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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용병 타자 4인 4색.

기사입력 2005.06.03 20:59 / 기사수정 2005.06.03 20:59

서민석 기자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 팀에는 용병 타자보다 용병 투수가 조금 더 많다. 삼성,두산, 기아, SK는 용병 두 명 모두 투수를 선택한 반면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롯데, 한화, LG가 모두 타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4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가 투수 1명, 타자 1명을 가동시키면서 타자보다 투수가 2명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병 타자들의 입지가 좁아진 건 아니다. 오히려 각자 팀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네 명을 꼽으라면 바로 이들을 들 수 있다.
 

새 얼굴의 선두주자 홈런&타점 기계 - 현대 레리 서튼

쿨바 - 퀸란 - 브롬바. 1995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6년간 3번이나 한국시리즈를 재패한 데는 김재박 감독의 용병술, 막강한 투수진 외에도 이들 특급 용병타자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현대에 올 시즌 또다시 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영입한 선수가 바로 레리 서튼이다.

1일 현재 타율 3위(0.333),홈런 2위(12개),타점 3위(39개),장타율 1위(0.588), 볼넷 1위(39개) 등. 공격 전 부분에서 5걸 안에 들어갈 정도로 그의 기복없는 활약은 '현대대반격' 의 힘이 되고 있다.

MLB 출신답게 각 구단 투수들의 습성을 일일이 메모하고 연구하는 자세와 더불어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런 모습들이 단순한 용병이 아닌 '야구선배'로써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어 그의 성적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물론 점점 상대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고의 볼넷이 잦아지고, 더운 여름을 앞두고의 체력관리가 관건일 듯 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활약으로도 충분히 용병 최고 타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는 만큼 이 고비만 넘기면 이번 시즌은 그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테오는 이제 잊어라, 이름 값은 하겠다 - LG 루 클리어

97년 피츠버그에 입단해 2004년까지 8년간 메이저리거로 활동했던 루 클리어.

27만 달러(계약금 10만, 연봉 17만)로 LG에 입단할때만 해도 과거 삼성-LG에서 뛰었던 매니 마르티네즈를 연상시키는 다소 왜소한 체격을 보이며 과연 한 시즌이라도 제대로 뛸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8년 동안 315경기에서 통산 타율 0.241, 트리플A에서 102경기 3할2푼6리 14홈런 66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올스타로 뽑힌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시즌 초반 '롯데경기에서만' 강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타고난 타격센스와 주루능력을 앞세워 현재 타율 0.283에 9홈런 27타점으로 공격의 첨병역할을 착실하게 해주고 있다.

특히 그가 빛나는 것은 현대 13개를 기록중인 도루 부분이다. 현재 함께 공동 3위에 올라있는 안재만과 도루 17개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용택과 더불어 LG의 뛰는 야구의 선봉에 서 있다. 때문에 주로 5번타자로 출장하는 그가 누상에 나가도 투수는 주자 견제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문제점은 있다. 우선 용병 특유의 '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또한 볼넷(13개)도 상대적으로 적다. 다른 용병들의 사구에는 고의사구와 같은 피하는 사구도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분명히 작은 숫자이다. 이와 더불어 삼진 1위(44개)라는 점도 결국 낮은 장타율과 출루율(OPS)로 연결되고 있다. 이 점은 시급해 보완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초반 열풍은 시들해도 엄연한 공포의 홈런타자 - 롯데 펠로우

태업을 일삼던 페레즈를 버리고, MLB출신의 펠로우를 영입할 때만 해도 롯데 팬들은 반신반의 했다.

베로아-헤처-브레디-화이트 등 기록은 어느 뒷받침되던 선수들이 롯데에 와서는 부진했던 경우를 많이 봤던 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예상대로 펠로우는 지난 4월 22일 SK와의 사직경기에서 2번 신명철의 대타로 출전 3타수 무안타로 데뷔전을 치뤘고 초반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데뷔전 이틀 뒤 24일 경기에서는 6회-8회 연타석 홈런을 치며 화끈한 '한국생활' 을 예고했다.

이후 11홈런에 29타점을 쳐낸 그는 지난 달 24일 LG전 이후 홈런포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몸 쪽 높은 볼에 약점을 보인 그는 한국에 와서 약점 보완에 어느정도 성공했으나 이번에는 최근 한국 투수들의 바깥쪽 직구나 빠지는 변화구에 또다시 약점을 노출. 헛스윙을 연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밑천'이 다 드러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롯데의 올 시즌 성적이 펠로우에게 달려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적 뿐만 아니라 '백인 정수근'으로 불릴 정도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그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과연 그가 6월에도 지금까지의 기세를 이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관이 명관. 정교함과 파워를 갖췄다 - 한화 데이비스

올 시즌 국내무대 한화로 복귀한 브리또와 더불어 한국에서 벌써 6년째(1999~올해. 2003년은 제외) 뛰고 있는 '한국형 용병' 레리 데이비스.

그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용병형이다. 즉, '비슷하면 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선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통산 타율이 0.315에 462타점을 기록할만큼 정교함과 클러치 능력도 갖고있는 그이다.

비록 한국에 온 첫해(1999년) 한화를 우승으로 이끌 당시의 허슬플레이나 30홈런 35도루를 기록할만큼의 정교함과 파워는 해가 거듭될 수록 무뎌지는 듯 하다. 하지만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상대타자에게 위협감을 주기에는 충분한 모습이다.

비록 최근 5경기에서 0.214에 3타점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가 브리또와 함께 3-5번 타순에서 김태균을 엄호해 주지 않으면 한화의 올 시즌 역시 힘겨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한화 입장에서는 그가 다시 일어서기만을 바랄 듯 하다.

하지만 용병의 부진은 곧 일반 선수들의 부진보다 더 큰 데미지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팀의 부족한 것을 용병이 매워주지 못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어렵다. 그 역시 하루 빨리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역시 어려워 보인다.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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