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8 07:38 / 기사수정 2009.04.08 07:38
[엑스포츠뉴스 = 이동현 기자] 두산 마운드의 허리가 한층 단단해졌다. 2년차 언더핸드 고창성의 '깜짝 등장' 덕분이다.
7일 대전 구장에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화와의 방문 경기에서 고창성은 선발 김명제가 5실점으로 무너진 후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두산이 1-5로 뒤진 5회말 무사 1루에서 2볼의 볼카운트를 안고 등판한 고창성은 거푸 볼 두 개를 던져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교체 등판했기 때문에 디아즈에 대한 볼넷 기록은 전임 투수 김명제에게 기록됐다.
고창성의 쾌투는 그때부터 발동이 걸렸다. 국가대표 4번타자 김태균에게 초구를 바깥쪽 직구로 선택해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2구째는 바깥쪽 변화구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이범호에게는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5-4-3으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해버렸다.
6회초 두산의 장타력이 불을 뿜으며 6-5로 역전에 성공하자 고창성은 더욱 힘을 냈다. 임태훈, 이재우 등 주력 중간 계투 투수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위력적인 변화구를 앞세워 6회와 7회를 각각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두 명은 삼진으로, 나머지 네 명은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높은 비율로 땅볼을 유도해야 하는 미들맨에게 딱 어울리는 믿음직한 투구였다.
8회는 이날 고창성 투구의 하이라이트였다. 1사 후 김태균에게 깨끗한 좌전 안타를 맞았다. 두산 벤치는 바빠졌다. 투수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두산 김경문 감독은 고창성을 바꾸지 않고 밀어붙였다. 감독의 절대 신임을 등에 업은 고창성은 이범호를 공 4개로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고, 이어 김태완은 중견수 플라이로 방어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39개의 투구로 4이닝을 던지는동안 피안타는 2개, 탈삼진은 3개였다. 9회 동료 내야수 실책으로 비자책 1점이 기록된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고창성은 데뷔 후 첫 승리를 거의 손에 넣었으나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9회에 7-7 동점이 되는 바람에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이날 두산은 한화와 7-7로 비겼지만 고창성의 발견이라는 큰 수확을 이뤘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고창성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데뷔 첫 해였던 2008시즌 5경기에 나와 3.2이닝을 던진게 1군 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 때도 잠시 머무르다 2군으로 내려갈 투수라는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개막 이틀째 경기였던 5일 잠실 KIA전에서 2-1로 앞선 6회에 구원 등판해 호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경기에서 고창성은 0.2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 데뷔 후 첫 홀드를 기록했다. 선발 정재훈이 만들어 놓은 1점차 리드를 임태훈에게 잘 연결한 공로였다. 7일 한화전 호투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고창성의 호투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볼 끝의 움직임이 좋고, 슬라이더와 싱커 등 위력적인 변화구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높은 땅볼 유도 비율은 보너스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늘려가는 능력을 실제 경기에서 증명하고 있다. 시즌 개막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고창성 덕분에 김경문 감독은 앞으로 웃을 일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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