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나문희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올해에만 세번째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베테랑 배우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나문희는 2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날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공효진('미씽 : 사라진 여자'), 김옥빈('악녀'), 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문소리('여배우는 오늘도'), 염정아('장산범') 등 후배들과 경합을 펼친 끝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달 10월 '더 서울 어워즈'와 제37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에 이어 세 번째 트로피다.
9월 21일 개봉해 32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던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문희는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1941년생인 나문희는 올해 77살이다.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56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가 됐다.
여우주연상에 앞서 인기상까지 수상하며 올해 청룡영화상 2관왕까지 등극한 나문희는 "아직도 이 나이에 인기스타상이라니 정말 행복하다"면서 "일을 할 때도 전부 어린 사람들이었고, 여기도 전부 젊은 사람들인데 내가 그 틈에 끼어서 인기상을 받다니 참 좋다. 여러분도 한번 이 나이에 (상을) 받아보세요"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여우주연상은 절친한 동료이자 이날 시상자로 나선 고두심에게 받아 의미를 더했다. 고두심과 함께 포옹을 나눈 뒤 마이크 앞에 선 나문희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아이 캔 스피크'를 사랑해주신 관객 분들 감사하다. 또 지금 아흔 여섯이신 친정어머니께 감사하다. 또 나문희의 하나님, 부처님께 감사하다"고 유쾌하게 말하며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또 "정말 마음을 비우고 와야지 많이 생각했다. 그래도 또 이렇게 되니까 욕심이 많이 생겼다. 동료들도 많이 가고, 저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데, 이렇게 늙은 나문희에게 큰 상 주셔서 감사하다. 저는 이렇게 남아서 앞으로도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후배들을 보면 너무나 잘해서, 한국 영화배우들이 전 세계에서 연기를 제일 잘 하는 것 같다"고 진심 어린 칭찬을 전했다.
소감의 마무리 또한 눈길을 모았다. 나문희는 "나의 친구들 할머니들, 제가 대신 상을 받았다. 여러분도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서 상 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해 객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56년의 탄탄한 연기 내공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던, 나문희의 잊지 못할 한 해가 청룡영화상 수상으로 그 한 페이지를 또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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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