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0 15:01 / 기사수정 2009.03.20 15:01
순위 결정전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2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의미 없는 게임이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나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4강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은 '골치 아픈' 한일전 네 번째 경기 선발 투수로 장원삼 카드를 꺼내는 모험을 단행했다.
장원삼의 국가대표 선발 등판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도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이렇다 할 선발 투수가 눈에 띄지 않자 당시 김경문 감독은 장원삼을 과감하게 선발로 등판시켰던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전 선발 등판은 다소 위험한 선택이었다. 난타를 당할 경우 뜻하지 않게 아껴두기로 했던 투수들을 소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원삼은 3이닝 동안 1자책점만을 허용(2실점 중 1점은 야수 실책)하면서 계투진 운용에 숨을 틔워주었다. 이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컨디션이 상승했던 장원삼의 상태를 면밀히 살핀 결과이기도 했다.
이어 던진 이승호는 노련함으로 일본 타선을 1과 2/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으며, '필승 계투조'에 합류에 합격점을 받았다. 김광현이 주춤한 사이 노련한 이승호를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베네수엘라를 겨냥?
20일 경기에서 등판한 투수들은 장원삼, 이승호, 이재우, 오승환, 김광현, 임태훈이었다. 이들 모두 대부분 '승리와는 무관한 경기'에 등판했던 투수들이었다. 2-2 동점상황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이 주춤하자 곧바로 김광현을 투입시켰다. 그 누구보다도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일본 타자들에게 간파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도 굳이 그를 등판시킨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김광현은 슬라이더로 다시 한 번 오가사와라에게 결승타점을 허용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라운드 일본전에서 2-14로 패했을 때처럼, 후반부에 경기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바로 베네수엘라를 겨냥했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하루 휴식 후 4강, 또 다시 하루 휴식 후 결승을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섰음을 말한다.
만약에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신승했을 경우 이틀 뒤인 23일에 미국과 만난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휴식 없이 바로 다음 날 24일에 결승전을 소화해야 한다. 다소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밖에 없다. 김인식 감독이 노렸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또한 미국을 만났을 때 감수해야 하는 '홈 어드벤티지'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지난 1회 WBC에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어이없는 오심'으로 아주 쉽게(?) 1승을 거두었던 전례가 있었다. 물론 주심이 전원 메이저리그 심판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조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음은 전혀 부인할 수 없다.
여기까지 생각해 본다면, 미국을 피해간 것은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순위결정전에서 주력멤버들을 쉬게 했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 그의 귀신같은 용병술이 과연 4강전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 = MLB/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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