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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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리뷰] '레슬러' 베테랑 유해진의 노련함·신예 김민재의 패기

기사입력 2018.05.09 18:45 / 기사수정 2018.05.09 18:42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가 9일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대중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거듭난 유해진과 '레슬러'를 통해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김민재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유쾌하다.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째인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 씨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해진이 귀보 역으로, 김민재가 성웅 역으로 분해 부자(父子) 호흡을 맞췄다. 지난 달 열렸던 '레슬러' 쇼케이스 현장에서 유해진은 '김민재와 부자 지간이다'라는 말에 "그렇게 믿어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증을 불러모았던 스크린 속 유해진과 김민재의 부자 호흡은 현실 속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충분히 떠올리게 할 만큼 자연스러운 얼굴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보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무장해제시키는, 유해진만의 편안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연기는 '레슬러'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유해진이 보여주는 다양한 얼굴을 바라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촬영장에서도 '아이디어 뱅크'로 불렸을 만큼, 유해진의 노련함에서 나오는 장면 장면의 디테일하고 또 자연스러운 포인트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체육관에서 회원들에게 에어로빅을 가르치며, 그 안에 구호를 더한 것은 유해진의 아이디어였다. 또 짧은 헤어스타일로 엉뚱한 변신을 시도한 가영(이성경 분)에게 "너 지금 '설국열차'같아, 그 틸다 그 아줌마처럼"이라고 말하는 장면까지도 적재적소에 걸맞은 유머를 살포시 더한 유해진의 생각이 있었기에 더 풍성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


이 장면들 외에도 지루하지 않게 영화에 웃음을 더하는 포인트는 두 눈과 두 귀로 직접 보고 들을 때 그 재미를 더욱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웃음으로 관객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채워준 유해진은, 슬픔과 분노 등 다양한 얼굴을 내보인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 키우기 속 아들 성웅과의 갈등이나 엄마(나문희)를 바라보고, 함께 대화하는 모습으로 현실과 밀착돼 아주 가깝게 느껴지면서, 또 마음에 와 닿는 감정 표현을 해냈다.

성웅과의 갈등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통을 겪는 귀보가 눈물을 쏟을 때는 그 애틋함이 더 커진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 성웅이도 그렇고,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라며 슬퍼할 때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유해진과 그야말로 '좋은 호흡'을 완성한 김민재의 뚝심도 돋보인다. 길지 않은 연기 경력 속에서도 참여했던 작품들을 통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모습은 첫 스크린 도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다져진 연기로 스크린 위에 그려졌다.

레슬링 유망주를 연기하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레슬링 훈련에 매진한 김민재는 5kg 체중을 증량했고, 실제 모든 레슬링 장면을 소화해내며 패기를 내보였다.

짝사랑하는 가영을 바라보는 20대의 설레는 풋풋함, 아빠를 사랑하지만 또 걱정하는 마음  속에서 나오는 모진 말도 내뱉어야 하는 아들의 모습은 올해 23살 김민재가 표현할 수 있는 현실의 자신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어 더 자연스러웠던 얼굴 중 하나다.

베테랑 유해진의 노련함과 신예 김민재의 패기가 만나 유쾌함을 버무려냈다. 배우들과의 합이 무엇보다 좋다고 느껴지는 '레슬러'는 이들을 비롯해 이성경, 나문희, 성동일, 진경, 황우슬혜 등 세대를 아우르는 주·조연 배우들이 각자의 몫을 적재적소에서 해냈다. 110분. 15세이상관람가.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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