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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영화계 종사자 46.1% "성폭력·성희롱 경험 있다"…女 비율 61.5%

기사입력 2018.03.12 16:15 / 기사수정 2018.03.12 16:1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계에 종사자의 46.1%가 성폭력과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비율은 여성 61.5%, 남성 17.2%로 여성의 피해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여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 및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 위원장,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을 맡은 임순례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배우 문소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남순아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 등도 함께 했다.

오석근 위원장은 "최근 영화계를 넘어 예술과 정치, 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영향이 크다. 영진위는 일찍이 영화산업 내의 성폭력 문제에 관해 중대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2016년 말부터 영화 단체들과 함께 영화 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근절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갖고 대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유성엽 위원장도 "요즘 분위기에 비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우리 나라 문화산업의 근간인 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행태와 관행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순례 감독은 "그동안 한국 영화계 내에 저희들도 깜짝 놀랄만큼 지속적이고 끔찍한 성폭력 환경에 노출돼서 영화계를 소리없이 떠나갔던 동료 영화인들과 피해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다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그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필 것이다. 영화계에 입문하려는 후배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영화를 포기하게 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순례 감독과 심재명 대표는 "성이 평등한 사회가 결국 우리 한국 사람이 모두 꿈꾸는 민주사회로 가는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평등한 한국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지난해 현장영화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영화계 내 성폭력과 성희롱 현황 파악을 위한 첫번째 실태조사로, 2016년 '문화계 내 성폭력' 공론화 켐페인의 연장선에서 남성 중심적인 영화계와 성폭력에 문제제기하는 움직임이 등장, 현재의 'Me too'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배경이 바탕이 됐다.

지난 해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영화인 총 74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 지정 성별 외 4명, 모름·거절 11명)의 영화인이 참여했으며, 성 고정관념, 직무 및 영화계 현장에 대한 인식, 성폭력과 성희롱 인식, 본인의 성폭력과 성희롱 피해 경험 등에 대산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영화계 종사자의 46.1%가 '성폭력·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여성 61.5%, 남성 17.2%로 여성의 피해 비율이 매우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45.9%)와 30대(48.3%)로 나타났다. 직군별로는 제작50.1%, 연출 51.7%, 작가 65.4%와 배우 61.0%로 분석됐으며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50.6%)의 피해 비율이 높았다.

성폭력과 성희롱 인식 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이 인식되는 행위는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94.3%)로 나타났다. 이어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강요'(93.9%), '고용, 평가 등에서 이익을 조건으로 성적 요구를 제안'(92.5%), '술자리 이후 귀갓길에 원하지 않는 성적 언동'(92.4%), '촬영 시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 노출신, 그 외 성기 접촉 등을 강요 및 시도'(92.3%) 순이었다.

반면 인식 정도가 낮은 행위는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77%),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봄'(81.8%) 등으로 나타났다. 인식 정도가 낮은 행위는 실제 피해 비율이 높은 행위로,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성폭력과 성희롱 행위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성폭력, 성희롱 피해 경험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46.1%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여성 61.5%, 남성 17.2%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28.2%)로 나타났으며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23.4%),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봄'(2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사건 발생의 장소로는 술자리나 회식 장소가 44.3%로 가장 높았다.

이들은 발생 당시 대처방식으로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다'고 44.1%가 목소리를 냈으며 '모른 척 하면서 살짝 피함'이 30.7%로 뒤를 이었다.

발생 이후 대처 방식으로는 '친구,, 동료 등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공론화하지 않음'(53.0%)이 가장 높았고, '아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참음'(20.0%)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피해를 알리거나 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는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돼서'가 34.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업계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31.0%로 나타났다.

실제 설문에 응한 한 여배우는 "제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인데, 이것을 문제 제기 했을 때 대중이 다 알게 되지 않냐. 그 다음부터는 이 판에 발을 들일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제작자들이 대부분 남자들인데, 이 사람들이 '쟤 되게 까다로운 애야'라는 소문이 나면 그 사람과는 누구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피해 이후의 변화로는 '자책감이나 자기혐오'(31.6%), '타인에 대한 혐오나 불신'(26.4%), '불안, 두려움, 우울 등 부정적 감정'(23.8%) 등 정신적 후유증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항목들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았고, 피해로 인한 일상 전반의 후유증은 여성에게서 훨씬 다차원적이고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희롱과 성희롱 예방 교육 및 인권 교육을 받은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8.3%에 그쳤다.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 정도로는 사건이 적절히 해결 될 것이라는 응답은 21.6%에 그친 반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76.0%로 나타났다. 또 연령이 낮을수록, 연출과 배우, 작가의 경우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토론회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문소리는 "미투운동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제 주변의 많은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같이 일하는 이들을 걱정하게 됐다. 또 제 영화 인생을 종적으로도 되돌이켜 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고 떠올리며 "우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였거나 암묵적 동조자였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었음을 영화인 전체가 사실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정의 올바름에 조금 더 힘을 쓰고 다같이 노력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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