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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LG 이범준에게 내려진 '첫 승'을 위한 특명

기사입력 2009.05.01 07:22 / 기사수정 2009.05.01 07:22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야구는 일명 '투수놀음'이라고도 한다. 타자는 10번 중에 3번만 안타를 쳐도 잘한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즉, 반대로 10번 중에 7번은 못 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 정도로 투수와 타자와의 싸움에서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는 것을 뜻한다.

140km/h~150km/h에 달하는 공을 제대로 보고 치는 타자는 그 누구도 없다. 그 총알 같은 직구를 눈으로 보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감각으로 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수는 빠르고 강한 직구뿐만 아니라 느린 변화구를 중간마다 섞어 던지는 등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함으로써 타자들을 교란하여 페이스를 잃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다.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느냐 못 잡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타자상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게 되면 상대적으로 투수는 느긋하게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타자의 눈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각종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으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투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자기 공을 100퍼센트 구사할 수 있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좌우, 상하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들을 현혹시킴으로써 투구 수 조절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게 함으로써 타자들의 타격자세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반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힌 타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직면하게 되어 투수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채로 승부에 임하게 된다. 초구를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시작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타자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머릿속에 그려 좁힌 후, 타격에 임하게 됨으로써 좋은 타구를 양산해 낼 가능성이 크다.

4월 30일에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3차전에서 LG의 선발 이범준은 어려운 경기 운영 속에 1.1이닝 만에 6실점을 헌납하며 강판당했다. 이범준이 그토록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주된 이유가 바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범준은 LG의 투수중에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선수다. 변화구 각이 무디긴 하지만, 150km/h에 가까운 그의 빠른 직구는 충분히 파괴적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 뛰는 타자 치고 자신이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한가운데에 들어오는 직구를 못 칠 타자는 아무도 없다.

이범준은 1회 1번 타자 강동우부터 5번 타자 이범호까지 연속 초구 볼을 던졌다. 특히, 1번 타자 강동우에게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자멸을 시작했다. 6번 타자 이도형은 초구에 파울을 쳐냈으며 7번 타자 김민재에게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한 채 시종일관 끌려다녔다. 2회부터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알아챈 한화 타자들이 1회와는 달리 적극적인 베팅을 하여 신경현의 홈런 등 이범준의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고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한가운데 몰리는 공을 던질 수밖에 없고 스트라이크를 잡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한 한화의 타자들이 신예 이범준과의 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범준은 난타당하게 된 것이다.

이범준은 LG가 자랑하는 유망주 투수 중에 1명이다. 지난해 3승 2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올 시즌 본격적으로 LG의 선발진에 합류하여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여 발생하게 되는 고질적인 문제인 투구 수 조절 실패로 인해 '이닝 이터'로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첫 선발등판이었던 4월 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후 4번의 선발등판에서 5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금 이범준에게 가장 필요한 투수로서의 덕목이 바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이다. 150km/h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직구를 갖춘 이범준이기에 타자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볼 카운트를 점한 후에 자신만의 위닝 샷으로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해야만 한다. 이점을 LG의 다카하시 코치와 이범준 본인이 모를 리가 없다.

과연, 언제쯤 이범준이 2009시즌 '마수걸이' 첫 승을 올릴 수 있을까? 타자와의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장 빠른 첩경은 바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이라는 것을 이범준은 늘 가슴속에 담아놔야 할 것이다.

[사진=(C) 이범준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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