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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한국축구의 '판타스틱 4', '양박'-'쌍용'

기사입력 2009.03.29 18:11 / 기사수정 2009.03.29 18:11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이제 대한민국에 양박-쌍용의 '판타스틱 4' 시대가 도래했다.

'판타스틱 4'란 동명의 영화제목으로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이 자랑하던 '호나우두-아드리아누-카카-호나우지뉴'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07/08시즌 FC바르셀로나의 '에투-호나우지뉴-앙리-메시'로 구성된 공격진을 빗대던 말.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다른 나라 축구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으로 구성된 '한국판 판타스틱 4'가 본격적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1일에 있을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3월 28일 오후 7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주식회사 E1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이라크 축구대표팀과의 일전은 '한국판 판타스틱 4'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들 '판타스틱 4'는 함께 뛰었던 전반전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양박' 박지성-박주영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주장 박지성과 유럽진출 이후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주영은 예전부터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든 재능과 활약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양박'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이라크와의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창의성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대표팀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장으로서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높이고 있는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 왼쪽 미드필더로 나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체력안배 차원에서 전반 45분 만을 소화했지만, 박지성은 전매특허인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이라크 수비를 압박했다. 박지성이 많은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창출한 것은 대표팀 공격력의 근원이었다. 

그의 한 차원 높은 플레이에 이라크 대표팀은 넋을 놓고 박지성만 바라보는 듯했다. 박지성이 주장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자 대표팀 전체가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전반 31분, 수비수 4명 앞에서도 공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드리블을 이어가는 박지성의 모습은 그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근호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박주영은 최근 프랑스리그에서 골을 터뜨렸던 날카로운 득점감각을 뽐내며 여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박주영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당황케 했고, 최근 소속팀에서의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에 걸맞게 동료를 이용한 날카롭고도 창의적인 침투패스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덕분에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던 이근호는 많은 기회를 잡으며 골감각 회복을 위한 실전 연습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박주영은 프랑스리그 진출 이후 진일보한 공중볼 처리 능력을 보여 주기도 해 보였다. 박주영은 헤딩으로 슈팅은 물론이고 동료에게 득점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가 가진 스트라이커로서의 가치를 한껏 높였다.

이러한 '양박'의 활약 덕분에 대표팀은 양 측면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격루트를 창조해낼 수 있었다.

'쌍용' 기성용-이청용

지난해부터 한국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른 '쌍용' 기성용-이청용은 이라크전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대표팀의 확실한 카드로 자리매김한 기성용과 이청용은 이날 경기에도 각각 중앙과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양박'과 절정의 호흡을 과시했다. 이청용은 자신이 스스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공격수라 밝혔던 박주영과 함께 수차례 좋은 득점기회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드리블을 이용한 파괴력 넘치는 돌파, 그리고 예리한 도움 능력 역시 일품이었다. 이청용은 박지성과 함께 이라크의 측면을 끊임없이 공략해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청용의 '단짝' 기성용은 다재다능함을 앞세워 중원사령관으로서 공수를 조율했다. 미드필드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패스게임은 중앙과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며 활약한 기성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기성용은 전담 키커의 역할까지 맡으며 빠르고 예리한 각의 위력적인 크로스를 올려줬고, 때로는 날카로운 슈팅까지 날렸다.

이근호의 결승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얻어낸 상황 역시 이청용과 기성용의 콤비 플레이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서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서서히 상대 측면을 공략하다가 순간적인 기성용의 침투에 맞춰 찔러준 이청용의 패스는 '쌍용'의 진가를 보여주던 장면이었다.

한국판 '판타스틱 4'의 유기적인 모습

브라질과 바르셀로나의 '판타스틱 4'가 실패했던 이유는 멤버들 간의 유기성에 있었다. 앞선 두 '판타스틱 4'는 선수 개개인을 놓고 보더라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었고 그 구성 역시 가히 꿈의 조합이라 할만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속은 없이 불협화음만 낳았을 뿐이었다. 최적의 조합을 구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어느 한 선수가 도태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의 '판타스틱 4'는 이라크전을 통해 선수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동시에 서로를 통해 공존하며 대표팀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청용과 박지성은 전방 투톱 박주영과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했고, 예리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다. 슈팅과 패스는 물론 활동량에 있어서도 모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그 어떤 자리에서도 서로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은 작년까지 한 팀에서 뛰며 긴 시간 함께 뛰어왔기에 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뛰기에 이들과의 하모니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이 모두 뛰었던 전반전에서 나온 8번의 결정적인 기회 모두 '판타스틱 4'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전반 3분에는 박주영의 침투패스를 받은 이청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이근호에게 올려줘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8분과 18분에는 기성용의 코너킥을 각각 박주영과 이근호가 위협적인 헤딩 슈팅으로 이어갔다. 19분에는 박지성이 재치있는 침투패스로 이청용에게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줬고, 27분에는 기성용의 프리킥을 다시 한번 박주영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35분에는 이청용과 패스를 주고받은 박주영이 이근호에게 날카로운 침투패스를 넣어줘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줬다.

42분에도 박주영은 헤딩으로 볼을 떨어뜨려 주며 이근호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44분에는 반대로 이근호와 박주영이 교과서적인 이 대 일 패스로 단독 찬스를 만들며 이라크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에 터진 두 골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치우의 동점골은 기성용의 발끝에서 나왔으며 결승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얻어낸 장면에서는 이청용과 기성용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이처럼 '판타스틱 4'는 이라크전에서 비록 많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전에 한국축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화려하고 돋보이는 공격력을 경기 내내 과시하며 대표팀에 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1일에 있을 경기에서 북한은 원정경기임을 감안해 승점 1점에도 만족하는 안정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7명의 선수를 자기 진영 수비 지역에 포진시키며 극단적인 수비를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짓고자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승점 3점이 필요한 상황. 따라서 허정무호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판타스틱 4'가 공격의 선봉에서 팀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환상적인' 네 선수. 그들의 발끝에서 펼쳐질 2010년을 향한 '환상적인' 드라마를 기대하는 '환상적인' 축구팬들의 마음. 이제부터 한국 축구는 '환상적인' 길을 걷기 시작하지 않을까. Fantastic!!!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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