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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공정배 감독, 약체 팀 감독의 비애

기사입력 2009.02.19 11:34 / 기사수정 2009.02.19 11: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8일 오후, KEPCO45의 공정배 감독이 결국 구단 측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습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최다 연패인 25연패를 당한 KEPCO45는 팀의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했습니다.

결국, 팀의 수장인 감독을 경질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25연패를 당한 팀의 감독은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KEPCO45의 공정배 감독은 조금은 차원이 틀립니다. 무엇보다 이끌고 있었던 팀이 단순한 '약체' 팀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KEPCO45는 연습경기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부족했었습니다. 제대로 뛸 수 있는 선수가 9명에 불과했던 KEPCO45는 선수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2008~2009 시즌은 신인선수들을 많이 영입하면서 선수 부족으로 인한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팀 자체 내에서 연습경기를 할 수 있을 여유가 생겼고 벤치 멤버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KEPCO45의 선수 수급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구단의 전력 보충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KEPCO45는 1라운드 1순위로 대학배구 최대어인 문성민(23, 프리드리히스하펜)을 지명했습니다. 독일 리그로 진출한 문성민이 국내리그로 복귀할 경우 놓치지 않겠다는 뜻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1라운드 유망주들은 모두 신생팀인 우리캐피탈의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KEPCO45가 신인드래프트에서 얻은 선수들은 2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KEPCO45는 '공기업'이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점 때문에 다른 구단처럼 큰 액수의 돈을 지불해가면서 선수들을 데리고 올 수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다른 구단에서 주전선수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데려다가 쓰는 방법 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습니다. 국내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KEPCO45가 프로화가 되면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결국 국내 선수 체제로 시즌에 돌입했습니다.

대학배구를 갓 졸업한 새내기 선수들, 그리고 다른 구단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 외국인 선수가 부재한 KEPCO45의 선수 구성은 다른 구단과 큰 격차가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KEPCO45가 가장 손쉽게 이겨볼 수 있는 팀은 신협상무입니다. 그러나 상무가 신협의 든든한 지원을 업고 예전과는 다른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KEPCO45의 소속인 세터 김상기(29)의 현란한 토스를 중심으로 뭉쳐진 신협상무는 KEPCO45의 라이벌을 넘어서 프로구단을 위협하는 팀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KEPCO45가 그나마 1승을 추가할 수 있는 신협상무마저 전력이 급상승해 버렸습니다. 여기에 다른 프로구단들도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상향조정되었습니다. 승부의 의외성이 적게 나타나고 두 팀의 실력이 철저하게 경기 결과로 이어지는 배구 종목의 특성은 KEPCO45의 연패로 나타났습니다.

팀에 새로 가입한 새내기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서로 호흡을 맞춰보며 조직력을 완성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KEPCO45가 다른 팀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세터로 부상하고 있는 김상기가 다음 시즌에 복귀한다면 KEPCO45는 이번 시즌보다 한층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결과로 인정될 만큼 냉정한 세계입니다. 그러나 KEPCO45가 다른 팀과 경쟁력을 갖추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의 조직력이 완성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또한, 외국인 선수의 영입과 김상기가 가세했을 때의 조직력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렇게 발전의 기회가 남은 상황에서 25년 동안 선수와 지도자로 팀에 헌신해온 감독이 경질됐다는 점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최악의 성적을 낸 책임을 지고 공정배 감독은 지휘봉을 놓았지만 약체 팀을 이끌고 여기까지 온 공로는 인정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사진 = 공정배 전 KEPCO45 감독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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