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강인해서 매력적인 ‘닥터지바고’의 라라. 배우 전미도는 라라 그 자체가 돼 작품에 녹아든다.
전미도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 출연하고 있다. 라라 안티포바 역을 맡은 그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의사이자 시인 유리 지바고와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려낸다.
2012년 한국 초연에 이어 또 한 번 라라로 변신한 전미도는 ‘닥터 지바고’의 매력으로 음악을 꼽았다.
“‘닥터지바고’는 음악의 힘이 강해요. 음악은 기억을 부르는 힘이 있잖아요. 노래가 좋으니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연 때는 오디션을 보고 출연했어요. 시켜주면 감사한 신인이었는데 대극장 작품에서 비중 있는 주인공을 처음 맡게 됐죠. 의미 있는 작품이어서 재연에도 선뜻 출연하게 됐어요. 초연할 때는 지금보다 양이 훨씬 많았는데 이번에는 심플하게 재정비했죠.”
혁명 속에 피어난 운명적인 사랑. ‘닥터 지바고’가 감동을 주는 지점이다. 자칫 불륜으로 보일 관계다. 하지만 혼돈과 고난의 시대를 사는 지바고와 라라의 애절한 모습을 통해 숭고한 사랑으로 변모한다.
“1막은 라라의 스토리가 강한데 2막에서는 유리의 관점으로 진행돼요. 라라는 어떻게 보면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뮤즈 같은 캐릭터죠. 디테일하게 연기하기보다는 매 신에서 가야 하는 방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가장 맞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공감 없이 ‘불륜 이야기 아냐?’ 하면 할 말이 없는 거거든요. 그 인물을 따라가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네 '할 수도 있어요.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공연할 때는 힘들어요. 워낙 방대하고 소설의 세심한 감정을 세 시간 안에 압축해야 하니 매신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감정을) 실어야 해요. 반면에 극은 속도감이 있어 지나쳐 가고요. 한 번에 이해시키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라라를 그저 아름답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여자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본능을 지닌, 거칠 것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감정 표현이 솔직한 부분이 자신과 닮았단다.
그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즐거우면 즐겁다고 한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다는 점이 라라와 닮았다. 다만 라라라는 여자는 힘든 내색을 안 하는데 그건 좀 다르다. 부럽다"고 이야기했다.
"라라를 가장 잘 표현하는 신은 ‘When the music played’에요. 첫날밤에 남편에게 과거를 얘기하는 신인데 라라라는 캐릭터를 잡아주는 신이라고 생각해요. 말하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데 비겁하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요. 과거를 미화하는 게 아니라 욕망과 쾌락을 즐겼다고 표현하는 부분이 굉장히 솔직하다고 생각했죠.
라라는 남편이 떠나 절망스러운 상황이 왔음에도 남편을 찾아 전쟁터로 떠나잖아요.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도 유리아틴의 도서관을 가고요. 다른 친구가 남편이 죽은지 얼마 안 됐는데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데 ‘평생 울고만 있을 수 없잖아’라고 말하죠. 라라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좌절하고 쓰러지지 않아요. 보통은 험난한 캐릭터를 표현할 때 굉장히 와일드하고 천박하게 그려질 수 있는데 (라라는) 그렇지 않아요. 외유내강의 여자임을 보여주죠."
상대 배우와의 호흡으로 유리 지바고와의 애틋한 사랑을 완성한다고 한다. 혼자 하는 연기가 아닌 배우들과 에너지를 교류하면서 극에 몰입한단다.
“초연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상대 배우에게 의지하고 있어요. 박은태, 류정한 배우는 각각 달라요. 저와 (조)정은 언니가 다른 것처럼 두 분도 다른 것 같아요. 은태 오빠는 부드러우면서도 가끔 카리스마 있게 보일 때가 있고 정한 오빠는 중후하다가도 소년 같은 느낌이 나오더라고요.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죠. 두 배우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에게 의지해요. 굳이 대사를 나누는 파트너뿐만 아니라 앙상블을 만날 때도 일부러 눈을 마주치고 내뿜는 에너지를 교류하는 편이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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