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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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프리뷰는 항상 이런 식인가

기사입력 2005.04.22 11:47 / 기사수정 2005.04.22 11:47

윤욱재 기자

박찬호(TEX)가 94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후 3년 뒤 우리 안방에서 처음으로 메이저리그를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엔 박찬호와 같은 코리안리거의 경기에서만 희열을 느끼던 팬들은 이제 그 수준을 넘어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각자 정하고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즐길 정도로 보는 범위가 넓어졌다.

물론 코리안리거의 활약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높고 팬들은 경기 전날부터 상대팀과 상대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직접 예상하며 자신만의 프리뷰를 작성,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이처럼 발전하는 팬들에 비해 타언론에서 나오는 일종의 프리뷰 기사는 수준이 높아진 팬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내용도 조금이라도 약한 상대가 나오면 흉보고 깔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 여전하다.


약체는 무조건 깔봐야 하나?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야구팬도 진화하는 건 마찬가지다. 처음엔 단순히 박찬호가 이기고 지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던 팬들도 경기가 거듭될수록 '상대투수는 누구인가' '상대팀의 전력은 어떠한가' 등 세세한 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언론도 그에 발맞춰 박찬호의 경기 전날엔 상대팀과 상대투수에 대한 프리뷰 기사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팬들은 그 기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곤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점점 갈수록 프리뷰 기사의 형식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내용도 변질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상대는 최약체, 찬스잡은 박찬호'
'지구 꼴찌팀 만나... 10승 청신호'

메이저리그를 사랑하고 특히 코리안리거들의 경기에 초점을 맞추는 팬들이라면 이런 기사들을 쉽게 접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 특유의 자극적인 기사 형식과 박찬호란 인물을 극대화한다는 의도를 이해해야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지나칠 때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만일 상대 선발투수가 박찬호보다 커리어가 낮거나,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거나, 또는 이제 갓 올라온 유망주라면 약한 상대를 만났다며 마치 승리투수가된 양 강조하는 것이다. 심지어 경기와 전혀 상관없는 이름값, 연봉, 아픈 과거까지 들춰 내 어떻게라도 깎아내려는데 혈안이 돼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예의범절의 기초인데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만약 상대 선수의 팬 중 한 명이라도 그런 기사를 읽게 된다면 너무 큰 실례가 아닐까.

어떨 때는 팀 전체를 싸잡아 약체라고 놀려대며 찬스로 간주하기도 한다.

상대팀이 아무리 지구 꼴찌팀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에 그 팀을 좋아하는 팬이 한 명이라도 없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깔보는 식의 기사는 예의에 어긋난 행위다.

예를 들어 비록 외관상 성적으론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잠재된 가능성과 쑥쑥 크는 유망주들의 성장이 마음에 들어 응원하게 된 탬파베이 데빌레이스의 팬들 앞에 '박찬호, 최약체 탬파베이와 붙는다'는 식의 기사가 담긴 지면을 펼쳐주면 과연 이들이 기분 좋게 기사를 읽겠냐는 것이다.


경쟁상대의 부상은 무조건 '기회'

현재 서재응(NYM)과 김선우(WAS)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내려가있는 상태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자질과 구위를 갖춘 만큼 본인만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언제든지 다시 승격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밌는 점이 하나 있다. 어느 선수든 간에 메이저리그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을수록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의 기사가 꼭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만일 워싱턴 내셔널스의 선발투수 존 패터슨이 부상을 당해 부상자명단에 오르게 된다면, 현지 언론에선 단신으로 처리할 소식이지만 국내에서는 김선우가 메이저리그로 승격할 찬스라며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어떻게 한 선수의 부상을 두고 다른 선수의 승격 찬스라고 언급할 수 있는가. 아무리 그래도 다같은 선수들 아닌가.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한 선수의 부상 소식을 듣고 김선우에게 찾아온 기회라며 박수를 치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패터슨을 애리조나 시절부터 지금껏 지켜온 팬이 있다면 그 팬이 느끼는 불쾌함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어차피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실력이다. 물론 가끔은 억세게 좋은 행운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다른 선수의 부상이 생겼음에도 기량이 메이저리그에 통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남의 부상과 부진을 빌미 삼아 독자들의 흥미를 끌려는 생각을 버리길 바란다. 덧붙여서 야구팬들은 모든 야구선수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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