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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강해질수록 힘을 내는 박찬호

기사입력 2009.05.07 23:49 / 기사수정 2009.05.07 23:49

최세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세진] 선발 잔류와 탈락의 갈림길에 선 박찬호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경기. 상대팀은 바로 전 등판에서 자신을 코너에 몰아넣은 뉴욕 메츠. 상대 투수는 현역 최고의 좌완으로 꼽히는 뉴욕 메츠의 요한 산타나였다. 슬로우 스타터로 유명한 산타나의 4월 성적은 3승 1패 방어율 1.10. 내셔널리그 4월의 투수로 선정. 그 누가 보기에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절제 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에게 충분히 버거운 상대를 만난 박찬호의 표정에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해 보겠다는 굳은 결의와 절박함이 드러났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 경기는 그동안의 부진한 투구내용을 한꺼번에 상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최고의 상대를 맞이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불안한 입지를 확고히 하고 팬들과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에서 산타나는 여전한 구위와 볼 배합으로 필리스 타선을 농락했다.  또한, 박찬호 역시 산타나에 전혀 밀리지 않는 그동안의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자신감 넘치는 승부로 이번 시즌 5번의 선발 등판 경기 중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이로써 박찬호는 상대투수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힘을 내는 기분 좋은 징크스도 이어갔다.

가까운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상대팀의 에이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박찬호는 유독 힘을 냈다. 6월 16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구원 등판해 1.1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8안타 5실점을 허용하며 시즌 최악의 부진을 보인 후 22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던 박찬호는 상대팀 에이스 C.C 사바시아를 맞아 5이닝 동안 무려 삼진 9개를 잡아내며 1실점 하는 역투를 펼쳤다. 비록 상대팀 투수인 사바시아에게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바로 전 경기의 부진으로 인한 여러 가지 의혹들을 말끔히 털어낸 대단한 역투였다.

바로 그 다음 선발등판경기였던 6월 28일 LA 에인절스전에서도 당시 15경기에 등판하여 무려 11승을 기록하고 있던 무서운 상승세의 상대팀 선발 조 선더스를 상대로 6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23개월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볼넷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제구가 완벽했고 삼진은 7개나 잡아내며 에인절스 타선을 꽁꽁 묶어 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7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강한 투수와의 대결에서 자신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상대팀 투수를 의식하고 던지지는 않는다"라고 짧게 코멘트했다. 상대팀 선발을 의식하기보다는 상대팀 선발의 훌륭한 투구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162경기의 대장정을 치르는 동안 각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팀의 1선발은 1선발 끼리, 2선발은 2선발 끼리 맞붙으리란 법은 없다. 팀의 5선발을 맡은 투수가 상대팀의 1선발을 상대로 호투를 펼친다면 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이는 시리즈 전체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쉽게 무시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박찬호는 오늘의 호투를 통해 당분간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것이라고 예상된다. 앞으로 등판할 경기에서 또 어떤 투수를 만나 어떤 멋진 승부를 펼칠지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 = 박찬호 (C) MLB/필라델피아 필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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