이츠 서포터 임원 세 분(남자 한 명, 여자 두 명)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찾았다.


감 : 아니 뭐 써포터들은 많이 있나?  

써포터 (이하 써) : 가입한 회원은 2~300명 정도 되고요. 매일 경기에 나와서 써포팅 하는 사람은 한 30명 정도 되요.

기 : 지난 시즌에 우승 못해서 많이 섭섭했죠.

써 : 아니에요. 지난 시즌 6강에 올라가지 못해서 섭섭하긴 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요.

감: 아무튼 앞으로 저도 최선을 다해서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노력할테니까 써포터 여러분도 힘을 좀 써주세요. 그래서 내년 내 생일 땐 팬 1000명 정도 모여서 생일 잔치도 하고 그러자고... (일동 웃음)


다시 써포터와의 대화를 마친 김태환 감독에게 질문이 시작됐다.


기 : 감독님 그 지금까지 감독을 하시면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으신지?

감 :  (잠시 머뭇거리며) 짐작할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래도 2002 ~ 2003시즌 원주 TG와의 5차전 이었죠. 사실 그 때 전반에 49:34로 앞섰을 때만해도 거의 이겼다고 생각했고 락커룸에서 동희랑 영만이한테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괜찮다고 하길래 그냥 내 보낸게 결국 패착이 된 것 같아. 너무 선수를 믿은 게 내 잘못이지 뭐.  아무래도 그 때 내가 우승을 하는 거였는데, 아쉽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어.

기 : 결국 뭐 2003 ~ 2004 시즌 종료 이후에 불명예 퇴진 당하신 것도 이 때 우승 못하신게 크군요.

감 : 아무래도 주변에선 4년 연속 4강에 올라간 감독을 왜 짜르느냐 나보다 더 흥분하드라고.(웃음)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요.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이 목표고 또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상 그 책임은 감독에게 주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봐. 하지만 그 책임을 내가 스스로 지기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전가 시켰다는 것이 좀 그렇다는 거지. (이 대목에서 김감독은 상당히 말을 아끼는 듯 했다)

기 : 그나저나 LG가 왜 신선우 감독을 영입했다고 생각하세요?

감 : 아무래도 '승률'의 측면이 강하죠. 제가 알기엔 신선우 감독이 승률이 제일 좋고. 또 뭐 이미 검증된 감독이니까. 아무래도 그런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생각을 해요.

기 : 신선우 감독이랑은 개인적으로 친하신지?

감 : 뭐 친하다기 보단 아무래도 같이 여자농구를 한 사람이라 뭐 그 쪽에서 친한 척을 하기도 하고, 뭐 그런게 썩 나쁜 것은 아니라 좋게 지내요.

기 : 갑자기 궁금한데 경기 끝나고 코칭 스테프끼리 악수 하잖아요? 그건 경기 후 무조건 해야하는 것인가요?

감 : 뭐 그것도 일종의 형식이고, 사실 나도 하기 싫은 사람 있긴 한데...(웃음) 아무래도 가급적 하려고 하죠. 그리고 요즘은 중계가 잦다보니 행여나 그런거 안하다 보면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야.

기 : 말나온 김에 중계 때문에 안 좋은 점도 많으시죠?

감 : 많지. 뭐 일단 가끔씩 모션이나 말이 한번씩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게 있다고. 그럴 때 중계에서 만약에 입 모양이나 모션을 잘못 잡아주면 참 난감해. 그래서 최근엔 요령이 생겨서 입을 막거나 아예 고개를 돌려버려. 

기 : 얼마전에 야구보러 가셨다는데

감 : 야구 좋아하죠.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두산:SK전을 그룹 차원에서 보러 간 적이 있었어요. 경기 다 보고 조범현 감독이랑 박종훈 수석코치랑 술자리가 있었는데 조범현 감독이 묻더라고. 감독님은 감독 생활하시면서 교체 타이밍이나 그런걸 어떻게 가져가시냐고. 그래서 내가 '어떤 종목이건 간에 내 지론은 늦는 것 보단 빠른게 낫다. 내가 감독생활 할 때 보니깐 늦어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더라'고 말했지. 우연인지 몰라도 그 이후에 SK 와이번스가 상승세더라고. (웃음)


SK 나이츠 감독으로써의 각오

기 : 감독님 SK 감독 되시고 나서 좋은 점은 어떤 게 있으신지?

감 : 아무래도 뭐 현장에 복귀해서 너무 좋고, 또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고 하니깐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 시즌 SK나이츠가 관중 동원 1위였는데 그만큼 부담도 많이 되고. 사실 관중이라는게 감독의 힘이라기 보단 마케팅과 성적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지 많이 들어오는 거거든. 꼭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관중이 재미있는 경기 또 관중을 많이 불러 모을 수 있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기 : 그나저나 SK 나이츠 가셔서 핸드폰 요금은 이제 공짜시죠? (웃음)

김 : 아 맞네. 그것도 좋은 점이에요. (웃음) 사실 뭐 LG 휴대폰도 가지고 있긴 한데 뭐 말나온 김에 구단 마케팅 팀이나 그런데서 날 모델로 삼아서 단말기나 회사 CF도 찍고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야. 그런 생각은 잘 안한단 말이야.(웃음)

기 : 끝으로 올 시즌 각오 한 마디

감 : 프로는 역시 우승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저도 뭐 그걸 야인생활하면서 뼈저리게 느꼈고. SK는 국내 선수 구성도 좋고하니 제가 열심히하면 좋은 결과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관중 여러분도 성원 많이 해 주시고, 그 성원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 : 아무튼 여러 질문에 재미있는 답변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성적 거두시길 바라겠습니다.

감 : 네 감사합니다.




가족사진 



감독님과 SK나이츠의 건승을 위하여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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